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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질문 변경 요구해 당혹”…“구 직원 지나치게 친절”

30대 초선 구의원 4명 의정 활동 100일 좌담회

등록 : 2018-11-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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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열 “민원 처리 업무 최우선”

이기중 “자칫 특권의식 빠질까 조심”

주이삭 “정당 논리 우선” 실감

진선미 “민원 생기면 곧장 현장행”

기초의원 활동 강화 위해서는

사무처 직원 인사권 독립에 한목소리

300만원 초반대 급여 수준으로

내실 있는 의원 활동 어려워


10월25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은 구의원 4인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양기열(33·자유한국당) 은평구의원, 이기중(38·정의당) 관악구의원, 주이삭(30·바른미래당) 서대문구의원, 진선미(35·더불어민주당) 강동구의원은 모두 30대 초선 의원이다. 의정 활동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느끼는 점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좌담회는 <서울&> 김도형 취재팀장의 사회로 1시간 반가량 열렸다.

김도형(사회) 젊은 나이에 구의원에 도전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이기중 의원은 삼세번 만에 당선됐고, 나머지 세 의원은 첫 도전에 바로 당선됐다. 각자의 정치 입문 스토리를 말해달라.

진선미 강동구에서 36년간 살았다. 인생 꿈 리스트 89가지가 있는데, 그중 정치인이 되는 건 없었다. 하지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게 들어 있다. ‘지금까지는 자신을 위해 살았으니 남을 위해 사는 기회를 잡아봐라’는 존경하는 분의 조언에 용기를 내 출마했다.

양기열 은평구 토박이다. 동네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지역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2009년부터는 자유한국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생활정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하고 구의원 선거에 나섰다.

이기중 관악구는 청년들이 많이 사는 고시촌 동네다.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는 청년 문제에 무관심했다. 젊은 의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출마했다. 21살 때 민주노동당에 입당했고 2000년 총선 선거운동도 경험했다. 관악구엔 (민선 기별로) 진보정당 구의원이 1명씩 있어 지역정치 중요성을 느꼈다. 구의원 선거에서 두 번 떨어지고,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출마했다.

주이삭 서대문구에서 나고 자랐다. 평범하게 살아왔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정책이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속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제3당이 잘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른미래당에 들어갔다. ‘아사’(아웃사이더)의 길을 택한 거다. (웃음) 주민에게 더 가까이 가서 호소하고 싶어 구의원으로 출마했다.

사회 의정 활동을 시작한 지 100일이 됐다. 그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한 활동은?

주이삭 구정 전반에 걸친 사업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역을 꾸준히 다니며 주민의 불편 사항을 들어 의정에 반영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처음으로 추경안 예산심의를 했는데, 허투루 보지 않고 꼼꼼하게 공부하고 심사했다.

양기열 주민들의 민원 처리가 최우선이었다. 민원 응대는 시간이 중요하다. 대개의 민원은 담당 공무원에게 문의해도 해결이 안 될 때 찾아온다. 구의원이 중간다리 구실을 해 구의 담당 부서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와도 함께 협의했더니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기중 임기 시작 뒤 세 번의 회기가 있었다. 이 가운데 9월 1차 정례회에서 결산과 구정 질문을 준비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진선미 민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민원이 생기면 바로 현장에 나갔다. ‘사후약방문식’ 민원 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민원에 앞서 대응하려 노력했다. 주민들을 열심히 만나며 민원이 생길 소지가 있는 일들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

사회 의정 활동하면서 느낀 점 중 기대했던 것과 크게 다른 것은?

양기열 구정 질문을 위해 집행부(구청)에 질문서를 보냈는데, 집행부에서 질문 내용을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싶은데 집행부에서 민감해하고 변경을 요청하니 난감하다. 구의회의 중요한 기능이 구청장을 포함한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못하고 있다.

진선미 이탈리아 유학 때, 이탈리아의 22살 기초의원이 거리낌 없이 활동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도 관행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을 많이들 해 안타깝다. 선진국 풀뿌리 의원들의 모습처럼 구의원은 동네 이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구의원들은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주이삭 서대문구의회는 민선7기를 맞아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얼마 전 업무추진비로 구설에 올랐던 의원과 같은 당 의원들이 조례 제정에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다. 구의회는 생활정치를 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정당 논리가 반영되는 점이 아쉽다.

