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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 4만9천 대 중 자정 26%
오전 1시 20%, 오전 2시 14%만 운행
운전자 대부분 고령, 심야 운행 기피
시민, 택시 안 잡힌다는데 빈 택시 40%
심야 운행 적어 수급 불균형 심각
기자는 일평균 12만4752원 수입,
법인택시는 평균 17만6천원 수입
법인택시 일평균 225㎞ 주행, 탑승 22회
서울시 “수급 불균형 시정 노력”
서울시 “수급 불균형 시정 노력”
“주간에는 아무리 못해도 180이나 200㎞ 이상 뛰어야 하고, 야간에는 250㎞ 이상은 해야 돼.”
택시 운전을 시작한 첫날 오후 퇴근 무렵, 택시회사 사무실에 들어가자 이아무개 전무가 내게 한 말이다. 앞서 “오늘 얼마나 했냐”고 묻기에 “10만원 가까이 했다”고 하자, 곧바로 킬로(미터) 수는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120킬로 정도 된다”고 하자, “그 정도 해서는 안 되고 앞으로는 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택시에는 미터기가 있는데 운행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 수입 금액, 총 주행거리, 영업 주행거리, 영업 횟수 등 택시 운행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이 기록된다. 택시 기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날마다 ‘운행기록일보’를 작성하는데, 기사들의 근무 성적표인 셈이다. 기사들은 운행기록일보를 쓰면서 일과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운행을 시작할 때와 끝냈을 때의 차이가 그날 운행 실적이다.
기자는 지난해 택시회사에 취업해 12월11일부터 18일까지 주간 5일, 야간 3일을 합쳐 8일 동안 택시 운전을 하면서 총 1404㎞를 달렸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인 440㎞의 3배가 넘는 거리다. 이 중에 851㎞는 손님을 태우고 달렸고, 553㎞는 빈 차로 달렸다. 영업 주행거리와 공차 주행거리를 비율로 따지면 6 대 4 정도 된다. 쉽게 설명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세 번을 갔는데 한 번은 손님을 태우고 갔고, 한 번은 손님을 태우고 가다가 밀양을 지나서 부산까지 30㎞를 남겨둔 지점에서 손님을 내려주고 갔고, 한 번은 애초 손님을 태우지 못하고 빈 차로 간 셈이다.
디지털 운행기록계는 요금미터기와 디지털 운행기록장치가 통합돼 있다. 운행 요금부터 운행 거리, 영업 거리, 영업 회수 등 다양한 운행 정보가 기록된다.
서울시 법인택시 1인당 운행실적과 비교해보니
서울시 법인택시 운전기사 1인당 운행 실적(2018년 3분기 기준)을 보면, 하루 평균 총 주행거리는 225㎞이고 손님을 태운 영업 주행거리는 144㎞로 나타났다. 영업 주행거리가 64%, 빈 차 주행거리는 36%이다. 기자의 일평균 총 주행거리 175㎞보다 50㎞가 더 많고, 영업 주행거리 106㎞보다는 38㎞가 더 많은 수치다.
기자가 8일 동안 벌어들인 총 영업수입금은 99만8020원으로 하루 평균 12만4752원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 법인택시의 하루 평균 수입금 17만6천원보다 5만1248원 적은 금액이다. 초보 택시 기사가 처음부터 수입을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날이 야간 근무를 한 17일의 15만8300원, 가장 적은 수입을 올린 날은 주간 근무를 한 15일의 9만3800원이었다. 기자의 하루 평균 영업 수입을 월평균으로 환산해보면, 324만원이 나온다. 이는 법인택시 기사 월평균 457만원보다 무려 133만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들은 손님을 한 번 태울 때마다 평균 6.9㎞를 달려 8천원을 벌었다. 이에 비해 기자는 6.7㎞를 달려 7858원을 벌었다.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의 1인당 일평균 수입금은 2014년 16만3천원에서 2017년 17만원, 2018년에는 17만6천원으로 늘어났다. 이병욱 서울시 택시물류과 택시정보분석팀 주무관은 “법인택시 기사 전체 수입금은 감소하는 데 비해 1인당 수입금은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는 승객의 증가로 수입금이 늘어난다고 보기 어렵고, 택시 기사 수가 줄고 있는 것과 관련이 크다”고 말했다.
