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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마장동 우시장으로 알려진 곳에 성동02 마을버스 종점이 있다. 우시장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고 축산물시장과 먹자골목이 남아 옛 우시장의 내력을 말해주고 있다. 마을 앞에 물비린내·흙냄새·꽃향기가 섞인 개울, 청계천이 흐른다. 개울 건너 신답역에서 용답역까지 청계천 둔칫길에는 매화나무가 마지막 꽃잎을 붙잡고 있다.
마장동 먹자골목
성동02 마을버스 종점이 마장동 현대아파트다. 마장동 현대아파트가 들어선 곳에 마장동 우시장이라고 했던 가축시장이 있었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 옆에 축산물시장과 먹자골목만 남아 있다.
마장동은 조선 시대 살곶이 목장에서 말을 길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양도성에 채소를 대는 공급지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가축시장을 숭인동에서 마장동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으나 가축시장은 1958년에 이전했다. 1961년에 도축장이 문을 열었고 1969년에 경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 포장마차 형태로 음식점들이 들어섰다.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린 해인 1988년에 먹자골목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현재 마장동 먹자골목에 있는 식당들은 보통 30~40년 됐다. 식당 이름이 전라도집, 광주집, 호남집, 남원집, 변산반도 고향집, 충청도집, 경기집, 전주대박집 등 대부분 지역명이다. 그 가운데 전봇대집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1988년 지금의 자리로 먹자골목이 옮겨오기 전, 현대아파트 자리에서 장사를 할 때 식당에 전봇대가 있어서 상호를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고깃집이 줄지어 들어섰다. 집집마다 피우는 숯불 냄새와 고기 굽는 냄새가 골목에 자욱하다.
종점 마을 앞 개울
성동02 마을버스 종점, 고기 굽는 마을 앞에 개울물이 흐른다. 청계천이다. 종로구 청운동에서 발원한 청계천은 서울 시내를 관통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다 한양대학교 부근에서 중랑천과 만나게 된다. 성동02 마을버스 종점 마을은 청계천 하류에 있는 마을이다. 둔치에 서서 개울을 바라본다. 산수유나무에 꽃이 피었다. 전남 구례군에서 기증한 나무다. 구례의 산수유나무가 마장동 먹자골목 앞 청계천 둔치에서 꽃을 피운 것이다.
연둣빛 물이 오른 수양버들이 바람에 낭창거린다. 사람들은 돌다리를 건너 마을로 오간다. 오리들이 냇물 아래위를 오가며 논다. 돌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쪽으로 오리들이 다가온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냇물을 건너 불어오는 바람에 물비린내가 실렸다. 봄꽃 향기와 풀 내음, 흙냄새도 섞였다. 어릴 적 고향 마을 냇가 향기다. 겨우내 썰매를 지치고 팽이를 치던, 꽁꽁 얼었던 개천이 녹고 꽃 피는 봄이 오면 아이들은 어항과 반도를 들고 냇가로 달려갔다. 노는 것밖에 모르는 것 같던 어린 나이였지만, 살랑거리는 따듯한 봄바람의 온기도 알았고, 팔뚝을 스치고 지나가는 보드라운 촉감도 고스란히 마음에 새길 줄도 알았다. 푸릇하게 돋아난 둑길 풀 냄새와 소똥 냄새 흙냄새가 개울의 물비린내와 섞여 시골의 봄 냄새를 완성했다. 시냇가는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학교 밖 배움터였다. 어항에 된장 발라 냇물에 놓고, 반도를 들고 냇물 아래위를 뛰어다녔다. 봄 피라미가 맛있다는 건 일찍 알았다. 봄바람이 찼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예전에 청계천이 흐르던 이 마을 아이들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고산자교에서 중랑천 합류부까지 청계천 철새보호구역이다. 이 구간에 왜가리, 논병아리, 흰죽지, 청둥오리, 쇠오리, 비오리 등 철새가 찾아든다.
연둣빛 물이 오른 수양버들이 바람에 낭창거린다. 사람들은 돌다리를 건너 마을로 오간다. 오리들이 냇물 아래위를 오가며 논다. 돌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쪽으로 오리들이 다가온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냇물을 건너 불어오는 바람에 물비린내가 실렸다. 봄꽃 향기와 풀 내음, 흙냄새도 섞였다. 어릴 적 고향 마을 냇가 향기다. 겨우내 썰매를 지치고 팽이를 치던, 꽁꽁 얼었던 개천이 녹고 꽃 피는 봄이 오면 아이들은 어항과 반도를 들고 냇가로 달려갔다. 노는 것밖에 모르는 것 같던 어린 나이였지만, 살랑거리는 따듯한 봄바람의 온기도 알았고, 팔뚝을 스치고 지나가는 보드라운 촉감도 고스란히 마음에 새길 줄도 알았다. 푸릇하게 돋아난 둑길 풀 냄새와 소똥 냄새 흙냄새가 개울의 물비린내와 섞여 시골의 봄 냄새를 완성했다. 시냇가는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학교 밖 배움터였다. 어항에 된장 발라 냇물에 놓고, 반도를 들고 냇물 아래위를 뛰어다녔다. 봄 피라미가 맛있다는 건 일찍 알았다. 봄바람이 찼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예전에 청계천이 흐르던 이 마을 아이들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고산자교에서 중랑천 합류부까지 청계천 철새보호구역이다. 이 구간에 왜가리, 논병아리, 흰죽지, 청둥오리, 쇠오리, 비오리 등 철새가 찾아든다.
꽃길을 걷다
성동02 마을버스 종점 마을에서 청계천 둔치로 내려서서 돌다리를 건넌다. 둔칫길로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돌아 걷는다. 이곳부터 지하철 용답역 뒤 청계천 둔치까지 약 1㎞ 구간이 이른바 ‘신답역~용답역 매화꽃길’이다.
제2마장교 아래를 지나면서 매화꽃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곳에 있는 매화나무는 경남 하동군이 기증한 것이다. 청계천 복원과 정비 사업을 기념하기 위해 하동군에서 매화나무를 기증했고, 담양군은 대나무를 기증했다. 청계천 옆에 지하철이 오가는 철길이 있고, 철길 아래 청계천 둔치에 푸른 대나무와 화사한 매화꽃이 길 따라 피어났다.
이 길에 있는 매화나무의 이름은 ‘청춘’이다. 청계천의 봄을 알리는 나무다. 하얗게 빛나는 매화꽃 사이에서 붉은빛 꽃을 피운 홍매화 몇 그루가 도드라진다. 푸른 대나무를 배경으로 피어난 홍매화가 색의 대비 때문에 눈에 아른거린다. 꽃은 만개의 절정을 지났다. 건듯 불어가는 바람에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꽃눈’이다.
사람들은 ‘꽃눈’을 맞으며 걷는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젊은 부부,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가족,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할아버지 할머니, 남녀가 어울린 청춘의 무리들…. 매화꽃길에서는 소외받는 사람이 없다. 꽃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유모차에 누운 아이까지, 꽃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달콤한 향기를 나누어준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누구나 주인공이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