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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리메이크곡 낳은 ‘먼지가 되어’
이미키, 87년 남편이 작사한 원곡 불러
최근 데뷔 32주년 앨범서 다시 불러
고음질 제작, 오디오 동호회 발표회
이미키(오른쪽)·송문상 부부가 서초구 잠원동 자신의 집 오디오 룸에서 데뷔 32주년 기념 음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 앞에는 이미키씨의 데뷔 앨범과 이번에 나온 시디 앨범이 놓여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가객 김광석이 불러 잘 알려진 ‘먼지가 되어’는 사연이 많은 곡이다.
“바하의 선율에 젖은 날이면/ 잊었던 기억이 피어나네요/ 바람에 날려간 나의 노래도/ 휘파람 소리로 돌아오네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그리운 임에 대한 애절한 노랫말과 클래시컬한 선율로 김광석 이후에도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했다. 2012년 티브이엔(tvN)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에서 로이킴과 정준영이 라이벌 미션곡으로 불러 젊은이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먼지가 되어’를 부른 가수만 해도 이 노래의 작곡자인 이대헌을 비롯해 이윤수, 더 포지션의 임재옥, 혼성밴드 럼블피쉬, 김종국, 장두석, 장철웅, 수와진 등 10여 명이 리메이크했다.
이 노래의 원곡가수는 흔히 생각하는 김광석이 아니다. 1987년 이미키(56)씨가 자신의 두 번째 음반에서 가장 먼저 부른 원곡가수다. 이씨는 그 전해인 86년 ‘이상의 날개’로 데뷔해 1집 앨범 <이미키>를 발매했는데, 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게다가 그가 부른 노래는 각 방송사의 ‘아름다운 노래’로 선정되는 등 시선을 끌었다. 그동안 4장의 독집 앨범과 3장의 드라마 OST 음반을 발표한 이미키는 방송 활동보다는 연주 활동에 치중해 대중들에게는 점차 잊혀졌다.
그런데 ‘먼지가 되어’가 31년 만에 원곡가수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이미키 데뷔 32주년 기념 음반>에서 이씨는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이 앨범을 더 뜻깊게 하는 것은 바로 음반 프로듀서가 남편 송문상(61)씨라는 점이다. 송씨는 바로 ‘먼지가 되어’의 애절한 노랫말을 쓴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남편의 곡을 아내가 부르고 남편이 프로듀싱한 ‘부창부수’의 음반인 셈이다. ‘먼지가 되어’는 원곡과는 아주 다르게 재탄생되었다. 탄생에 영감을 주었다는 ‘바흐: 아다지오 BWW974’의 피아노 선율이 처음에 잔잔하게 깔리고 중간에는 재즈풍으로 리듬과 선율이 바뀌면서 이미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듣는 순간 20대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청순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로 김광석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먼지가 되어’를 들려준다. 또한 이번 앨범에는 송문상씨가 작사한 신곡 <반쪽꽃>이 새로 수록됐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남태평양 섬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나지 못한 연인의 절실한 그리움을 표현한 노래이다. 하지만 이미키씨의 반응은 뜻밖이다. “저는 이 음반이 마음에 안 들어요. 전주가 나올 때까지는 좋은데 내 목소리가 나올 때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부족한 게 노래예요. 타고난 보이스 컬러를 믿고 저는 정말 노력 안 하는 가수예요.” 아내의 불만스런 반응에 남편은 이렇게 답했다. “저도 많은 가수를 데뷔시킨 프로듀서인데, 열 번 시켜야 좋아지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한두 번 해보고 베스트를 뽑아내는 가수가 있어요. 아내는 후자에 속해요. 프로듀서 편에서 보면 아내는 보이스 톤이 참 좋아요. 두성을 잘 쓰는 점이 장점이고요. 오페라를 부를 때 이마를 목소리로 생각하고 부르라고 하잖아요. 그게 두성 창법이에요. 아내가 두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창법을 구사해요. 두성을 많이 쓰면 목소리 나이가 덜 들어 보입니다.” 그러면서 부창부수 음반을 제작하며 겪은 어려움에 대해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것이랑 비슷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먼지가 되어’는 정식으로 발표하기 11년 전인 1976년에 만들었다. 송씨는 “명동 음악감상실 ‘쉘부르’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작곡하는 이대헌이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멜로디를 들려주고 가사를 써달라고 했다” 한다. “이번에 처음 하는 이야기인데 이 노래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노랫말에 담았어요.” ‘먼지가 되어’가 이미키와 송문상 부부를 세상에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면, ‘미키’라는 곡은 두 사람을 부부로 연결해준 프러포즈 곡이다. 송문상씨는 1980년대 초반 한국방송(KBS)의 음악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노래와 춤을 추는 ‘짝궁’ 멤버로 활동한 이미키씨에게 반해 이 노래를 작사·작곡해 프러포즈 곡으로 선사했다. 이씨는 “음악하는 선배님으로만 생각했는데, 나를 제대로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전달된 것이죠.” 20대 초반 나이에 결혼한 이씨는 1986년 데뷔 앨범에 ‘미키’를 수록했다. 남편은 어린 나이에 자신과 결혼해준 이씨의 재능을 살리려 노력했다. 아내의 앨범 프로듀싱은 물론, 자신이 작사·작곡한 곡도 수록곡으로 제공했다. 