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업무는 국토를 지키는 일”

사람& 6개월 노력 끝에 신규 국토로 등록 성북구 이순홍 팀장

등록 : 2025-02-27 13:26 수정 : 2025-02-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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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부동산정보과 부동산행정팀 이순홍 팀장이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성북구 제공

1913년 이후 110년 누락됐던
중랑천 9555㎡ 찾아내
“유사 사례로 누락된
국토 찾는 계기 되길 바라”

“네 곳 자치구 사이 경계에 있던 탓에 누락됐던 국토를 찾아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나라 국토인데도 국토를 관리하는 지적도에 누락돼 있던 땅 9555㎡(2890평)를 찾아내 신규 등록한 성북구청 이순홍 팀장. 그는 부동산정보과 부동산행정팀장으로 지방자치단체 경계에 놓인 탓에 110년 동안 방치돼왔던 중랑천 하천용지를 6개월에 걸쳐 새롭게 찾아내 국가 재산으로 등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중랑천은 경기도 양주에서 시작돼 서울북동부를 지나 한강으로 유입되기까지 성북구 석관동 인근에서 노원구, 동대문구, 중랑구 등 모두 네 개 자치구 경계를 지난다. 각 구청은 각 구의 도면 위주로 관리하다보니 경계 지역에 대한 공동 관리가 어려웠고 그 결과 석관동 하천 일부 구간이 장기간 지적도에서 누락돼왔다.

“1910년부터 9년 동안 조선총독부는 근대적 의미의 첫 토지 조사인 조선토지조사사업을 시행했는데, 목적이 식민지 지배를 위한 재원 마련, 즉 토지 수탈과 세금 부과였죠. 하천은 세금이 나오는 땅이 아니다보니 굳이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1950년 지적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국토관리 목적으로 비과세지인 하천도 토지 등록을 하게 됐지만 첫 토지 조사의 영향으로 일부 행정구역 경계 누락이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이 팀장은 측량기술을 보유한 지적기사로서 공직 29년 대부분을 지적도 관련 업무에 전념해왔다. 그렇다보니 평소 지적도에 누락된 땅을 찾는 ‘국토 찾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성북구 토지대장 보관실에 선 이순홍 팀장. 성북구 제공


그가 이끄는 부동산행정팀은 지난여름 내내 성북구 문화유산 사적지 전체를 조사했는데 지목이 ‘사적지’여야 할 곳이 대지, 임야 등 사적지 지정 이전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화유산 지목을 확인하는 일은 성북구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이었다. 이를 바로잡는 업무까지 마무리되자 그는 후속으로 중랑천 하천용지에 대한 일제정비를 지난해 9월부터 시행했다. 일제정비는 구 소재 중랑천 길이 1㎞, 면적 약 15만㎡ 전체에 대해 지적공부, 등기부, 토지이용계획, 국유재산대장, 측량 자료, 항공사진 및 실제 현장조사 등을 근거로 지목변경, 관리전환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 일이었다.

이 팀장은 일제정비 준비 과정에서 다른 3개 자치구 경계에 접해 있는 하천용지 중 일부가 지적도에 등록돼 있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1913년 조선토지조사사업 당시 지적원도, 서울기록원과 노원구, 동대문구, 중랑구 각 자치구의 지적도 등 입수가능한 모든 자료를 모았다. 확보한 도면의 경계 부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각각의 도면을 확대·축소 복사를 반복했다. 세상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로 달려간다지만 아날로그 시대에 생성된 지적도의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 아날로그 방식이 동원됐다.

“컴퓨터 화면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차이들이 있어요. 각 도면을 풀로 붙여 이어가며 눈으로 확인하는 지루한 과정이 필요했죠.” 일상 업무로 바쁜 팀원에게 시키기에는 본업 외의 일이어서 이 팀장은 틈틈이 직접 이 업무를 수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무려 3천 평 가까운 하천용지가 1913년 최초 지적도 작성 당시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등록되지 않고 누락돼왔음을 확인했다.

도면상 누락을 확인하자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신규 등록 측량과 성과검사(경계·면적 결정)를 했다. 이어 국유재산 총괄관리기관인 조달청에 미등록지 발견을 통보하고 신규 등록신청서를 받아 이달 5일 마침내 미등록 하천용지 9555㎡를 국가 공부에 등록했다. 110년 동안 방치됐던 80억원 상당의 국토를 약 6개월 노력 끝에 국가소유로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전국적으로 유사한 이유로 누락된 땅이 또 있을 겁니다. 특히 하천처럼 여러 지자체가 경계를 이루는 곳에서요.” 그는 이번 누락된 국가토지 등록 사례가 다른 지자체에서도 국토 찾기에 관심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일이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까지 찾아서 묵묵히 해내는 공직자가 적지 않다”며 “지적 업무는 단순히 도면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국토를 지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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