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시민 삶 바꾸는 지역정치…시민 관심 높이려 소통에 힘써”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새해 인터뷰

등록 : 2020-01-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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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법제도 열매 못 맺어 애석

실력 있는 시의회 되도록 전력 다해

조례발의·토론회 건수, 연구회 수↑

시민과의 접촉면 확대에 힘 쏟으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이 8일 중구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서울&>과 새해 인터뷰를 했다. 신 의장은 10대 전반기 시의회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특히 지역(로컬) 지향의 시대에 시민들이 지방정치에 무관심한 것을 신 의장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남은 의장 임기 동안 시민과의 소통과 자치분권 법 제도 마련에 더 힘쓰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복 중의 복은 ‘피로회복’입니다. 새해 피로회복 하세요.” 지난 8일 중구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새해 인터뷰를 위해 <서울&>과 만난 신원철(56) 의장의 첫 인사말이었다. 신 의장은 시의장직을 맡은 뒤 하루 10여 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신 의장은 빡빡한 일정에 쌓이는 피로를 날리는 ‘힐링’ 새해 인사말을 직접 만들어 건넸다.

2018년 출범한 10대 서울시의회는 올해 7월 반환점을 돈다. 전반기 수장을 맡은 신 의장에게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남은 시간은 이제 반년 남짓이다. 전반기 시의회 활동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 의장은 “자치분권을 위한 법 제도 마련의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이라 답했다.

지방자치 법 제도 마련은 지방의회 입장에서 절실했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뒤 30년 동안 지방정부의 업무와 예산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관련 법 제도는 바뀐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신 의장은 “약 40조원에 이르는 서울시의 예산을 110명의 시의원이 정책지원 인력 한 명 없이 40여 일 만에 심사하고 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지원 인력, 의회사무처 인사 독립 등의 법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신 의장이 ‘사활을 걸었다’고 말할 정도로 법 제도 마련에 힘을 쏟았지만,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지방의회 관련 정책지원 전문 인력 도입, 의회사무처 인사권 도입 등 포함)은 국회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개정 필요성과 내용에 대해서는 정당 간 이견이 없는 법안이지만 복잡한 정치적 상황의 영향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다뤄질 여지가 없었다. 그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그간 뿌린 씨가 밀알과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방의회의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10대 전반기 서울시의회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신 의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취임 때 ‘실력으로 신뢰받는 서울시의회’를 내걸었다. 신 의장은 “의정활동의 정량적 증가뿐만 아니라 청년창업 지원, 미세먼지 대책, 공공 생리대 지원, 시민안전보험 운영, 화재 피해자 지원 등 민생 관련한 내실 있는 조례가 많았다”며 “시의원들이 열성적으로 활동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개월 동안 시의회는 의정활동과 정책연구 활동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9대의 같은 기간에 견줘 조례 발의 건수는 30% 이상 늘었다. 시민·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나 토론회는 50여 회에 이르렀다. 시의원들의 정책 연구회 수도 두 배 증가했다. 신 의장은 “올해도 시의회는 본연의 임무를 더 충실히 하며, 40조원에 가까운 시 예산이 민생·경제 문제 해결에 제대로 흘러갈 수 있게 견제와 감시를 펼쳐갈 것”이라고 했다.

지방자치에 20여 년 헌신해온 신 의장은 시민들이 지방정치에 너무 무관심해 안타깝다고 말한다. 신 의장은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수많은 정책이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대다수 시민이 지방정치에 무관심해 두렵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시의회 의장이 되자 그는 시민과의 소통에 더욱 애써왔다. 본회의에 이어 상임위원회 회의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해 의정활동을 공개하여 시민들이 어디에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했다. <교통방송>(TBS)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의정활동 홍보에 힘썼다. 시의회 차원에서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한 의정활동 알리기와 시민 의견 듣기를 이어왔다.

신 의장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회는 영상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30초 영화제’를 열어 주요 조례를 시민이 직접 홍보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했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신 의장은 “딱딱한 조례를 짧은 영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백 마디 말보다 영상 한 편의 전달력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주요 조례의 내용을 담은 웹툰과 서울시의회 브랜드 웹툰(<남산선녀전>)도 제작해 젊은층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의 연중기획 ‘서울 시민, 서울시의회에 묻는다’에 시민단체, 언론과 함께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시의회 10개 상임위원회는 좌담회에서 시민 패널에게 시의회가 무엇을 하는지 적극적으로 알렸다. 신 의장은 “시민에게 다가가는 의미 있는 기회였다”며 “시의회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한다”고 했다. “시의회는 ‘해현경장’(늘어진 거문고 줄을 풀어서 다시 조여 맨다)의 자세로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고, 시민들은 지방정치에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이후 계획에 대해 신 의장은 “의정활동에 주력할 주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전 의장들이 의장직에서 내려온 뒤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지내는 경우가 적잖았다. 그는 “지방의원은 유권자의 권력을 위임받는 자리이기에 자리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한다. 신 의장은 “배지를 달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게 아니고, 정치를 위해 배지를 다는 것이다”라며 “가치 중심의 의정활동을 이어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좀더 내보려 한다. 학생운동, 국회의원 보좌관, 3선 시의원 등으로 30년간 바쁘게 살아온 신 의장은 “요즘 문득 중요한 것만 좇다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변변한 가족 여행 한 번 간 적 없고, 훌쩍 자라 20대가 된 아이들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지 못한 것들을 아쉬워했다. 신 의장은 “앞으로 소중한 데에도 시간을 내며, 새로운 동력도 만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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