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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보다 재밌어요”…취약계층 아이들의 특별한 스포츠 교실

등록 : 2019-07-25 15:21 수정 : 2019-07-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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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드림친구사이’ 사업으로 스포츠 활동 지원

한부모·새터민 아이들 함께 공 차며 협동심 등 키워

“진우야, 얼마 안 남았어. 일어나.” “포기하면 안 돼.”

힘들어 주저앉아 있던 진우(8·가명)는 코치의 격려성 다그침에 가까스로 일어서서 다시 운동장에서 뛴다.

지난 16일 성동구 성수동2가 성동FC의 풋살경기장. 만 7~9살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6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친선경기를 벌였다. 경쟁심이 타올랐는지 초반부터 격렬하게 맞붙는다. 하지만 15분 경기 중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약한 선수는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서버린다. 경기를 지도하던 코치 3명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외친다. 하지만 골을 넣거나 공을 잘 몰 때는 어김없이 “잘했어요!”라는 칭찬이 빠지지 않는다.

동네 여느 축구 교실과 다름없는 풍경이지만, 이날 성동FC의 축구 교실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축구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은 한부모·다문화·조손 가정 등 이른바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성동구청이 이달부터 여는 ‘드림친구사이’라는 스포츠 교실이기 때문이다.

드림친구사이 사업은 취약계층 어린이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의 ‘드림스타트’ 사업 중 하나다. 아동통합서비스 지원사업인 드림스타트 사업은 취약계층 어린이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해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고 공평한 출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만 12살 미만 어린이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정, 보호대상 한부모 가정(조손 가정 포함), 학대나 성폭력 피해 아동 등을 우선 지원한다.

성동구는 이달부터 2개월 동안 8차례 초등학교 1~3학년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무료 축구 교실을 연다. 기초체력 훈련, 패스와 드리블, 슈팅 등 기본 축구 기법을 가르치고 실제 경기도 치러 골을 넣는 재미도 빠뜨리지 않는다.

지난 16일 수업이 세 번째 수업이었다. 참가자 학생들은 한부모 가정, 새터민 가정,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됐다.

또한 드림친구사이 사업은 축구 교실뿐 아니라 야구 교실도 함께 운영한다. 지난 23일 성동구 유소년야구단(감독 김현우)의 재능기부로 초등학교 4~6학년 10명이 살곶이야구장에서 첫 훈련을 했다. 축구 교실도 성동FC 쪽에서 반값에 운영한다. 성동FC는 성동구청 등 거점 3곳의 학생들을 축구 교실장까지 실어나르는 봉고차까지 운행하며 학생들의 참석을 돕고 있다.

박아혜 성동구청 아동청년과 아동통합사례관리사는 “아이들이 축구 수업하는 날만 기다린다. 오늘(16일)이 세 번째 날인데 6명 모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한다”고 말했다. “축구와 야구는 시설 문제로 저소득층 아이들이 하고 싶어도 그동안 못했는데 해당 종목 관계자들이 적극 협조해 축구·야구 교실을 운영하게 됐다.” 스포츠 활동으로 건강은 물론 협동 정신과 사회성도 기르기를 구청 쪽은 기대한다.

정부의 드림스타트 사업 지원을 받는 각 구청의 취약계층 자녀들의 스포츠 교실은 대개 태권도 등 개인 종목이 대부분이고, 단체 종목은 드물다. 성동구청은 어린 학생들의 이름까지 새긴 빨간 유니폼을 지급해 참가자들의 자긍심을 높인다.

시설 문제로 그동안 교육 어려웠던 축구·야구 중심 진행

정원오 구청장, 유소년 축구에 신경

필리핀 엄마 “축구선수가 꿈인 아이

구청이 꿈 키워줘 너무 좋아”

강북구 수영 교실도 눈길 끌어

고용필 성동FC 대표는 “세 번째 수업인데 아이들이 잘 따르고 있다. 축구는 단체운동이라 무엇보다 협업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하며 “성동구는 축구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는 편인데, 정원오 구청장님이 지난해 12월 구민풋살구단을 창단하는 등 유소년 축구에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드림친구사이 사업이 끝나도 축구를 더 배울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동 FC에는 현재 초·중·고등학생 600~700명가량이 등록해서 축구를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축구의 기본기를 지도한 고용준(29)코치는 “아이들이 모두 뛸 수 있게, 공을 고루 만질 수 있게, 한 명의 낙오자도 없게,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실수하는 학생은 나무라거나 벌주기보다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잘했어!” “조금만 힘내”라며 격려를 많이 한다고 했다.

아이들과 보호자도 축구 교실에 만족스러워한다. 김인서(8)군은 “경기 뛰는 게 재미있다. 축구 교실을 다니면서 드리블이 많이 늘었다”고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러면서 장래 희망은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김원우(8)군은 “축구 하는게 하나도 힘들지 않다. 그전에는 형아들에게 배웠는데 여기서는 슈팅, 드리블, 패스를 모두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게임보다 축구가 재밌느냐 하니 당연하다는 투로 “축구가 재밌다”고 한다.

필리핀 출신 온보영(33·가명)씨는 “우리는 외부인이라 (지원 등을)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데 구청이 연락해줘서 아이가 꿈을 키울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우리 아이 꿈이 축구 선수다. 축구 교실을 너무 좋아한다”고 반가워했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강북구의 스포츠 교실도 눈길을 끈다. 강북구는 지난달 혜화여고 수영장 ‘에이플러스 스포렉스’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수영 교실을 운영하는데, 현재 23명이 참가한다. 9월7일까지 12주간 열리는 수영 교실은 초급반과 평영, 접영을 하는 중급반으로 나뉜다.

초등학교 1~4명의 차상위계층 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8월1일부터 24일까지(주 3회, 총 10회) 볼링과 어린이 킥복싱 교실도 운영한다. 지난해에 처음 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도 여름방학을 맞아 참가자 80명을 모집한다.

서울시는 드림스타트 사업과는 별도로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월 1회 8만원(1강좌) 범위 안에서 스포츠 강좌 수강료를 지원한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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