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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직업 되고 공연 봉사도 해 뿌듯”

소외계층 찾아 장구·난타 공연해 금천구민상 받은 조옥주씨

등록 : 2022-11-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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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민상을 받은 조옥주씨가 10월26일 독산동 연습실에서 난타 연주를 하고 있다.

마트 상담원 그만두고 악기 배워

50대 여성 5명 모여 예술단 창단

좋아하던 어르신 눈빛 잊지 못해

“위로와 삶의 힘 되찾으면 좋겠다”

“뜻깊은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죠. 앞으로 꾸준히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고, 우리 가락을 전파하는 일에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독산3동에 사는 조옥주(53)씨는 10월15일 금천구민상(문화부문)을 받았다. 장구·난타 연주자인 조씨가 2013년부터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공연 봉사활동을 해온 데 대한 ‘작은 보답’을 받은 것이다. 금천구는 매년 지역사회봉사, 미풍양속, 교육, 문화, 체육 부문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구민이나 단체에 금천구민상을 준다. 조씨는 10월26일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분도 많을 텐데 운 좋게 상을 받게 됐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조씨는 2013년부터 경기도 안양 만수무강요양원, 부천 무료급식 어르신 위안잔치, 보라매공원 발달장애아동돕기 모금행사 공연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꾸준히 공연 봉사활동을 해왔다. 2016년부터는 독산동 주민센터에서 주최한 산사랑 물사랑 행사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독산극장 공연, 금천구 한마음축제에도 참여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매달 전통시장 살리기 공연을 한다.

“취미로 배웠는데 여기까지 왔어요.” 조씨는 대형마트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40대 초반, 근처 문화센터에서 장구와 난타를 처음 배웠다. “배우는 분들이 연령대가 높다보니 속도가 너무 더디더라구요. 그래서 인천 계양구에 있는 학원에서 퓨전 장구와 난타를 배웠죠.”

조씨가 공연 봉사활동을 시작한 데는 장구·난타 학원 선생의 영향이 컸다. “무료급식소 위안잔치나 요양원 등에서 공연 봉사활동을 하는 학원 선생님을 따라다녔죠.” 조씨는 2017년 색소폰을 배우면서 색소폰 동아리와 인연을 맺어 봉사활동 범위를 넓혔다. 조씨는 “악기를 배우면서 장애인 기금 모금, 요양원, 교도소 등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많은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연을 다니다보니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함께하면 멋진 공연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죠.” 조씨는 2018년 공연 봉사를 하는 여성 5명과 함께 ‘조옥주 퓨전 댄스 난타·장구 징검다리 예술단’을 창단했다.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조씨가 장구, 난타, 색소폰 등 악기 연주를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제가 노래를 못해요. 그래서 대리 만족으로 악기를 배웠어요.” 조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3년 동안 첼로를 배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겨를이 있을 때마다 피아노와 기타도 배웠다.

조씨가 봉사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요청이 오면 회갑연 같은 행사에서 난타와 장구, 진도북놀이 공연을 한다. 악기 연주가 좋아 취미로 시작했던 장구·난타 공연이 어느새 직업이 됐다. 조씨는 직접 회원들에게 장구와 난타도 가르친다. 2019년 지인이 운영하던 독산3동 장구 동아리방을 넘겨받고부터다. “처음엔 할 생각이 없었는데 상황이 이러니 이왕 하는 것, 가르치면서 하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조씨는 노인요양원에서 공연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요양원 공연을 많이 해요. 평소에는 표정 없이 앉아 있던 어르신이 공연을 시작하면 즐겁게 박수 치며 웃죠.” 조씨는 “공연을 보면서 옛 기억이 되살아난 듯 즐거워하는 어르신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흐뭇하다”며 “공연할 생각을 하면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눈빛이 마냥 기다려진다”고 했다.

조씨는 공연하면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우울증도 없어지고 치매 예방도 되죠. 다이어트도 되고 오십견도 없어요.” 조씨는 “집 밖으로 나와 공연을 다니다보면 즐겁고 정신건강에도 좋다”며 “취미를 살려 봉사까지 하니 두 배로 즐겁다”고 했다. “공연 의상도 화려해요.” 조씨는 “어디 가서 그렇게 입어보겠냐”며 “남들 앞에서 자기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집안일에 많이 소홀하니 항상 미안하죠.” 조씨는 동아리 회원들 가르치랴 공연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대로 집안일을 챙기지 못하지만, 그래도 불평불만 없이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제일 좋은 직업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기쁘고 행복합니다.” 조씨는 기회가 되면 홀몸노인을 위해 맛있는 것도 대접하면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조씨는 “앞으로 퓨전 장구, 난타, 진도북놀이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줘 지친 마음이 위안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 웃음과 음악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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