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협치서울, 시민중심 서울 만든다

등록 : 2017-01-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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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민들의 함성이 국회를 움직여 대통령 탄핵을 의결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이 글자 그대로 실현된 지난 두 달이었다. 평화롭게, 유쾌하게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은 ‘시민혁명’은 대통령을 바꾸는 데 머물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얕보고 괴롭힌 기득권의 횡포와 적폐를 뜯어고쳐 새로운 체제를 짜는 데까지 나아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가 광장에서 뜨겁게 끓어오르는 동안, 다른 한쪽에선 또 다른 변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선 신기하게도 권력을 쥔 ‘관’이 권력을 나누자고 ‘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른바 ‘협치’다.

‘협치’는 글자 그대로만 보면, ‘협력해서 통치한다’는 것이니 이런저런 경우에 두루 쓰인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야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한다고 할 때도 협치라고 했다. 하지만 거긴 협치보다는 연정이 더 어울리겠다. 협치로 번역된 영어 ‘거버넌스’는 국가 운영에 정부 조직뿐 아니라 시민사회, 그리고 시장(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제사회에선 거버넌스가 이미 대세여서, 가령 기후변화당사국총회 같은 유엔의 대규모 회의에는 으레 국가의 대표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시장, 비영리 부문도 함께 초대해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통로를 마련한다.

서울시는 2년 전부터 협치로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해왔다. 고령화, 실업, 환경, 에너지, 도시재생, 다문화 등 복잡해지는 도시문제를 행정의 역량만으로는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스스로 했기 때문이다. 민과 관이 함께 도시문제를 해결한다는 근본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공청회나 자문위원회 등이 운영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문 또는 단순한 구색 맞추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민과 관이 함께 계획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실행할 뿐 아니라 책임까지 함께 지는 명실상부한 협치로 나아가야 한다.

서울시의 2016년 시도는 체계적이었다. 9월에 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조례가 만들어졌고, 시장으로 하여금 해마다 민관 협치 실행계획을 세우고 재원 조달을 하도록 규정하기 시작했다.

협치학교에서는 서울시와 각 구청의 공무원, 그 파트너인 시민 쪽이 아직은 익숙지 않은 협치를 학습하고 실습도 한다. 실업과 에너지, 복지의 영역에서 민관이 협력해 2017 협치 의제를 발굴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으며,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있다. 민간 협치 전문가들을 채용해 서울시 정부 안에 협치추진단이라는 실무 지원조직도 만들었다.

협치는 야심 차지만 간단치 않은 실험이다. 성패는 두 가지에 달려 있을 듯하다. 하나는 서울시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권한을 내놓을지이다. 또 하나는 시민이 얼마나 책임 있게 역량을 갖추어 그 권한을 확보하고 행사하느냐이다. 시장을 서울협치협의회 의장으로 하고, 행정1부시장과 나란히 부의장을 맡은 입장에서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지영선 서울협치협의회 공동부의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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