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모녀 사건과 안심소득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등록 : 2022-12-01 16:13 수정 : 2022-12-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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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4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안심소득 시범사업 출범식 모습. 서울시 제공
지난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에 이어서 지난 주말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신촌 모녀 사건은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경기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이러한 비극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슬픈 일이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이틀 전 보건복지부는 위기가정 발굴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 개선안은 복지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신청주의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개선안에 제시된 것처럼 통신사 정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위기가정을 좀 더 정교하게 발굴할 수 있고, 찾아가서 관리하는 서비스를 강화하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민간 차원의 발굴 노력도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 방안들이 신촌 모녀 사건과 같은 일을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현재 제안된 방안들을 포함한 현행 복지제도는 아쉽게도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찾아서 지원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접근 방식에서부터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 누군가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면,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을 사회에서 단절시키고 끊임없이 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로 숨어버리곤 한다. 설령 정부에서 발굴 시스템을 개선해서 위기가정을 찾아내고 긴급지원을 하더라도 그때 주어지는 일시적 정부의 복지 지원은 위기가정의 경제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둑에서 구멍이 생겨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할 때만 메워 넣는 땜질식 처방과 같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지속적인 복지 대상자 발굴 시스템 개선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비극에서 이와 같은 사실은 여실히 증명돼왔다. 따라서 둑에서 물이 새기 전에 보완해 홍수를 예방하듯이 어느 가정이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선제적이면서 체계화된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지난 7월 정책실험을 시작한 안심소득은 꽤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안심소득은 기존 복지제도를 넘어서 기준소득에 미달하는 가정에 대해 그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하후상박의 소득보장제도이다. 안심소득은 수급자 소득 수준에 맞춰 지원하기 때문에 선제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지원을 보장할 수 있다. 마치 둑에서 물이 새기에 앞서 둑 자체를 두껍게 보완하듯이 개인이나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때는 지원액이 늘어나서 그들이 절대적 빈곤에 처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지원 가정의 소득이 늘어나면 이에 맞춰 지원액을 일정 수준 줄이면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아쉽게도 아직 본격적인 제도 도입에 앞서 3년간의 정책실험을 통해 제도의 효용성을 검증하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소득보장 석학들의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주목받는 정책실험이기에 기대가 크다.

그러나 안심소득도 여전히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안심소득의 효과는 정책실험을 통해 검증되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한 준비는 여전히 필요하다. 안심소득 지원 대상자 발굴에 이른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대전환과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을 잘 활용해야 한다. 과거 자료에만 의존해서 대상자를 선별할 것이 아니라 향후 예상되는 거시경제 상황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대상자를 선별해 안심소득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이 경제적 약자를 감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모쪼록 안심소득이 서울시 정책실험을 넘어서는 전 국민의 복지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실험경제학자로서 진심으로 희망한다.

성한경 l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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