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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굴뚝 대신 빌딩이 들어차고 구로공단이란 이름도 ‘G밸리’로 바뀌었지만, 푸른 꿈을 찾는 청춘들의 여전한 출근길을 지키는 ‘수출의 여신상’. 2 젊음의 거리였던 가리봉시장은 이제 중국어 간판이 가득한 ‘연변거리’로 바뀌었다. 3 가리봉오거리에서 수년째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배승철(58) 씨.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토포스 건축사 사무소 제공
심상정, 김문수, 손학규, 박노해, <외딴방>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고고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구로공단’이다. 1964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우리나라 최초의 산업단지로 조성된 구로공단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 정도를 감당하며 한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가난에 떠밀려 고단한 노동의 길에 들어서야만 했던 구로공단 노동자들과 한국사회 모순에 대항해 변혁운동에 나섰던 젊은 청춘들은 구로공단만의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굴뚝으로 상징되던 구로공단은 2000년대 들어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최신 빌딩이 즐비한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로 변모했다. ‘G밸리’란 별칭을 얻으며 한국 아이티(IT)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해가는 과거 구로공단 지역의 빌딩과 빌딩 사이사이에는 구로공단의 추억과 희망이 남아 있기도 하다. 구로공단의 추억을 찾아 하루를 걸어보자.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 구로에는 수출의 여인상
구로공단 여행의 출발점은 1974년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수출의 여인상’ 앞이다.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근로여인상’이 공식 명칭이다. 한 손에는 수출의 불꽃을 상징하는 횃불을, 다른 한 손에는 지구본을 들고 있다. 산업 상징 조형물로는 드물게 여성을 소재로 한 수출의 여인상은 당시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우리들의 누나와 엄마를 상징한다. 시인 박노해는 구로공단 여공들의 삶을 “하루 14시간/ 손발이 퉁퉁 붓도록/ 유명 브랜드 비싼 옷을 만들어도/ 고급 오디오 조립을 해도 / 우리 몫은 없어”라고 노래했다. 수출의 여인상은 고단한 여공의 삶을 살아야 했던 대한민국 누이들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 수출의 여인상은 20층짜리 비즈니스센터 건립 과정에서 화단 구석으로 밀려나야만 했다. 수출의 여인상은 2014년 9월22일 공단 건립 50주년 행사에서 다시 제자리인 키콕스벤처센터 앞으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은 ‘공순이’라 말하던 구로공단 여성노동자들의 위상을 되찾았다며 기뻐했다 한다.
신경숙의 <외딴방>과 연변 거리로 변한 가리봉시장
두 번째로 갈 곳은 에이스테크노타워 2차 건물이다. 삼성보다 먼저 텔레비전을 만들었던 동남전기가 있었던 자리다. 동남전기는 구로공단에서 가장 먼저 기공한 기업이자 구로공단 수출 1호 기업이기도 하다. 동남전기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소설가 신경숙 씨가 열여섯 어린 나이에 여공으로 일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신 씨는 낮에는 동남전기에서 일하고, 밤에는 산업체 특별학교인 영등포여고에서 공부했다. 신 씨는 열여섯 살부터 스무 살까지 자신이 겪은 구로공단의 삶을 소설 <외딴방>에 고스란히 재현해놓았다.
