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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 정책의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 만들겠다”

인터뷰 | 2월부터 2년 임기 시작한 김영경 초대 청년청장

등록 : 2019-04-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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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위원장, 명예부시장 역임

민선 5·6기 ‘협치’ 넘어 이제는 ‘자치’

“임기 2년 동안 행정의 시간표 아닌

날로 팍팍한 청년의 시간표로 살 것”

3월21일 서울시청에서 김영경 초대 청년청장이 서울시 청년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함께 서울시 청년자치정부를 이루는 ‘청년청’은 청년 정책 기획부터 예산편성, 집행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행정 집행조직이다. 기존 4개 팀이었던 청년 전담 조직을 7개 팀으로 2배쯤 확대하고, 시장 직속으로 설치해 권한을 전폭 실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청년청을 책임지는 청년청장은 개방형 직위(4급 상당)로 뽑았다.

지난 2월15일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한 김영경 초대 청년청장은 ‘초대’ ‘청년’과 인연이 깊다. 2010년 3월부터 한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초대 위원장을, 2012년 2월부터 서울시 초대 청년 명예부시장을 맡았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던 2011년 서울시와 행정소송을 벌였는데, 1년 뒤 어떻게 명예부시장을 맡게 됐나?

“2011년 노조 설립 신청서를 서울시 등 여러 곳에 냈는데, 구직자는 노조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반려해 서울시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그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후보가 청년유니온의 법 내 노조화를 약속했고, 당선 뒤에는 교섭하러 오라고 먼저 제안했다. 서울시와 청년유니온이 사회적 교섭을 할 때 명예부시장을 맡아 중간 다리 구실을 했다. 교섭 결과,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청년일자리조례가 만들어졌고, 이걸 모태로 2015년 청년기본조례까지 만들어졌다. 그때 한 사회적 교섭이 서울시가 초기 청년 정책의 흐름을 주도하고 중앙정부를 계속 이끌도록 한 셈이다. 사실 명예부시장 하면서 온갖 부서 찾아가서 자료 내놓으라고 난리 치는 바람에 서울시 공무원들 되게 고생하셨다. 지금도 저를 알아보는 분이 많아 ‘그때 힘들게 해드려 죄송했다’고 인사드리는 게 일이다.”

현재 청년명예시장이 있음에도 서울시가 개방형 청년청장을 뽑은 의도는?

“청년청장을 개방형으로 뽑은 건 청년자치정부 기획 의도와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민선 5·6기 서울시 기조는 협치였고 협치의 가장 큰 성과가 청년 정책이었다. 기성 시스템은 청년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변화와 문제를 잘 포착하지 못하고, 포착하더라도 문제 해결력이 더뎠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협치해 행정 시스템으로 빠르게 끌어들였고, 청년수당이나 청년 뉴딜 일자리나 희망두배청년통장 같은 성과로 나타났다. 이제는 협치를 넘어 자치라는 걸 해보자고 청년 스스로 목소리를 냈고, 서울시가 좋다고 화답한 것이다. 민관이 함께 정부를 만들어냈다는 의미에서 청년자치정부는 정부 혁신 모델이자 민관 합동 정부라고 생각한다. 밖에서 정책을 제안하던 청년이 행정 속에 들어와 직접 결정도 하고 운영도 하는 게 청년자치정부의 핵심이므로 청년청장을 개방형으로 뽑은 것 같다.”

청년청장 공모 요강을 보면 청년청장의 첫째 업무가 ‘청년자치 기반 청년 정책 수립 및 총괄 조정’이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청년 거버넌스를 통해 민간과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조정 기능은 청년청이라는 행정 조직이 서울시 청년 정책의 컨트롤타워(사령탑) 구실을 하는 것이다. 민선 5·6기 동안 청년의회에서 제안한 과제는 다른 실·국의 소관 업무도 있었는데, 청년 담당 부서만큼 힘이 안 실렸다. 청년일자리조례를 청년기본조례로 바꾼 건 청년 일자리 정책을 종합 정책화하는 패러다임 전환이었지만 행정의 작동은 여전히 미진했다. 이 미진함을 메우기 위해 청년청이 다른 부서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청년청이란 이름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행정 조직에서 독립적 의사 결정 기구에 ‘청’을 붙인다. 청장이 비록 4급에 불과한 청년청이지만, 시장 직속 기구이고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부여받아 다른 부서와 대등하게 협의 조정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또 ‘들을 청(聽)’이란 의미도 함께 담아 청년의 의견을 듣고 빠르게 시장에게 전달한다는 ‘의견 수렴의 신속성’이란 측면도 있다.”

3월17일 시정 참여 아카데미에서 ‘현재 청년의 문제는 실업 문제가 아닌 불평등 문제’라는 청년청 청년교류팀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청년의 문제가 달라진 만큼 서울시의 청년 정책도 달라졌나?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다보니 중앙정부보다 다양해졌다고 생각한다. 청년수당은 당장 일자리로 유도하기보다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기존 중앙정부는 취업 성공 패키지라며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쌓아놓고 ‘이걸 들으면 청년 구직활동지원금을 줄게’였지만,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줄 테니 네가 듣고 싶은 걸 들어봐’라며 자기 결정권을 쥐여준 것이다. 대신 재원이 중앙정부보다 턱없이 부족해 청년 대부분이 체감하기엔 규모가 너무 작았다. 올해부터 중앙정부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대상자를 전국 8만 명으로 확대한 건 긍정적이지만, 질적으로 변화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규모의 경쟁을 할 게 아니라 공조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와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

“최근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모델의 소프트웨어적 혁신성을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면 좋겠다고 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정책네트워크의 외형은 도입했지만 운영 원리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청년수당과 어떻게 공조할 것인지 중앙 부처와 논의하고 있고, 학자금 이자 지원 대상을 대학원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협의하고 있다. 개별 사업마다 부처와 논의할 것이다.”

할 일이 만만치 않다. 임기 2년이 촉박하게 느껴지겠다.

“2년을 행정의 시간표로 보면 짧은데, 시민의 자리에서 보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청년의 삶은 1, 2년 단위로 팍팍해지고 가파르게 안 좋아지고 있지 않나. 행정 안에 들어와 있지만 행정의 시간표로만 고민할 게 아니라 시민의 삶 시간표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혼자 마음이 급한 부분도 솔직히 있다. 최근 ‘청년의 삶에는 칸막이가 없는데 행정부처에는 칸막이가 있다’는 글을 봤다. 정책이라는 게 누군가의 삶을 조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부처 간 협업을 끌어내야만 시민의 삶에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그 성과가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혁신 모델을 서울시 안에 구현하는 게 청년청의 역할이자 저의 의지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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