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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도 거부한 골목길, 복지버스가 누빈다

등록 : 2019-07-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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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고지대 사당4동 운행 복지버스 3호차 개통 현장 동행 취재

오랜 마을버스 운행 민원, 15인승 무료 셔틀버스 마련해 해소

6월14일 동작구 사당4동주민센터 옆에서 열린 교통 약자를 위한 동작구청의 무료 셔틀버스 ‘복지버스’ 3호차 운행식 뒤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탑승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15인승 현대 솔라티 미니버스가 동작구 사당4동 고지대의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일방통행의 골목길은 미니버스 1대도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다. 6월14일 오전 사당4동 고지대에 무료 셔틀버스가 개통된 날의 풍경이다.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해 매일 동네 복지관까지 걷다 쉬다 하면서 30분 걸려 다닌다”는 박상옥(80)씨는 이날 무료 셔틀버스에 편하게 앉아 있다가 “복지관입니다” 하는 공익요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내렸다.

승객 이정애(73)씨는 “너무너무 행복해서 흥분을 억누를 수 없어요. 정말 신나요”라며 “좋아졌네 좋아져어” 하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사당4동 고지대 단독주택에서 40년 동안 산 이 동네 토박이 이씨에게 집에 가는 길은 “등산길같이 힘든 길”이었기 때문이다.

반장 일을 10년 넘게 맡은 이씨는 마을버스를 도입하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구청 등에 마을버스 개통 민원을 제기했으나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워낙 골목길이 좁아 버스가 회차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5인승 무료 셔틀버스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는 힘을 합쳐 조례도 만들고 예산도 확보해 지난 4월 상도권과 사당 2·3동에 ‘복지버스’란 이름의 무료 셔틀버스를 도입했다. 그리고 이날 사당4동에도 3호차를 투입한 것이다.


동작구는 구에 고지대가 많은데도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이 적잖은 점을 고려해, 대중교통 소외 지역에 사는 65살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에게 공공시설 이용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15인승 복지버스를 도입했다.

6월14일 동작구청 ‘복지버스’ 3호차 첫 운행의 첫 기착지인 복지관에서 동네 주민들이 내린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복지버스는 복지관, 보건소, 문화체육시설 등 고령자와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을 경유한다. 운행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한 하루 8회,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지난 4월 운행을 시작한 복지버스 1·2호는 하루 평균 200명이 탈 정도로 이용자도 많고, 이용자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동작구에 따르면 복지버스 3호차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이용자가 하루 5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이창우 동구청장은 14일 복지버스 3호차 개통식에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오랫동안 대중교통 마련 요구가 있었는데, 제대로 호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구청이 임시방편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마련했으니 기특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작구는 복지버스 운행 예산(1억4857만원)을 순수 구예산만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대상으로 비강남권 지역에 무료 서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구 자체로 교통 약자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곳은 동작구밖에없다. 애초 동작구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애인·노약자 버스’ 서비스를 동작구를 포함한 강남권까지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구에서 자체 운영하는 교통 약자 대상 첫 무료 셔틀버스

복지관 등 고령자 이용 시설 경유

마을 주민 “소원 풀었다!” 환호성

강북권에서는 서울시 예산으로

13개 구에서 21대 운행 중

6월14일 동작구 사당4동주민센터 옆에서 열린 동작구청 복지버스 3호차 운행식에서 이창우 동작구청장(오른쪽 두번재) 등 관계자들이 차량 제막식을 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강남권은 저상버스와 지하철이 잘 구비돼 있어 강남권까지 확대할 계획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복지버스가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고지대 주민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흑석동 등 다른 동에서도 복지버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원식 동작구 복지정책과장은 “고지대와 마을버스가 안 들어가는 곳에 먼저 도입할 계획”이라며 “마을버스 수익과 연관돼 있어 노선이 겹치는 지역에는 무한정 확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주 이용 주민이 연장자와 장애인임을 고려해 15인승 셔틀버스 문을 자동문으로 바꿔 단 데 이어 버스 안에 ‘하차벨’까지 달았다.

용산구와 서대문구는 문화시설과 체육시설을 경유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용산구는 2011년 6월부터 25인승 디젤버스 6대를 투입해 보건소 방문자, 구청·주민센터 자치회관 프로그램 수강자, 구가 설립·운용하는 문화·체육·예술시설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실제 운영은 용산구 시설관리공단에서 맡아 하는데, 노선마다 매주 월~금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6차례 왕복 운행(회당 70분 소요)한다. 지난해 호차마다 하루 이용객이 평균 228~288명에 이를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용산구는 올해 4월부터 신규 노선(한남동주민센터~꿈나무종합타운 16.5㎞)을 추가 개설해 모두 6개 노선을 운영한다.

서대문구는 서대문문화체육회관을 오가는 셔틀버스 4대(35인승 3대, 25인승 1대)를 매주 월~토요일 운행한다. 운영을 맡은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의 이종길 파트장은 “서대문문화체육회관은 규모가 제법 큰 데 백련산 중턱에 있어 마을버스가 1대밖에 운행하지 않는데다 전철에서도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을 정도로 교통편이 안 좋다”면서 “이에 따라 연간 3억5천만원의 구예산을 들여 셔틀버스를 운영 중인데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신다”고 했다. 서초구는 기억키움센터에 다니는 분들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인 ‘효도버스’를 운영한다.

서울시의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는 중랑(2), 도봉(2), 성동(2), 광진(1), 동대문(1), 노원(2), 성북(2), 강북(1), 종로(2), 은평(2), 서대문(2), 중구(1), 마포(1) 등 강북 지역 13개구에서 21대가 운행된다. 올해는 19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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