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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와 기다림으로 1년 4개월간 대화했죠”

인터뷰 | 고상기 동작구청 가로관리팀장

등록 : 2018-11-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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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와 기다림이었던 것 같습니다. ”

이수사계길 조성과 관련해 구청 쪽의 실무 대표로 거리가게 상인들과 협상을 벌였던 고상기(58·사진) 동작구청 가로관리팀장은 60여 차례 협의를 거듭한 배경과 그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4년 민선 6기 구청장 부임 이후 단속 위주의 거리정비 사업을 개선해야겠다는 이창우 구청장의 의지와 쾌적한 통행 환경을 바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기에, 2016년 9월 협상 시작 이래 2018년 1월까지 1년 4개월간의 긴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 있던 거리가게 51개를 24개로 줄이는 과정에서 재산 조회 등으로 기업형 노점은 미리 배제하고 주류, 일반 잡화, 신발 등 공산품 가게 등 업종도 퇴출 대상으로 삼았다. 고 팀장은 “노점 대표들에게 줄여서 오라”고 자율 축소를 유도했다고 한다.

재산 조회 동의를 얻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왜 우리의 신상을 노출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그만큼 공무원에 대한 신뢰도 낮아서 끈질기게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 팀장은 말했다. 그러나 노점상을 대상으로 재산 조사를 한 결과, 3억 이상(부부 합산 3억5천만원 이상) 있는 집은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일부 세간의 인식과는 차이를 보였다.

또한 상자형 가게에 들어가면 포장마차에서 할 때보다 “장사가 안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이 제기됐으나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주변 상권과 잘 어우러져 잘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동작구에 따르면 이수사계길 주변은 40여 년 전 포장마차가 들어설 때만 해도 동작구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 시설이었으나 지금은 구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편인 번화가이다.

이에 따라 동작구는 이번 거리가게 재정비를 통해 이수역 뒤편 남성사계시장과 여러 주변 상점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어 음식과 문화가 있는 디자인 특화 거리로 발전시킬 포석을 깔고 있다. 이를 위해 12번 출구 뒤편 유휴 공간에 미니 야외공연장을 꾸미고, 누구나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를 거리 곳곳에 설치했다.

고 팀장은 “이수사계길을 선보인 뒤 거리가게들에 손님도 늘고 주변 통행량도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컵밥거리 이전 사업 경험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큰 자신감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컵밥거리 이전 사업은 2016년 말 서울시로부터 상생·갈등 해소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수십여 개 구와 자치단체에서 컵밥거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며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떻게 (큰 마찰 없이)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수사계길 조성 사업 규모는 모두 6억5천만원. 가게마다 전기 시설, 상하수도 시설 설치 등에 구 사업비가 들어갔다. 크지 않은 투자액으로 상생의 거리 확보라는 큰 효과를 거둔 셈이다.

글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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