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좌석 뒤까지 확인→ 학부모 알림 “이런 게 소확변”<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

서울시, 공립초등학교 모든 스쿨버스에 ‘어린이 하차 확인 시스템’ 설치

등록 : 2018-09-06 16:18

크게 작게

통학차량 맨 뒤에 NFC 태그 붙여

등교 때는 차량 앞뒤까지 확인해야

전체 53대 설치…내년 5개교 확대

성동구, 서울 최초 유치원 등 설치

지난 8월29일 오후 종로구 효제초등학교 스쿨버스 앞에서 이성현(왼쪽) 운전기사와 홍경숙 탑승보호자가 ‘서울시 어린이 하차 확인 시스템’을 실행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지난달 29일 종로구 효제초등학교 주차장. 오후 1시50분이 되자 스쿨버스 문이 닫혔다. “얘들아, 앉아보자. 출발해야 돼. 얼른 벨트 매세요.” 홍경숙(58) 탑승보호자가 복도를 오가며 학생들이 벨트를 제대로 맸는지 확인했다. 저학년 어린 학생이 벨트 매는 걸 도와주기도 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홍씨는 휴대전화에서 ‘서울시 어린이 하차 확인 시스템’ 앱을 실행한 뒤 ‘버스 출발’을 선택했다. ‘탑승 인원을 확인해주세요’라는 음성 안내가 나왔다. “학교가 어제 개학해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께 전달만 한 상태라 아직 학생 명단은 입력이 안 됐어요. 교육받기로는 제가 탑승자 명단을 확인하면 그 학부모들께 ‘버스가 출발했다’는 알림이 바로 전달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차 안에 갇히는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시가 공립초등학교 모든 스쿨버스에 도입한 이른바 ‘잠자는 어린이 확인(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까지 53대 버스에 설치를 완료했다.


“가방 잘 챙겨요. 잘 가라. 내일 봐.” 마지막 학생을 내려놓은 뒤 스쿨버스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완전히 정차한 뒤 홍씨가 스마트폰에서 ‘전원 하차’를 선택했다. “전원 하차 처리합니다. 차량 내부를 확인하세요”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성현(65) 운전기사가 일어나 차 안 뒤쪽으로 걸어갔다. 뒤 유리창에 붙어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에 휴대전화를 갖다대자 “차량 내부를 확인하셨습니다. 차량 운행을 정상 종료합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나왔다.

이씨는 “아침에 ‘전원 하차’를 선택한 뒤 5분 안에 태그에 갖다대지 않았더니 스마트폰에서 요란한 경보가 나와 놀랐어요. 등교 때는 차 바깥쪽 앞과 뒤에 있는 태그 2개까지 모두 3개에 갖다대야 해서 바빠요. 왔다 갔다 하는 중에 자는 아이는 없는지, 차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는 없는지 자연히 확인하게 돼요”라고 했다. 경보는 학교 관리자의 컴퓨터 등에도 전달되고, 학부모는 아이의 승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홍씨는 “어제는 첫날이라 얼떨떨했고 제대로 안 눌러졌는지 계속 ‘아직 미확인됐습니다’ 음성이 나왔어요. 오늘은 조금 알 것 같고, 며칠 하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며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는 좋은 변화”라고 했다.

성동구 왕십리2동 신영창의어린이집 운전기사가 뒤 유리창에 붙어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에 휴대전화를 갖다대고 있다. 성동구 제공

서울시는 2015년 공립초등학교 스쿨버스 지원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안전사고가 난 적은 없었지만, 전국적으로 해마다 통학버스 어린이 갇힘(질식) 사고가 나서 공립초등학교 스쿨버스에도 안전장치를 도입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차량 내부 갇힘 사고에 대해 이 씨는 “기사분이 뒤를 한 번만 돌아봤어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같은 기사로서 아주 안타깝습니다”며 “나는 항상 끝날 때마다 뒤를 돌아보고 빠진 것 없나 본 뒤 문을 잠그고 있지만, 이 제도는 안전을 위해서 잘 만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 하차 확인 시스템을 들인 곳은 성동구다. 성동구는 지난 7월27일 전체 어린이집 버스 35대에 모두 설치했고, 지난달 초에는 유치원 통학차 43대까지 설치했다. 왕십리2동 신영창의어린이집 학부모 한선영씨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때 학부모로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한 달 전부터 아이가 차에 타고 내리는 정보가 휴대전화에 뜨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주변 엄마들이 정말 좋아한다. 어떤 엄마는 이런 게 ‘소확변’(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현재 스쿨버스를 운행하는 53개교 말고도 등하굣길 여건이 열악한 공립초등학교가 더 있다고 보고, 내년에 스쿨버스 운영을 58개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두 40억9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 어린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차량 밖에서도 탑승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스쿨버스 창유리를 밝게 바꿀 계획이다. 현재 스쿨버스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의 선팅 규정을 지키고 있으나 옆면 창유리 기준인 가시광선 투과율 40% 미만은 눈으로 식별이 어려운 수준이다. 서울시는 모든 창유리에 앞면 창유리 기준인 가시광선 투과율 70% 이상을 적용하려 한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