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구가 아니라 동작구다운 도시 만들게요”

다선의 힘, 구정의 완성ㅣ 이창우 동작구청장

등록 : 2018-11-29 15:27 수정 : 2018-11-30 15:32

크게 작게

44살의 젊은 나이에 첫 당선

종합행정타운 이전 착착 진행

흑석고 유치 임기중 매듭

강남 4구 아류 거부, 독자론 주창

노량진 구시장 쪽에 중재안 제시

거부당해 “아쉬워. 현실적 접점 찾길”

상도유치원 붕괴 관련 “정말 죄송”

전국 최초 안전 관련 독립부서 신설


이창우 동작구청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가 한강대교 남단에 있는 용양봉저정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공원 조성이다. 이 구청장은 “‘용양봉저’라는 정자 이름은, 용이 뛰고 봉이 난다는 뜻으로 정조대왕이 지으셨다. 이 일대는 사진가들 사이에선 이미 서울 야경을 가장 잘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전망대가 서고, 한강 양쪽은 물론 노들섬을 연결하는 걷기 중심의 ‘배다리’까지 건설되면 동작구는 새로운 서울 최고 관광명소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행복한 변화 사람 사는 동작”은 인구 40만 명의 주거 중심 도시 동작의 슬로건이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동작의 ‘행복한 변화’는 구민들이 제게 기대하는 것이고, ‘사람 사는’ 동작은 제가 주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적으로 번영하면서 동시에 골고루 행복하기 위해서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44살에 구청장이 돼 재선에 이른 이구청장은 ‘매듭론’을 펼쳤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중간중간 매듭이 있어서란다. 자신은 그 매듭 하나하나를 두 번째 임기의 성과로 내놓겠다고 다짐한다. “동작구를 강남 3구의 아류로 만들기보다는 동작구다운 균형 잡힌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그는 구청사, 경찰서 등을 이전시켜 한데 묶은 종합행정타운 건설과 흑석고(가칭) 유치 등을 두 번째 임기의 핵심 ‘매듭’으로 꼽았다.

최연소 초선에 이어 재선까지 되었는데, 선거를 치르면서 느꼈던 소회와 다짐을 듣고 싶다.

“처음 선거에 나섰을 때는 솔직히 뭐가 뭔지 몰랐다. 주민들도 많이 만났는데 말씀들이 잘 체감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민들의 말씀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특히 지난 임기 동안했던 여러 도시계획 사업에 대한 지지와 제안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구체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청소·주차·보육·교육·안전 문제 등 주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신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다. 민선 6기에 많은 일을 했다고 여겼는데,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새삼 깊이 각성했다. 그래서 선거 끝나자마자 생활 분야 사업을 많이 구상하고, 내년 예산에도 크게 반영했다.”

 

초선 때 한 일 가운데 성과와 아쉬운 부분을 한 가지씩 꼽는다면?

“선거 때 주민들께 가장 자랑한 것이 있다. 우리 동작의 미래 30년을 내다보는 미래종합도시발전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에 따라 동작구민의 숙원 사업인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조성 사업’ 청사진을 구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제시한 일이다. 반면에 아쉬운 점은 주민들이 바라는 흑석동에 고등학교를 유치하는 일이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는 점이다.”

고교 유치가 동작구 차원의 중요한 과제였는지 몰랐다. 

“현재 동작은 인구 40만 명에 고등학교가 5개인데, 같은 교육청 관할 지역인 관악구는 인구 50만 명에 11개나 있다. 우리 동작구민은 이것을 심한 교육 환경 불균형으로 본다. 많은 아이가 근처에 학교가 없어 관악구에 있는 학교로 가고, 학부모들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이사를 고민하는 일이 해마다 거듭되고, 관할 교육청은 학교 총수가 부족하지 않다며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해왔다. 그러나 최근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사립고를 유치하는 문제를 교육청과 논의 중이고, 박원순 시장께도 도움을 요청해두었다. 조만간 이 문제를 반드시 잘 매듭지어서 구민들께 큰 선물을 안겨드리겠다.”

 

가칭 흑석고 유치 외 임기 중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민선 6기에서 7기에 이르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정작 주민들의 체감 정도는 낮다는 평가가 있다. 그동안 구청이 펼친 사업이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이유는 중간중간에 매듭이 있기 때문인데, 그것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앞으로 민선 7기 동안 그 매듭들을 하나하나 지어 보이겠다.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조성, 흑석고 유치를 비롯해 신상도 지하차도 확장, 사당로 확장 사업도 임기 중에 매듭짓겠다. 신상도 지하차도는 2020년까지 4차로로 확장해 출퇴근 정체를 해소할 계획이고, 사당로는 2021년까지 6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위해 추진 부서를 아예 서울시에서 우리 구로 이관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동작구가 지향할 도시로서의 특성이나 과제는?

“저는 동작을 강남의 네 번째 구로 만들겠다는 식의 주장을 들으면 답답하다. 우리 구는 강남, 서초와 태생부터 다르다. 동작은 주거 비율이 전체 면적의 84%를 차지한다. 공장 지대도 유흥 지역도 없다. 이런 특징을 장점화해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지, 이웃 동네 흉내를 내려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최소한의 지방정부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상업 공간 비율이 5% 정도는 돼야 한다. 현재 3% 조금 넘는데(올 6월 현재 3.76%), 남은 2%를 빌딩 숲이 아닌 일반상업지역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계획도 이 계획의 한 부분이다. 구청, 경찰서 등 공공기관이 장승배기로 들어가고 남은 노량진 자리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새롭게 생긴 공간에 도서관, 어르신 복지시설, 국공립어린이집 등도 함께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불편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이슈가 된 노량진수산시장 문제에 동작구청의 입장은 어떤가?