발길을 과거 노동자들이 넘나들던 가리봉고개로 향한다. 가리봉고개는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다방과 시장을 찾아 넘던 길이다. 고개를 넘으면 공단서점과 음악다방, 그리고 먹거리가 풍성했던 가리봉시장이 나온다. 박노해 시인은 ‘가리봉시장’에서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가리봉시장을 찾아 / 친한 친구랑 떡볶이 500원어치, 김밥 한 접시 / 기분나면 살짜기 생맥주 한 잔이면 / 스테이크 잡수시는 사장님 배만큼 든든하고”라며 당시 시장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노동자들의 허기를 채워주던 가리봉시장은 현재 ‘옌볜거리’로 이름이 바뀌며 ‘조선족 상가’를 형성하고 있다. 빨간 간판, 초두부, 양꼬치, 월병, 옥수수냉면, 중국식 순대 등이 즐비해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가리봉고개 넘어 동양닥트 간판이 붙어 있는 낡은 건물이 공단서점이 있던 곳이다. 공단서점은 노동조합 소식지 등이 비치돼 노동자 커뮤니티와 같은 구실을 했다고 한다. 건물 지하에는 ‘팽대팽대 고고장’, 2층에는 태양극장, 노동자 병원, 다방이 있어 항상 청춘들이 북적거렸다고 한다. 맞은편에는 가리봉극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꼭 꿈을 이루고 쪽방을 떠나세요 동양닥트 인근 ‘선화네 집’은 쪽방의 삶을 그려낸 김선민 감독의 독립영화 <가리베가스>(2005년) 촬영지다. 겨우 몸 하나 누일 공간과 작은 부엌이 함께 붙어 있는 방은 ‘ㄷ’자 형태의 주택을 30~50개로 나눠 만든 탓에 ‘쪽방, 벌집, 닭장집’이라고 했다. 우물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했다. 쪽방은 신경숙의 <외딴방>에서는 소녀들이 살던 애환의 방이었고, 영화 <가리베가스>(2005)에서는 노동자의 꿈의 공간이었다. 공단이 쇠퇴하면서 노동자들이 떠난 쪽방은 이제는 중국동포들이 고단한 몸을 누이고 있다. “가리베가스 5번지에 오신 걸 축하드려요. 저는 이 방에서 5년을 살다 갑니다. 어느 나라 분일지 모르지만 이 집을 나가실 때 부디 꿈을 꼭 이루고 가세요.” 영화 속 대사가 쪽방의 애환, 꿈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당시 추억 간직한 가리봉다방 공단서점, 선화네 집을 지나면 가리봉오거리가 나온다. 디지털단지 오거리로 이름이 바뀐 가리봉오거리는 고고장, 음악다방, 시위대 세 가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고고장이 많을 때는 9개나 있었을 정도로 유흥의 거리였지만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한국의 모순과 맞섰던 노학연대의 장이기도 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가리봉다방’과 ‘나포리 음악다방’이 당시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한다. 가리봉오거리를 지나면 2단지다. 현재 대형쇼핑몰 현대시티아울렛이 자리 잡은 곳은 1985년 6월 구로동맹파업의 불씨를 지핀 대우어패럴 자리다. 85년 6월 임금인상 투쟁을 벌인 대우어패럴 노동조합 간부를 경찰이 구속하자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이 연대파업을 벌였다. 대우어패럴, 효성물산, 가리봉전자, 선일섬유, 부흥사 등 7개 노조가 함께 공동 대응하며 모임을 갖고 소식지도 발간했다. 43명이 구속되고 1200여 명이 해고당한 ‘구로동맹파업’은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다. 이후 소설가 이문열 씨는 구로동맹파업을 배경으로 <구로아리랑>을 발표했고,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공단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문학여행 먼저 추억과 희망의 구로공단 여행을 풍요로게 하려면 먼저 문학여행을 다녀오는 편이 좋다. 한국 문학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황석영의 <돼지꿈>(1973), 100만 부 이상이 팔리며 지금도 30년 넘게 팔리고 있는 걸작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8), 도시 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양귀자의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1987), 대학생 주인공이 구로공단의 노동 현장에 위장취업 후 겪는 고단한 일상과 1987년 구로구청 농성 사건을 기록한 공지영의 <동트는 새벽>(1988)을 비롯해, 공선옥의 <수수밭으로 오세요>(2001) <가리봉 연가>(2005), 이인휘의 <내 생의 적들>(2004), 박범신의 <나마스떼>(2005), <가리봉 양꼬치>(박찬순, 2006), 등의 소설과 김응천 감독의 영화 <불타는 소녀>(1978),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박종원 감독의 <구로아리랑>(1989), 이세룡 감독의 <내 친구 제제>(1989), 김홍준 감독의 <장미빛 인생>(1994),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1997) <박하사탕>(1999), 김선민 감독의 <가리베가스>(2005) 등이 구로공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앞서 가리봉시장을 묘사했던 박노해 시인의 시집 <노동의 새벽>(1984)도 빼놓을 수 없다. 글 이희영 구로구청 홍보전산과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발길을 과거 노동자들이 넘나들던 가리봉고개로 향한다. 