기자가 택시 운전을 한 8일 동안 총 영업 횟수는 127회로 하루 평균 15.8회 꼴로 손님을 태웠다. 이는 서울시 법인택시 평균 22회보다 6.2회 적은 수치다. 가장 많이 손님을 태운 날이 13일과 16일 18회였고, 가장 적은 날이 15일 12회였다. 서울시 법인택시의 하루 평균 영업시간은 10.8시간으로, 입·출고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다.
법인택시보다 개인택시 운행 실적 저조
기자가 8일 동안 사용한 가스는 총 214ℓ(19만원어치)로, 하루 평균 26.7ℓ(2만4천원어치)씩 쓴 셈이다. 가장 많이 쓴 날이 야간 근무를 한 16일로, 32ℓ(2만9천원어치)를 썼다. 이날 총 주행거리는 233㎞, 영업 주행거리는 126㎞였다. 주간 근무 첫날인 11일은 가스 사용량이 20ℓ(1만8천원)로 가장 적었다. 이날은 택시 운전 첫날이라서 그런지 총 주행거리, 영업 주행거리 등 운행 성적이 8일 중 가장 부진했다.
서울 법인택시의 2018년 1인당 일평균 가스 사용량이 30~35ℓ 정도인 것에 견주면 기자가 쓴 가스양은 서울시 법인택시 일평균 가스 사용량보다 최소 4ℓ 정도 적은 양이다.
서울시 개인택시의 총 주행거리 등 평균 수치는 법인택시를 조금 밑돈다. 2018년 기준 개인택시의 일평균 운행 수입금은 16만3천원으로, 법인택시보다 1만3천원 적다. 개인택시는 큰 틀에서 이틀 일하고 하루를 쉬는 3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월 20일 정도 일하는데, 법인택시와 달리 사납금은 없다. 총 주행거리는 220㎞로 법인택시보다 9㎞, 영업 주행거리는 138㎞로 법인택시보다 18㎞, 영업 횟수는 21회로 법인택시보다 1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무관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근무한다”며 “하지만 워낙 개인 편차가 커서 쉽게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택시 수급 불균형 심야 시간에 심각
시민들은 택시가 안 잡힌다고 아우성인데, 택시는 왜 총 주행거리의 40%가량을 빈 차로 다닐까. 택시의 수급 불균형은 택시 이용자 수와 택시 대수가 균형을 맞추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출근 시간대인 아침 6~9시, 심야 시간대인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택시 이용자 수가 택시 대수보다 많다. 반면 새벽 2~6시, 오전 9시~오후 9시까지는 택시 대수가 이용자 수보다 더 많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 택시의 일평균 시간대별 운행 대수 현황을 보면, 법인택시는 전체 2만2천 대 중에서 아침 6~9시에는 7천~9천 대가 나오고, 심야 시간대인 밤 9시~다음날 2시까지는 1만~1만2천 대 사이를 유지한다.
개인택시는 전체 4만9천 대 중에서 아침 6시 6900대, 7시 1만 대, 8시 1만3천 대, 9시 1만4천 대가 나오고, 심야 시간인 밤 9시부터 11시까지 1만4천 대가량을 유지하다가 자정 1만3천 대, 새벽 1시 1만대, 2시에는 7천대가량으로 떨어진다. 비율로 따져보면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는 전체 개인택시 중에서 28%, 자정 시간대는 26%, 오전 1시는 20%, 오전 2시는 14%만 운행을 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에 개인택시 운행을 독려하고 있다. 지우선 서울시 도로교통본부 택시물류과장은 “개인택시는 고령자가 많아 야간 운행을 힘들어하지만, 의무적으로 야간 운행을 하도록 사업 개선 명령을 내려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시간과 횟수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구축한 서울택시정보시스템은 통합형 디지털 운행기록계로, 요금미터기에 디지털운행기록장치가 통합돼 있다. 그러니까 택시 기사의 운행기록일보는 서울택시정보시스템의 원천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 디지털 운행기록계에는 택시 요금 정보를 비롯해 위치정보 시스템, 속도, 엔진 회전수(RPM), 브레이크, 가속도 등 운행 내용이 모두 기록된다. 서울시는 서울택시정보시스템을 통해 택시 요금과 소통, 운행 등을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택시의 시간과 장소별 통행량과 운행 특성 등을 분석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활용한다. 택시의 영업 정보와 위치 정보를 확인해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병욱 주무관은 “지난 연말에도 정보시스템을 토대로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해 평균 2천 대, 금요일 3천 대를 추가 운영해 효과가 있었다”며 “올해는 금요일에 상시적으로 부제를 해제해 승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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