이기중 구의회나 구청의 직원들이 구의원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느낌이 든다. 자칫 특권의식에 빠질까 늘 조심한다. 그리고 의정 활동에서 의원들의 인간관계가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의원들이 잘 지내는 것도 좋지만, 의원들 간 의견이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해관계 충돌에서 솔직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초의원 활동이 중요하다. 기초의원의 활동력을 높이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말해달라.

이기중 집행부와 의회의 권력관계 비대칭이 개선되어야 한다. 집행부와 의회의 건강한 견제 관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공천 문제로 구의원이 자유롭지 못한 측면도 있다. 공천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각 당의 공천제도 변경과 상향제 공천제는 도입돼야 한다. 선거 시기도 조정돼야 한다. 단체장과 구의원 선거를 같이하면 다수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진선미 최소한 구의회 전문위원은 의회에서 뽑을 수 있었으면 한다. 현재 구의회 사무처 직원들은 집행부 소속이다. 인사권이 구청장에 있다. 그러니 집행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1~2년마다 순환 인사를 하는 것도 문제다. 행정사무를 감사할 때, 구청 담당과를 조사해야 하는데 제구실을 하기 어렵다.

양기열 구의회의 인사권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의원들은 의회 사무처 검토의견서를 참고하기 마련인데, 사무처 직원들은 집행부의 눈치를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회가 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다.

주이삭 집행부를 견제하는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사권 독립과 보좌 직원 확보 등으로 정책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의회는 언론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구정 홍보에 견줘, 비판과 견제를 하는 구의회 활동은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지역 미디어에서만 다뤄지는 정도다.

사회 그래서 <서울&>에서 구의원 활동들을 자세하게 보도해 알리려 한다. (웃음) 구의원의 급여 수준과 겸직 허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이삭 겸직하지 않으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출이 많다. 월급을 모아 다음 선거도 준비해야 하는데, 현재 구의원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급여 수준은 아니다. ‘이래서 양당 정치만 살아남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정치를 하는 구의회에는 재력과 무관하게 다양한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 월급은 못 올리더라도 정치 후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양기열 주민일 때는 구의원들이 뭐 하는지 잘 몰랐다. 구의원이 되고 보니 할 일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구의회를 폐지하자는 여론도 적지 않은 마당에, 주민들이 의원 월급을 높이는 데 동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겸직에 대해서도 주민 여론은 부정적인 것 같다. 의원 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대를 늘리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기중 겸직은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수령) 320만원 정도 되는 월급으로 의정 활동과 생활을 다 하기는 어렵다. 세 번 선거를 치르느라 생긴 빚도 갚아야 하는데 거의 못하고 있다. 노무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의회와 정당 활동으로 바빠 일하기 어렵다. 겸직을 못하게 하고 의정비는 현실화했으면 한다.

진선미 겸직하면서 구의원 활동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무역업과 컨설팅업을 하고 있었는데, 현재 사업은 거의 손 놓았다. 그런데 소득 차이가 엄청나다. 재산 없는 사람은 정치하기 힘들 것 같다. 명예직으로 가면 구의회는 동네 유지들의 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겸직은 불허하는 것이 맞지만, 의정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사회 마지막으로 앞으로 좀더 힘을 쏟으려는 활동을 말해달라.

이기중 사회주택 도입이 공약이었다. 지역구에 청년 1인 가구가 많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양기열 초심을 잊지 않겠다. 주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생활정치를 실현하고 싶다.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위해 늘 공부하고 연구하려 한다.

진선미 어린이 안전, 여성 치안 보완, 강동구민의 일자리 지원 등에 힘을 쏟고 싶다.

주이삭 너무 많아 꼽기가 어렵다. 쓰레기 대책, 영·유아 보육, 청소년 교육과 자치 활동, 청년 지원 정책 등에 관심을 갖고 구의 정책을 검증해갈 계획이다. 생활정치에서 협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10월25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30대 초선 구의원 4명이 100일간의 의정 활동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정리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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