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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로 치매 막고 자부심도 얻었어요”

강남구치매안심센터 70대 여성 6인조 난타팀 ‘다이나믹 퀸즈’

등록 : 2023-01-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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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치매안심센터 ‘다이나믹 퀸즈’ 팀원들이 지난 12월30일 신나게 난타를 연주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센터, 치매예방 차원에서 ‘난타’ 교육

흥이 절로 나면서 뇌도 건강, 몸도 건강

난타 배운 뒤 기억선별검사 더 좋아져

“3월부터 새 작품 연습 시작…기대 커요”

지난 12월30일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치매안심센터 음악치료실에서 70대 여성 6명이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난타 연주를 했다. 머뭇거리며 시작할 때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자 입으로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신나게 북을 두드렸다. 웃음 띤 ‘다이나믹 퀸즈’ 팀원들의 얼굴에는 흥이 절로 나는 듯했다.

“코로나19 동안 뇌를 쓴다고 해도 아무래도 활동이 적으니 뇌를 덜 쓰나봐요.” 다이나믹 퀸즈 팀원 안옥심(73)씨는 난타를 배우기 전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뭘 하다가도 이것 끝나면 다음에 뭘 해야지 하고 생각한 게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었죠.” 안씨는 난타를 배운 뒤로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뇌가 살아난다는 걸 느꼈죠. 집에서 책도 보고 좋은 글귀도 써보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더라구요.” 안씨는 “난타를 배운 뒤로 뇌도 건강해지고 몸도 건강해졌다”며 “난타 선생님한테 감사드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난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강남구치매안심센터는 치매예방 차원에서 난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인들이 음악에 맞춰 난타 연주를 하며 리듬과 동작을 인식하고 기억해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 안정, 사회성을 높여 치매 예방을 돕는다. ‘다이나믹 퀸즈’는 난타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 중에 선발된 6인조 난타 공연팀이다. 팀원 모두 70대 여성으로 2015년부터 난타 연주를 해왔다.


“치매 예방보다는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죠. 난타는 뇌도 쓰고 동작도 익히면서 운동도 할 수 있어요.” 윤상민(71)씨는 2015년부터 다이나믹 퀸즈에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남편과 함께 치매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난타를 시작했다. 윤씨는 “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너무 좋다”고 했다.

송수경(78)씨는 5년 전부터 남편과 함께 강남구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 교육도 받으며 다이나믹 퀸즈에서 활동하고 있다. 치매 증상으로 집을 찾지 못하던 지인의 친구가 병원 치료와 함께 강남구치매안심센터에서 교육받고 잘 지내는 것을 알고부터다. 송씨는 “치매안심센터는 나이 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기관이라는 걸 알았다”며 “주저하지 않고 센터를 찾아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다이나믹 퀸즈는 서울시와 강남구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공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2022년 9월까지 공연을 전혀 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완화된 지난 10월에야 겨우 연습과 공연을 시작했다. 고혜정(70)씨에게 다이나믹 퀸즈 활동은 생활에서 ‘일순위’다. “난타를 열심히 하면 치매에 안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죠. 음악에 맞춰 순서를 기억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고씨는 “꾸준히 연습하고 공연도 하면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2015년부터 난타를 한 김길덕(75)씨는 난타를 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움직이지 않는 게 없어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난타를 하면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냥 집에만 있었다면 기억력도 많이 줄었을 겁니다. 지금도 기억력이 조금 없지만 기억력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죠.” 김씨는 “난타를 배우기 전에 한 기억선별검사 결과보다 난타를 배운 뒤 한 기억선별검사 결과가 더 좋게 나왔다”고 했다.

다이나믹 퀸즈 팀원들은 난타를 통해 치매 예방을 할 뿐만 아니라 자부심도 얻었다. 주위 사람들한테 난타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고 했다. “공연하면 차례를 외워야 하니 긴장도 되지만 항상 설레죠.” 김씨는 “공연을 마치면 많은 관중 앞에서 해냈다는 자부심이 들어 무척 뿌듯하다”며 “관중이 많을 때 더 기분이 좋은 게, 내가 조금 프로 의식이 있어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윤상민씨는 “별 볼 일 없는 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줄 때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난타를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손창순(74)씨는 “노인이 이런 걸 어떻게 하느냐는 생각을 버리고 노인시설에서 난타와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활성화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다이나믹 퀸즈 팀원들은 다들 건강하게 사는 게 꿈이다. “마음이 즐거워야 다른 것도 받아들이고 친구를 만나도 즐겁죠.” 손씨는 “효자도 돈이 만들고 부모도 돈이 만든다는 말이 있다지만, 노인들이 자기 생활을 하면 편안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이나믹 퀸즈는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오는 3월께부터 새로운 작품 연습을 시작할 계획이다. 팀원들은 모두 “올해는 어떤 작품으로 시작할지 어떤 공연을 하게 될지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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