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찾아가는 성희롱 예방 교육

기고ㅣ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등록 : 2019-01-24 15:59

크게 작게

서울시가 지난해 취업 정보 소개 회사인 알바몬, 알바천국과 함께 전국 아르바이트 청년 6722명에게 성희롱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한 결과, 3명 가운데 1명꼴인 31%가 근무 중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가씨 너무 예뻐서 쳐다보느라 커피를 쏟았네.” “남자답게는 생겼는데 전에 있던 알바보다 못생겼네”처럼 불쾌한 성적 발언이나 외모 평가가 가장 많았고, 신체 접촉, 성차별적 발언, 개별적 만남 요구 사례도 있었다.

성희롱 피해를 받은 이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관련 기관을 통해 민원을 접수했다는 응답이 2%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이 참고 넘어가거나(60%), 대응 없이 그만뒀다(15%)고 응답했다. 피해 발생 때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고 답한 경우도 68%에 이르렀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피해가 6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10인 미만 사업장은 관련 법에 따라 성희롱 예방 교육 자료나 홍보물을 게시·배포하는 방법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 예방 교육 의무 대상자에서 제외돼 있다.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청년들은 “그 손님만 오면 불쾌함이 들고, 또 올까봐 불안했다”거나 “그 아르바이트 업종을 다시 선택하기가 어려워졌다” “일하러 온 게 아니라 몸과 외모 평가 받으러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생애 첫 노동의 경험이 평생의 상처로 남아서야 할까.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이러한 아르바이트 현장의 실태를 개선하고 ‘성희롱 없는 안심일터’를 만들기 위해 ‘서울 위드유(#WithU)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청년유니온, 알바천국, 알바몬이 뜻을 같이했다. 올해 ‘서울 위드유 프로젝트’는 소규모 사업장 등 성희롱 사각지대 예방, 성희롱 예방교육 점검 강화를 통한 ‘필수교육 제도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때 ‘안심일터’ 표시, 민관 ‘안심일터 만들기’ 캠페인 등을 추진한다.

먼저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는 ‘찾아가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한다. 서울시는 희망 업체 신청을 받은 뒤 운영하는 강사진(약 15명)을 활용해 교육에 나선다. 실제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위생 교육은 수도 없이 받아봤지만 성희롱 예방 교육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그런 교육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도 함께 힘을 보탠다. 사업장 대상 기초노동질서 자율 점검표에 ‘성희롱 예방 교육 이수’ 여부와 ‘관련 자료 비치 여부’를 추가해 성희롱 예방 교육이 위생 교육과 마찬가지로 법적 교육임을 알리고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면 이제 해당 사업장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이수했는지 먼저 확인해볼 수 있다.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이수한 사업장에게 온라인에 ‘안심일터’임을 표시해 구직 청년들의 선택권을 확대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3일 시청사에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청년유니온, 알바천국, 알바몬 등과 함께 ‘서울 위드유 프로젝트’ 출범식을 열었다. 서울시 제공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무엇보다 성희롱을 걱정하지 않고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청년유니온과 ‘성희롱 없는 안심일터 캠페인’을 추진한다. ‘안심일터’ 스티커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원사인 파리바게뜨, 맘스터치 등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매장 등 서울 시내 약 5천여 개 매장에 붙일 예정이다. ‘이 매장은 서울시 안심일터 캠페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서울시 홍보대사인 걸스데이 멤버 유라의 이미지가 함께 실렸다.

서울 위드유(#WithU) 프로젝트는 비단 아르바이트생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지금 성희롱·성폭력으로 눈물을 흘리는 모든 시민을 위한 것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성희롱·성폭력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시민 편에 서서 항상 함께한다는 믿음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서울 위드유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겠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