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책 향기와 숲 내음이 ‘위로’를 건네는 곳

광진구 ‘아차산숲속도서관, 책 쉼터’

등록 : 2022-12-01 16:41 수정 : 2022-12-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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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위로에 몸을 맡기고 싶을 때가 있다. 심란한 기분과 온갖 생각이 뒤엉킬 때 잠깐이라도 탁 트인 공간에서 쉼을 느끼고 싶다. 짧은 주말, 도심 속 자연에서 한 박자 쉬어가기 위해 아차산으로 향한다.

지난 10월 이곳에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등산로 입구 가까이 책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 ‘아차산숲속도서관, 책 쉼터’다. 산자락 한편에 은은한 존재감을 내비치며 오고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숲속에서 만나는 책, 상상만으로도 호기심과 설렘을 자아낸다. 건물 외관을 목재로 감싸고 있어 오두막의 따스함이 연상되는 이곳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실내에 들어서니 색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보통의 도서관보다는 살짝 어둡지만 주황빛이 감도는 조명이 안정감을 주었다. 높게 트인 천장과 투명 창문은 개방감을 선물했고 내부 공간 디자인은 정교함과 세련미를 뽐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온 것 같아 달콤한 커피 한잔이 생각났다.

1층에는 각종 도서가 보관돼 있다. 아동도서, 인문, 소설, 신문·잡지를 비롯해 최신 도서까지 약 5700권이 있고 전자책 이용을 위한 태블릿도 빌릴 수 있다. 널찍한 책상은 조용히 책을 읽으며 휴식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독서에 몰입하며 저마다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점도 인상 깊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편에는 폭신한 방석이 있어 편하게 앉아 책을 볼 수 있다. 서고 사이 작은 틈엔 1인용 의자를 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

2층에서 시선을 끈 건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이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책상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물감 놀이를 하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독서교실과 문화예술, 인문 강좌가 열린다. 책 읽기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거듭난 모습이다.

복도 한쪽에 무인카페가 있어 바로 커피 한잔을 뽑았다. 2층 야외 책 쉼터로 나가 커피의 따뜻함을 머금으며 책 한 권을 읽었다. 잔잔한 바람이 전해주는 숲 냄새를 맡으니 소소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책 속 저자가 위로를 건네고 숲속 자연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걷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는 평범한 일이 오늘은 소풍처럼 다가왔다. 아차산 숲이 품은 도서관 속에서 조용히 앉아 자연을 느끼니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가을 막바지 낙엽이 무성하게 쌓인 풍경도 한껏 정취를 자아내는데 봄, 여름, 겨울의 모습은 얼마나 또 다채로울지 궁금하다.


지역 주민과 등산객들에겐 좋은 쉼터다.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휴식처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어둔다.

여운을 간직하고 싶어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아차산동행숲길을 걸었다. 중간에 놓인 쉼터 의자에 푯말 ‘쉬어가도 괜찮아’가 있다. 한숨 돌리고 싶은 날, 아차산숲속도서관에서 책과 자연이 주는 평온함에 나를 맡겨보면 어떨까.

김희주 광진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광진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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