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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소통 행정 가미하고 SNS로 생중계

강동·중랑 등 초선 구청장들, ‘현장 구청장실’에 새바람

등록 : 2018-11-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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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주민이 날짜·주제 등 ‘요청’

건의·답변 내용까지 누리집에 공개

중랑, ‘중랑마실’ 현장 SNS 생중계

참여 못한 주민도 실시간 댓글 달아

9월28일 천호신시장에서 ‘제4차 찾아가는 현장 구청장실’을 연 이정훈 강동구청장(맨 오른쪽)이 한 상인의 의견을 듣고 있다.

“길에서 잠시 나눌 이야기가 아니네요. 따로 날을 잡아 ‘현장 구청장실’로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지난 9월18일 추석을 앞두고 강동구 천호동 천호신시장을 방문한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상인회장의 하소연을 듣다가 이렇게 말했다. 코앞에 닥친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상인들의 걱정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천호신시장, 천호시장, 동서울시장 등 재래시장 일대 3만8508㎡(약 2580평)를 아파트와 상업·업무시설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열흘 뒤인 9월28일 천호신시장에서 ‘제4차 찾아가는 현장 구청장실’이 열렸다. “여기에서 나가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체 터를 마련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한 상인의 질문에 이 구청장은 “임시 상가 조성은 사업 시행자와 협의해야 할 문제다. 정비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자는 세입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사업 인가할 때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조합에서 정한 보상금액이 합당하지 않다.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 다른 상인의 주장에는 “관련 법률 등에 따라 감정평가가 적절하게 되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함께 참석한 도시계획과장은 “현재 조합에서 구청 자료를 받아 감정평가사와 정정 협의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보상 형태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조합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선인 이 구청장은 취임한 직후인 지난 9월부터 주민 곁으로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생생한 의견을 듣는 찾아가는 현장 구청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9월7일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책임지는 ‘니즈 콜(Needs Call) 상담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9월11일 강동 행복나눔자전거연합 회원, 9월19일 둔촌역전통시장 상인회, 10월23일 나눔이웃·나눔가게 회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안과 어려운 일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선배 구청장들이 먼저 시작한 현장 구청장실에 이 구청장은 쌍방향 소통 행정을 가미했다. 방문 장소와 대상을 구청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해 운영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주민이 먼저 구청장과의 만남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주제·장소·시간 등에 제약 없이 구정에 관심이 있거나 구청장과 대화를 원하는 5명 이상의 주민이면 누구나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다.

주차 단속 완화를 요청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강동지부에는 10월30일, 어닝·폐회로텔레비전(CCTV)의 설치와 관리 문제를 제기한 성내전통시장에는 지난 7일 현장 구청장실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은 물론, 현장에서 답변하지 못한 건의·제안을 담당 부서에서 따로 검토해 답변한 내용까지 구청 누리집(www.gangdong.go.kr)에 공개하고 있다.

현장 구청장실을 아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생중계하는 초선 구청장도 있다. 새내기 구청장들의 행정 혁신 노력이 현장 구청장실에도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지난 10월15일 상봉초등학교에서 취임 뒤 첫 번째 찾아가는 소통 현장 ‘중랑마실’을 진행했다. 통학로 안전 확보와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과의 대화를 위해서였다. 류 구청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학부모, 주민들과 함께 초등학교 주변 공사 현장과 주변 도로, 횡단보도 등 현장을 점검하고, 학교 시설 곳곳을 둘러보며 현황을 파악했다.

이어 열린 ‘주민과의 대화’에서 주민 의견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들은 공사장 주변 통학로 안전 확보에 힘써줄 것과 스쿨버스 노선에 횡단보도 신호등을 설치하고, 운동장의 인조 잔디 교체를 지원해줄 것 등을 건의했다. 이에 류 구청장은 아이들의 안전 확보와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약 1시간20분 동안 이루어진 중랑마실은 류 구청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사정상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도 생중계를 보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내고 참여할 수 있었다. 김아무개씨는 “항상 운동하러 상봉초등학교에 가는데, 운동장 시설을 검토하고 학교 앞 도로를 확장한다고 하니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10월15일 찾아가는 소통 현장 ‘중랑마실’에 나선 류경기 중랑구청장(왼쪽에서 넷째)이 주민과 함께 상봉초등학교 주변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류 구청장은 10월30일과 31일에는 면동초등학교와 태릉중학교를 잇달아 방문했다. 오는 12일에는 상봉동 먹자거리 조성을 논의하기 위해 상봉신협 본점으로 중랑마실을 나갈 예정이다. 중랑구는 앞으로 매달 1~2회 중랑마실을 열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현장 구청장실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주민들의 고충도 많이 알게 되었고, 정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것은 행정의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구민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구청장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구민을 만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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