송씨는 무명시절 박진영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뷔앨범을 내게 해주고, 김원준을 발탁해 데뷔앨범을 프로듀싱해서 스타로 만드는데 기여하는 등 그동안 음악 프로듀서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또한 저작권협회에 등록한 곡만 해도 60여 곡에 이른다. 두 사람은 12일 특이한 형식의 발표회를 연다. 오디오 동호인 모임인 ‘하이파이클럽’이 음반 청음회 형식으로 발표회를 여는 것이다. 도저한 오디오 애호가이기도 한 송씨는 이번 음반을 제작하면서 오디오 파일용 고음질 제작을 위해 일본에서 초고음질 시디(UHQ CD)로 생산했다. 엘피(LP)는 독일에서 찍어 500장 한정으로 곧 출시한다. 여기에다 클래식 전문 연주자들이 반주자로 참여해 음반 전체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오디오 파일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 중 최상위층에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런 사람들에게 일단 인정받고 싶습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런데 ‘먼지가 되어’가 31년 만에 원곡가수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이미키 데뷔 32주년 기념 음반>에서 이씨는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이 앨범을 더 뜻깊게 하는 것은 바로 음반 프로듀서가 남편 송문상(61)씨라는 점이다. 송씨는 바로 ‘먼지가 되어’의 애절한 노랫말을 쓴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남편의 곡을 아내가 부르고 남편이 프로듀싱한 ‘부창부수’의 음반인 셈이다. ‘먼지가 되어’는 원곡과는 아주 다르게 재탄생되었다. 탄생에 영감을 주었다는 ‘바흐: 아다지오 BWW974’의 피아노 선율이 처음에 잔잔하게 깔리고 중간에는 재즈풍으로 리듬과 선율이 바뀌면서 이미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듣는 순간 20대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청순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로 김광석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먼지가 되어’를 들려준다. 또한 이번 앨범에는 송문상씨가 작사한 신곡 <반쪽꽃>이 새로 수록됐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남태평양 섬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나지 못한 연인의 절실한 그리움을 표현한 노래이다. 하지만 이미키씨의 반응은 뜻밖이다. “저는 이 음반이 마음에 안 들어요. 전주가 나올 때까지는 좋은데 내 목소리가 나올 때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부족한 게 노래예요. 타고난 보이스 컬러를 믿고 저는 정말 노력 안 하는 가수예요.” 아내의 불만스런 반응에 남편은 이렇게 답했다. “저도 많은 가수를 데뷔시킨 프로듀서인데, 열 번 시켜야 좋아지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한두 번 해보고 베스트를 뽑아내는 가수가 있어요. 아내는 후자에 속해요. 프로듀서 편에서 보면 아내는 보이스 톤이 참 좋아요. 두성을 잘 쓰는 점이 장점이고요. 오페라를 부를 때 이마를 목소리로 생각하고 부르라고 하잖아요. 그게 두성 창법이에요. 아내가 두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창법을 구사해요. 두성을 많이 쓰면 목소리 나이가 덜 들어 보입니다.” 그러면서 부창부수 음반을 제작하며 겪은 어려움에 대해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것이랑 비슷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먼지가 되어’는 정식으로 발표하기 11년 전인 1976년에 만들었다. 송씨는 “명동 음악감상실 ‘쉘부르’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작곡하는 이대헌이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멜로디를 들려주고 가사를 써달라고 했다” 한다. “이번에 처음 하는 이야기인데 이 노래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노랫말에 담았어요.” ‘먼지가 되어’가 이미키와 송문상 부부를 세상에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면, ‘미키’라는 곡은 두 사람을 부부로 연결해준 프러포즈 곡이다. 송문상씨는 1980년대 초반 한국방송(KBS)의 음악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노래와 춤을 추는 ‘짝궁’ 멤버로 활동한 이미키씨에게 반해 이 노래를 작사·작곡해 프러포즈 곡으로 선사했다. 이씨는 “음악하는 선배님으로만 생각했는데, 나를 제대로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전달된 것이죠.” 20대 초반 나이에 결혼한 이씨는 1986년 데뷔 앨범에 ‘미키’를 수록했다. 남편은 어린 나이에 자신과 결혼해준 이씨의 재능을 살리려 노력했다. 아내의 앨범 프로듀싱은 물론, 자신이 작사·작곡한 곡도 수록곡으로 제공했다. 송씨는 무명시절 박진영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뷔앨범을 내게 해주고, 김원준을 발탁해 데뷔앨범을 프로듀싱해서 스타로 만드는데 기여하는 등 그동안 음악 프로듀서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또한 저작권협회에 등록한 곡만 해도 60여 곡에 이른다. 두 사람은 12일 특이한 형식의 발표회를 연다. 오디오 동호인 모임인 ‘하이파이클럽’이 음반 청음회 형식으로 발표회를 여는 것이다. 도저한 오디오 애호가이기도 한 송씨는 이번 음반을 제작하면서 오디오 파일용 고음질 제작을 위해 일본에서 초고음질 시디(UHQ CD)로 생산했다. 엘피(LP)는 독일에서 찍어 500장 한정으로 곧 출시한다. 여기에다 클래식 전문 연주자들이 반주자로 참여해 음반 전체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오디오 파일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 중 최상위층에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런 사람들에게 일단 인정받고 싶습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