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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 돕는 사회적 파트너 고마워요”

‘한 번쯤 괜찮아, 사회 혁신가’ 펴낸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

등록 : 2023-01-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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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가 지난 4일 종로구 내수동 사무실에서 그간 받은 인증패들 옆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10년간의 사회적기업 분투기를 담은 책을 펴냈고, 새해엔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1세대 사회적기업가의 10년 분투기

외식업으로 취약 여성·청년 자립 지원

“고비마다 사회적 기업 생태계가 도와

더 큰 사회적 가치 만들 새 사업 구상”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오요리아시아’는 이런 ‘신공’을 10여 년 동안 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사회적기업이다. 외식업 직업훈련과 인턴십, 창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아시아 빈곤 여성과 자립준비청년 등의 경제적 자립을 도왔다. 2012년 창업해 업장을 3곳(홍대 오요리, 북촌 떼레노, 한남 엘초코 떼레노) 운영했다. 이 가운데 두 곳은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돼 맛과 멋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까지 했다.

오요리아시아의 이지혜(49) 대표는 “부끄럽게도 비즈니스의 기초도 모른 채 창업해 구성원과 더 많은 고통의 수레를 끌어왔다”는 고백부터 했다. 이 대표와 직원들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온 분투의 과정은 책 <한 번쯤 괜찮아, 사회 혁신가>(텍스트큐브 펴냄)에 세세하게 담겼다. 지난 4일 오후 종로구 내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10년을 돌아보며 도움을 준 여러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책을 쓴 이유를 말했다.

오요리아시아는 중요한 고비 고비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도움을 받았다. 투자가를 찾기 어려운 창립 초기에 사회혁신 플랫폼 ‘소셜벤처파트너스 서울’이 발기인으로 나서줬다. 2014년 북촌에서 스페인 레스토랑 ‘떼레노’를 열 땐 에스케이(SK)행복나눔재단과 소셜벤처 투자사 ‘㈜더작은’의 투자를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재단법인 밴드의 투자 덕분에 직원 구조조정 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이 대표가 국내 결혼이주 여성에서 아시아 빈곤 여성으로 대상을 넓혀 네팔, 타이 사업에 나섰던 것도 사회적 파트너의 지원 덕분이었다. 트레블러스맵 변형석 대표,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이미영 대표 등의 사회적기업 동료와 임팩트 투자기업 ‘크레비스 파트너스’ 등의 관심과 지지가 큰 힘이 됐다. 그는 “투자자, 지원기관, 사회적기업 동료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한 번쯤 괜찮아, 사회 혁신가>는 이 대표가 직접 쓴 1부(사회적기업가에서 사회 혁신가로)와 사회 혁신가들의 대담과 대화를 담은 2부(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만나다)로 나뉘었다. 1부에서 그는 좌충우돌의 경험과 소회를 평소 말투대로 솔직한 문체로 풀어냈다. “제 말투 그대로 살렸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사회적기업가 동료들은 자신들도 겪었던 억울하고 화났던 경험에 공감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오요리아시아는 어려움 속에서도 취약계층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 나름의 성과를 냈다. 2020년까지 약 700명에게 직업훈련을 했다. 외식업 청년 창업가도 50여 명 길러냈다. 네팔과 국내에서 아시아 여성 각 한 명씩 창업을 지원했다. 네팔에서 카페를 창업한 20대의 다와씨는 지난해 취약층 약 800명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해, 선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 대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창업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라며 “이들을 사회적기업가로 키워낸 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사회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업 운영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비콥(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인증, 3년 연속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으로 국제적 인정은 받았지만 갚아야 할 빚은 아직도 많다. 이 대표는 “세상이 변하고 있기에 사회적 성과로만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사회적기업도 투자든 벌어서든 경제적 목표를 달성해나가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기업가 한 번은 해볼 만하다’는 뜻의 책 제목과 달리 이 대표는 사실 처음에는 사회적기업 창업을 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사회적기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서 질문받고 답하며 실행해 입증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사회적기업가로서의 무게가 그만큼 그에겐 버거웠다. 이 대표는 “비콥 인증 등으로 그런 질문은 전보다는 훨씬 덜 받는다”며 “언젠가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이 대표에게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신규로 만난 투자자가 ‘오요리아시아 사업의 임팩트가 너무 작다’는 의견을 줬다. 그는 “처음 듣는 피드백이 충격적이었지만 회사와 저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새해 이 대표는 외식업 소셜 비즈니스를 정비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오요리아시아가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낼 수 있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비즈니스 형태는 바뀌어도 사람 중심으로 일하는 기본 철학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새 소셜 비즈니스 사업에 기대를 걸어줘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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