“노량진수산시장 갈등 초기에 구청이 중재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아쉽다. 구시장 상인의 입장을 반영해 구청에서 중재안을 냈지만 거절당했고, 나중에 서울시도 비슷한 안으로 중재를 했지만 실패했다. 현재는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수협이나 구시장 상인 쪽 모두 노량진수산시장의 미래를 생각해 현실적인 접점을 찾길 바란다. 무엇보다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치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는 온 국민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학부모,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구에서는 사고 수습을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상도유치원을 찾아가서 다시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학부모 대표께서는 고맙게도 사고 후 조처에 대해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구에서는 전국 최초로 안전 관련 독립 부서를 신설했다. 담당자인 ‘안전재난 담당관’을 민간 전문가 중에서 임용할 예정이다. 비용이 좀 들겠지만 ‘예방적 비용이 사고 수습 비용의 1천분의 1도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자고 구청 직원 모두가 다짐하고 있다.”

재선인데도 아직 40대다. 지방자치에 대한 소신이나, 개인적인 정치적 포부가 있다면 들려주기 바란다.

“저는 여태까지 구청장직을 가지고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도모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지방자치의 발전과 관련해 구청장 임기 문제를 국민 여러분께 꼭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단체장은 임기 8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일을 하다보면 10년 안에도 이루기 어려운 장기 계획들이 대단히 많다. 현행 4선 이상의 임기 제한은 사실 정치적 필요 때문에 설정된 것이지, 주민의 이익과 도시의 일관성 있는 발전과는 무관하다고 본다. 저도 막상 구청장을 해보니 연임 제한의 벽은 생각보다 컸다. 어떤 지역의 단체장은 임기 8년으로 충분할 수 있고, 어떤 곳은 12년을 해도 부족할 수 있다. 도시마다 도시계획과 발전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끝으로 동작구민에게 하고 싶은 다짐이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다시 동작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선거 때 구민들께 약속드렸던 것은 반드시 실천해서 구민들께 동작의 변화와 발전을 꼭 선물해드리겠다. 이번 선거에서 저를 맞아주실 때 ‘우리 구청장, 우리 구청장’이라고 한목소리로 불러주신 점 늘 잊지 않겠다. 임기가 끝난 뒤에도 제 이름보다 ‘우리 구청장’이란 칭호로 동작구민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 이 말씀을 이 자리를 빌려 꼭 전하고 싶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48살의 젊은 재선…지근에서 모신 노무현 사람

△민선 6기(2014~2018) 동작구청장 △18대 대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 일정기획팀장 △민주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2008~2010)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2003~2008)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새천년민주당 정세분석국 부장, 대통령 후보 비서실 비서(2002) △새정치국민회의 입당 △서울 여의도고, 방송통신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도시공학 박사과정 재학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부인 이정미(44)씨와 2녀.

재선에 성공한 이창우(48) 구청장은 4년 전 초선 때는 서울 단체장 중 최연소 당선자로 화제가 됐다. 재선인 지금도 40대 나이로 여전히 가장 젊은 구청장 그룹에 속한다. 초선 때는 젊고 짧은 정치·행정 경력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으나, 지체되고 있던 노량진 상권 개발 촉진을 위한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건설 계획을 임기 동안 추진해 주민들의 높은 지지를 끌어냈다.

이 구청장의 정치 이력은 노무현 대통령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노무현 사람’을 자임하는 그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참여정부 5년 동안 청와대 비서실 제1부속실에서 근무하며 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모신” 사람 중의 하나였다. “가까이하다보니 그분의 사고방식이나 습관까지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그의 집무실에는 노 대통령과의 추억이 어린 사진과 어록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이 구청장의 정치 입문도 노 대통령의 걱정과 격려 속에 이뤄졌다. “처음 말씀드릴 때는 선배들과 잘 상의해서 결정하라고 하셔서 저를 부족하게 여기시는구나 싶어 내심 서운했다. 그러나 이듬해 신년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대통령은 그때의 일을 잊지 않고 먼저 출마 여부를 물어주셨다. 그래서 선배들과 논의해서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씀드리자 ‘그래? 출마하기로 했다면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하네! 본인의 생각이 옳다면 선거에서 이겨야 실천할 수 있으니까. 꼭 이겨서 돌아오게!’” 이 대화가 노 대통령과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고 한다. “처음 제 뜻을 밝힐 때 대통령께서 제게 왜 구청장을 하려 하느냐고 걱정스레 물으신 적이 있다. 그때 이렇게 말씀드렸다. 대통령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람 사는 세상’의 동작구편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동작구의 슬로건 ‘행복한 변화, 사람 사는 동작’은 여기서 비롯되었고 한다.

지난 9월 온 국민을 가슴 철렁하게 했던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 때 사후 처리를 둘러싸고 곤욕을 치렀던 그는 “이미 지난 일이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 같지만, 다 제가 지고 가겠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임기를 제한하는 구청장직에 대해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억지로 출마 금지하는 것은 주민들에게도 손해”라 하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8년 임기론’을 거론해 해석의 여운을 남겼다.

나를 있게 한 이것

대통령의 한마디, “힘들지만 무척 아름다운 길”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공직 출마를 권유하며 해주신 말씀이다. 그분이 거쳐왔던 아름다운 길에는 영광보다는 어려움이 더 많았지만 결국 그 고난이 그분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 한마디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내게 천금의 다짐이 되고 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