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앞 원룸 월세 하향 안정세 원인은

초점& 5년 걸친 임대인과 학생 윈윈 방안 찾아 기숙사 신축한 덕분

등록 : 2025-02-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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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한양대 기숙사 건립과 관련해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한양대 학생들과 면담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성동한양 상생학사’로
임대인 신축 찬성 돌아서
구와 한양대 주거비 지원
LH 등 기관도 머리 맞대

새 학기를 앞둔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월세 부담이 지난해 대비 대체로 오른 가운데 신축 기숙사 입주를 앞둔 한양대 일대의 월세는 두드러진 하향 안정세를 보여 주목된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관내 한양대 인근 소형(33㎡ 이하) 임대주택의 월세를 지난 1월 기준 조사했더니 55만4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만3천원에 비해 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실제 거래가 완료된 자료를 근거로 운영되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부동산거래시스템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이러한 하락세는 부동산정보플랫폼 ‘다방’이 이달 11일 서울시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가 지난해에 비해 상승세를 보였다고 공개한 것과 정반대다. 다방은 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가 지난해 57만4천원에 비해 올해 60만9천원으로 6.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3월 새 학기를 맞아 신축돼 학생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한양대 제6생활관과 제7생활관. 성동구 제공

이런 한양대 인근 원룸 하향 안정세의 원인은 신축 기숙사 입주 덕분이다. 학생들의 숙원이던 기숙사가 완공돼 2025년 새 학기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새로 조성된 제6생활관(지하 3층~지상 7층, 200실)과 제7생활관(지하 2층~지상 7층, 403실)을 포함해 1198명이 추가 입주할 예정이다. 신축 전 2184명에 그치던 기숙사 수용인원은 3282명으로 크게 늘어난 덕분에 월세 수요가 분산되면서 인근 원룸 가격 하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양대 기숙사 확대 과정은 수월하게 이뤄진 일이 아니다. 학교가 2015년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하자 당시 원룸을 운영하던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며 기숙사 신축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주민 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학생들은 거리 집회와 농성으로 기숙사 신축을 촉구했지만 주민들은 생계 위협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구가 중재에 나섰다. 비슷한 시기에 기숙사 건립을 논의했던 다른 대학가의 경우 완강한 주민 반대로 기숙사 신축 계획이 끝내 무산됐지만, 성동구는 서로 윈윈할 방안을 찾는 중재 노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양대의 신축 기숙사 계획 발표 5년 만인 2020년 11월 건축허가를 내줬다.

당시 갈등의 핵심은 기숙사 신축으로 인해 인근 원룸에 공실이 생기면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었다. 장기간 논의 끝에 2019년 3월 ‘성동한양 상생학사’가 해결책으로 도입됐다. 주민이 보유한 원룸을 학생들에게 시세 대비 저렴한 임차료로 제공하는 제도다.

2017년 10월 한양대가 신축 기숙사 건립과 관련해 원룸 임대인 주민들과 정원오 구청장의 간담회를 열고 상생 해결책을 모색했다. 성동구 제공

성동한양 상생학사는 성동구, 한양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인이 협력해 운영하는데,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보증금 2900만원을 연 1% 금리로 대출하고 성동구와 한양대가 매달 15만원씩 지원해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보증금 100만원과 월 임차료 20만~30만원, 이자와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 이로써 주민들은 공실 걱정 없이 임대 수익을 보장받고 학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확보했다. 나아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LH에서 비용을 지원해 화재 대비 시설을 제공하고 구와 소방서가 협력해 화재안전 특별조사, 폐회로티브이(CCTV)와 비상벨 등 보안시설을 늘렸다.

상생학사는 현재 4호점(48실)이 운영 중이며 구는 기숙사 신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공실도 상생학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숙사 신축과 지역 임대 시장 안정을 동시에 해결하는 이런 해결책은 전국 최초의 모범 사례가 됐다. 한양대 학생 정현우(27)씨는 “높은 월세 탓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신축 기숙사로 주거 부담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청년들의 주거 안정화에 힘을 모아준 성동구와 관련 기관 그리고 임대인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한양대는 이번 신축 기숙사를 건설하면서 개방형 옥외주차장 36면, 쉼터, 체력단련실, 독서실 등 시설을 주민과 학생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해 학교와 지역 주민과의 교류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학생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양대 기숙사 건립은 대화와 설득으로 결실을 맺은 ‘성동한양 상생학사’와 더불어 대학가 월세 안정화 및 학생들의 주거권 안정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지역 발전을 함께 이끌 수 있는 상생형 맞춤 주거 지원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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