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82살 독거어르신 “왜 죽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노원구 자살률 감소 일등 공신 이웃사랑봉사단

등록 : 2017-11-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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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1133명 자살위험 주민에

정기적으로 전화 걸기 봉사활동

처음엔 냉담한 반응 대부분

7년간 꾸준한 활동 자살 방지 주효

노원구 자살률 감소의 1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이웃사랑봉사단의 김대근 단장(뒷줄 왼쪽)과 봉사단의 ‘꽃’으로 불리는 4명의 심리상담요원들이 지난 3일 노원구 월계1동 주민자치센터에 모여 심리상담의 어려움과 기쁨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김 단장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선화·최영숙·김주희·소미경 상담요원.

‘노원구 자살률 감소의 일등 공신.’

자살 예방을 위해 2011년 조직된 노원구 이웃사랑봉사단(단장 김대근)이 노원구 안팎에서 자주 듣는 평가다. 구내 각 종교단체의 교인들과 통반장·자원봉사자 등으로 이루어진 이 봉사단이 구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2009년 29명에서 2016년 21.4명으로 빠르게 낮추는 데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일 월계1동주민센터에서 만난 김 단장과 봉사단의 심리상담요원 4명은 그 공을 ‘김성환 구청장을 중심으로 한 노원구 전체의 일치된 노력’으로 돌렸다. “2009년 자살자 수 180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았던 노원구가 2016년 기준 서울시 평균 자살률 23명보다 낮아진 것은 노원구 전체가 똘똘 뭉쳐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김 구청장이 당선된 직후부터 앞장서 이끈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 전국 최초 제정 보건소 안에 생명존중팀 신설 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팀 구성 등은 노원구의 ‘토털 플레이’가 가능한 기반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김 단장에 따르면, 이웃사랑봉사단도 김 구청장이 2011년 노원구의 종교인들 회의에서 “자살 예방 사업은 영성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기독교·천주교·불교가 하나가 되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부탁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날 회의는 당시 35년 이상 목회활동을 해오던 ‘김대근 목사’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김 목사는 이후 이웃사랑봉사단 결성을 주도하는 등 자살 예방 활동에 힘을 쏟다가 2013년부터는 단장직을 맡아 조직을 이끌어오고 있다.

현재 이웃사랑봉사단의 회원은 1133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노원구의 19개 주민센터에 소속돼 자살 위험성이 있는 주민들에게 정기적으로 전화 걸기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각 자치센터에 2~3명씩 배치된 심리상담요원들은 봉사단의 ‘꽃’이다. 이들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주민들에게 전화 하기와 방문상담이라는 가장 어려운 과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요원은 봉사단원 중 내부 추천을 받은 이로서 구에서 주관하는 3개월 과정의 심리상담요원 훈련을 받아야 임명된다. 2011년 제1기 교육을 수료한 소미경(64·월계2동) 요원은 “매달 한 기수가 배출될 만큼 구에서 상담요원을 길러내는 데 열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심리상담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자살을 염두에 둔 사람들일수록 상담 전화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 전화를 하면 상당수 어르신들이 ‘왜 전화했냐’며 차갑게 대하셔서 가슴앓이도 많이 했다”는 `새내기' 심리상담사 최영숙(62·월계1동) 요원의 말은 모두가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 전화 상담 끝에 겨우 방문 허가를 받아 2인1조로 방문상담에 나서도 고위험군 주민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상담요원들이 “찾아갈 때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 주세요’라며 꾸준히 마음의 문을 두드리자 굳게 닫혔던 문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윤선화(51·상계동) 요원이 “예전에 독거어르신이 죽고 싶다며 수면제나 끈, 쥐약 등을 보여주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자, 김주희(64·월계3동) 요원은 “그것은 이미 마음의 문을 조금은 여시고 ‘나 이렇게 힘드니 도와줘’라며 손을 내미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지난 7년간 전화와 방문상담이 지속되자 이제 독거어르신들이 상담요원들을 신뢰하고 친자식처럼 여기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친자식’이 생기면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던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태도도 크게 바뀌었다. ‘새로운 자식’들인 상담요원들에게 의지하면서 자살로 가기 쉬운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80대 독거 남성은 3년 전엔 죽고 싶은 마음이 95%였으나, 상담요원들에게서 관심과 배려를 받다 보니까 죽고 싶은 마음은 2~3%로 줄어들었다고 고백하시기도 했습니다.”(김 단장)

“죽고 싶다고 노상 말씀하시던 82살 독거어르신이 지금은 이렇게 좋은 세상을 왜 죽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구청장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소미경 요원)

하지만 이런 이웃사랑봉사단의 심리상담 활동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 단장과 상담요원들은 모두 “자살 고위험자분들이 삶의 희망을 찾는 것을 보면 우리 스스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이 느끼는 이런 ‘행복감’이 다시 ‘2020년까지 자살률을 OECD 평균수준인 12.0명의 낮추겠다’는 노원구의 다음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 기대된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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