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중랑천 따라 단풍 낙엽 밟으며 걷는 곳

성동구 송정제방길

등록 : 2022-11-10 14:55 수정 : 2022-11-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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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에 선 요즘, 짧은 이 계절을 이대로 보내기엔 아쉽기만 하다. 도심 속 단풍 명소를 찾는다면 송정제방길을 걸어보자.

서교동 옆에 망원동이 있다면 성수동 옆엔 송정동이 있다. 요즘 송정동은 힙한 성수동에서 분위기가 확장돼 젊은층의 눈길을 끄는데 가을철 송정제방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가을 하늘은 끝없이 깊은 파란 강물 같고 가을 산책길은 빨강·주황·노란색 나뭇잎이 저마다의 색을 뽐낸다. 서울 도심 곳곳도 오색 단풍에 물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만, 막상 단풍 산책길을 찾으려 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3번 출구에서 성동교를 따라 700m, 도보 10분 정도 걸으면 송정제방길 진입로와 맞닿아 있다. 송정제방길(성동교~장평교)은 4.6㎞ 길이로 은행나무, 왕벚나무, 버즘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풍경으로 ‘서울시 단풍길 96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방길은 성동교에서 장평교까지 동부간선도로와 중랑천의 제방을 따라 이어져 있다.(위 사진) 성동교 초입에서 송정제방길을 걷다보면 동부간선도로 너머 살곶이 다리가 보인다.

서울 살곶이다리는 국가지정문화재로 2011년 12월23일 보물 제1738호로 승격 지정됐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다리 중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래 사진)

다리 이름이 ‘살곶이’가 된 데는 조선시대 부자간 가슴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태종 이방원이 함흥에서 돌아오는 태조 이성계를 중랑천에서 마중하는데 이때 태조가 아들 태종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태종이 나무기둥에 숨어 화살을 피하면서 빗나간 화살이 땅에 꽂혔다. ‘화살이 꽂힌 곳’이라 하여 이 지역은 ‘살곶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게 됐다. 성동구는 살곶이체육공원에서 해마다 10월께 이성계 축제를 열어 왕의 사냥 행차를 재연한다.


가을철 송정제방길에서 으뜸은 은행나무다. 길 양옆으로 심어진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수북한 나뭇잎이 마치 황금 카펫처럼 펼쳐져 그 위를 걷노라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곳은 물을 따라 걷는 단풍길로도 유명하다. 중랑천을 따라 쭉 이어진 송정제방길 산책은 단풍과 함께 무르익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기회가 될 것이다. 양옆으로 줄지은 빼곡한 나무 사이를 걷다가 따스한 햇볕이 비추면 가을의 감성을 자아낸다. 제방길에는 등산처럼 오르막길도 없고 차가 오면 기다려야 하는 건널목도 없다. 대신 곳곳에 포토존이 조성돼 있어, 발걸음 멈추고 순간을 추억할 수 있다.

가을 단풍길에 뒤지지 않는 송정제방의 벚꽃길도 일품이다. 해마다 4월 벚꽃이 만개한 길을 따라 벚꽃 비를 맞으며 싱그러운 봄바람에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도 스르르 녹는 기분이다.

물길 따라 가을 낙엽을 밟으며 걷고 싶다면 겨울이 오기 전 꼭 한번 오길 추천한다. 군데군데 진입로가 있어 송정동의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도 즐길 수 있다.

김선미 성동구 소통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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