가리봉고개는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다방과 시장을 찾아 넘던 길이다. 고개를 넘으면 공단서점과 음악다방, 그리고 먹거리가 풍성했던 가리봉시장이 나온다. 박노해 시인은 ‘가리봉시장’에서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가리봉시장을 찾아 / 친한 친구랑 떡볶이 500원어치, 김밥 한 접시 / 기분나면 살짜기 생맥주 한 잔이면 / 스테이크 잡수시는 사장님 배만큼 든든하고”라며 당시 시장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노동자들의 허기를 채워주던 가리봉시장은 현재 ‘옌볜거리’로 이름이 바뀌며 ‘조선족 상가’를 형성하고 있다. 빨간 간판, 초두부, 양꼬치, 월병, 옥수수냉면, 중국식 순대 등이 즐비해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가리봉고개 넘어 동양닥트 간판이 붙어 있는 낡은 건물이 공단서점이 있던 곳이다. 공단서점은 노동조합 소식지 등이 비치돼 노동자 커뮤니티와 같은 구실을 했다고 한다. 건물 지하에는 ‘팽대팽대 고고장’, 2층에는 태양극장, 노동자 병원, 다방이 있어 항상 청춘들이 북적거렸다고 한다. 맞은편에는 가리봉극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꼭 꿈을 이루고 쪽방을 떠나세요 동양닥트 인근 ‘선화네 집’은 쪽방의 삶을 그려낸 김선민 감독의 독립영화 <가리베가스>(2005년) 촬영지다. 겨우 몸 하나 누일 공간과 작은 부엌이 함께 붙어 있는 방은 ‘ㄷ’자 형태의 주택을 30~50개로 나눠 만든 탓에 ‘쪽방, 벌집, 닭장집’이라고 했다. 우물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했다. 쪽방은 신경숙의 <외딴방>에서는 소녀들이 살던 애환의 방이었고, 영화 <가리베가스>(2005)에서는 노동자의 꿈의 공간이었다. 공단이 쇠퇴하면서 노동자들이 떠난 쪽방은 이제는 중국동포들이 고단한 몸을 누이고 있다. “가리베가스 5번지에 오신 걸 축하드려요. 저는 이 방에서 5년을 살다 갑니다. 어느 나라 분일지 모르지만 이 집을 나가실 때 부디 꿈을 꼭 이루고 가세요.” 영화 속 대사가 쪽방의 애환, 꿈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당시 추억 간직한 가리봉다방 공단서점, 선화네 집을 지나면 가리봉오거리가 나온다. 디지털단지 오거리로 이름이 바뀐 가리봉오거리는 고고장, 음악다방, 시위대 세 가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고고장이 많을 때는 9개나 있었을 정도로 유흥의 거리였지만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한국의 모순과 맞섰던 노학연대의 장이기도 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가리봉다방’과 ‘나포리 음악다방’이 당시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한다. 가리봉오거리를 지나면 2단지다. 현재 대형쇼핑몰 현대시티아울렛이 자리 잡은 곳은 1985년 6월 구로동맹파업의 불씨를 지핀 대우어패럴 자리다. 85년 6월 임금인상 투쟁을 벌인 대우어패럴 노동조합 간부를 경찰이 구속하자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이 연대파업을 벌였다. 대우어패럴, 효성물산, 가리봉전자, 선일섬유, 부흥사 등 7개 노조가 함께 공동 대응하며 모임을 갖고 소식지도 발간했다. 43명이 구속되고 1200여 명이 해고당한 ‘구로동맹파업’은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다. 이후 소설가 이문열 씨는 구로동맹파업을 배경으로 <구로아리랑>을 발표했고,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공단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문학여행 먼저 추억과 희망의 구로공단 여행을 풍요로게 하려면 먼저 문학여행을 다녀오는 편이 좋다. 한국 문학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황석영의 <돼지꿈>(1973), 100만 부 이상이 팔리며 지금도 30년 넘게 팔리고 있는 걸작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8), 도시 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양귀자의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1987), 대학생 주인공이 구로공단의 노동 현장에 위장취업 후 겪는 고단한 일상과 1987년 구로구청 농성 사건을 기록한 공지영의 <동트는 새벽>(1988)을 비롯해, 공선옥의 <수수밭으로 오세요>(2001) <가리봉 연가>(2005), 이인휘의 <내 생의 적들>(2004), 박범신의 <나마스떼>(2005), <가리봉 양꼬치>(박찬순, 2006), 등의 소설과 김응천 감독의 영화 <불타는 소녀>(1978),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박종원 감독의 <구로아리랑>(1989), 이세룡 감독의 <내 친구 제제>(1989), 김홍준 감독의 <장미빛 인생>(1994),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1997) <박하사탕>(1999), 김선민 감독의 <가리베가스>(2005) 등이 구로공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앞서 가리봉시장을 묘사했던 박노해 시인의 시집 <노동의 새벽>(1984)도 빼놓을 수 없다. 글 이희영 구로구청 홍보전산과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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