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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 생태계 구축의 세계 플랫폼’ 첫발 떼다

등록 : 2019-10-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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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울디자인재단 주최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시상식 열려

전세계 25개국 75개팀 참여…대상에 남아공 ‘두눈 학습 혁신 프로젝트’

지난 9월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두눈 학습 혁신 프로젝트’가 차지했다. 두눈 학습 혁신 프로젝트는 2013년부터 두눈 지방정부가 주도한 단계별 도시 재생 설계안이다. 시민 통합 다용도 공간인 도서관을 중심으로 빈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현지 주민들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미래의 ‘넬슨 만델라’가 이 도서관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교사, 의사, 운동선수…. 마약 등 범죄가 만연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소도시 아이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는 등 지금 현실적인 꿈을 밟아나가고 있어요. 지역사회 변화의 거점이 바로 ‘두눈 도서관’입니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최경란)이 9월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시상식과 콘퍼런스를 열었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과 환경의 지속가능한 관계 형성에 기여한 프로젝트에 수여하는 상이다. 2018년 ‘휴먼시티 디자인 서울’ 선언 이후 1년 동안 준비를 거쳤다. 지난 6월부터 세계 25개국 75개 팀이 쟁쟁한 프로젝트를 보내왔다. 4차에 걸친 심사 끝에 12개 프로젝트가 후보군으로 최종 선발됐다. 그 가운데 10개 팀이 서울로 날아와 소중한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대상과 1억원의 상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두눈 학습 혁신 프로젝트’(Dunoon Learning and Innovation Project)가 차지했다.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 수여식


‘내 집’ 같은 도서관이 허문 빈곤도시의 한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20㎞ 정도 떨어진 곳에 두눈이 있다. 포스트-아파르트헤이트 공동체로 1999년 3천 가구 규모 계획도시로 출발했지만 2015년 1만6천 가구로 급속히 팽창했다. 저조한 제반시설이 다섯 배로 불어난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 마약 범죄, 주거 빈곤, 슬럼화 등을 해결할 좀더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했다.

2013년 지방정부 주도로 설계한 도시재생 계획안인 ‘두눈 학습 혁신 프로젝트’는 시민 통합 다용도 공간으로서 ‘도서관’과 중고 컨테이너를 재생한 ‘체육관’ 두 신축 건물을 거점으로 영유아 센터, 엔지오(NGO) 공간, 민간 분야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보 허브, 기타 행정 서비스 공간 설립을 단계별로 완성해 도시를 되살리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3년에 걸쳐 기초 설계에 착수했다.

두눈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리즐 크루거파운틴(케이프타운 시정부 공간계획 환경국 수석 도시 디자이너)은 빈곤도시의 ‘등대’ 구실을 한 도서관 설계에 자부심을 보이며 <서울&>에 이렇게 설명했다. “초기 모델 설정이 중요했습니다. 도서관을 ‘가난한 가정의 확장된 공간’ 내지 ‘편안한 거실’로 디자인했어요. 당시 두눈 지역주민들을 조사했더니 ‘안전한 지식 습득의 공간’과 ‘가족과 즐겁게 놀 수 있는 스포츠시설’을 원했어요. 아이들이 위험한 거리에서 마약에 빠지지 않고 어머니나 할머니와 함께 ‘내 집같이’ 머물 공간 말이죠. 빈민 아동, 여성, 노인들은 임시 주거지역을 벗어나 ‘걸어서’ 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생겼다는 점을 기뻐했습니다. 안전한 배움의 기회가 지역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꿨죠. 공공노동 프로그램으로 현지주민들이 건설 과정에 참여하며 도시 변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나가고 있어요.”


슬럼화 겪던 남아공 도시 ‘두눈’, 도서관을 빈곤 극복 ‘등대’ 삼아

아동·여성, ‘안전 공간’ 탄생에 환호

디자이너, “서울서 얻은 영감 활용”

화재 예방 담은 홍콩 ‘노점 재정비’ 등

각국 프로젝트 서울과 닮은 듯 다른 듯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에서 대상 후보자들이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찰스 랜드리 심사위원장 및 심사위원단은 “도서관을 촉매제로 지역사회 참여를 강화한 점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개발계획으로 모든 심사 기준을 충족한 사례”라고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리즐 크루거파운틴은 “서울은 첫 방문인데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한강 풍경과 청계천 조성이 인상적이었다. 두눈으로 돌아가서 서울에서 본 디자인 영감을 활용하겠다”며 “상금 역시 두눈 지역 빈민층 치유와 향후 프로젝트 운용비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도시 문제와 대안 찾는 공유지식의 장

10개국(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싱가포르,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프랑스, 핀란드, 타이, 중국, 한국) 출신 디자이너들이 약 6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자신의 도시 문제’를 경연장에 올렸다. 공유 공간, 협업디자인, 협업주택, 저가주택, 마을공유센터 설립 방안 등이다. 콘퍼런스를 지켜본 시민 방정연(24·대학생)씨는 “결국 사람 사는 문제라서 그런지 서로 엇비슷하다고 느꼈다. 홍콩 ‘노점 재정비’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며 “서울도 최근 영등포 노점상 정리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되지 않았나. 디자이너 지망생으로서 현장을 집중적으로 리서치해야 궁극적으로 좋은 답이 나온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홍콩의 ‘노점 재정비’ 프로젝트는 시기 적절한 디자인이 시민 인식을 바꿔 정부까지 움직여낸 사례다. 건축가 만프레드 위옌은 “2011년 10명의 사상자를 낸 ‘화위안 거리 화재’를 목격한 뒤 낙후한 시설과 전기설비로 버티는 노점상들을 주목했다”며 “팀과 함께 약 8개월 동안 상인들과 대화 후 화재 방지와 전기 안전 기능을 갖춘 모듈을 디자인했다. 무엇보다 40여 분 걸리던 노점 설치 시간을 10여 분으로 단축하자 상인들이 나서서보급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기 홍콩 정부가 화합해 300만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4천여 개 노점상이 시설 정비 지원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플로팅 살라와쿠’ 프로젝트는 종교분쟁을 겪은 지역사회의 화합을 도모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1999년 암본시에서 발생한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종교분쟁 이후 두 교인의 지역사회도 분쟁으로 고통을 겪었다. 프로젝트는 이런 상황에서 거주지에서 공용 해변으로 나가는 길을 하나로 통합해버린 것이다.

서울 중구 필동의 ‘예술통 프로젝트’를 소개한 박동훈 대표는 “미술관에 가기 힘든 필동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미술품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프로젝트를 전개했다며 ‘필동 타운 프로젝트’에서 ‘스트리트 뮤지엄’을 지은 과정을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첫 회를 맞은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전세계 디자이너들의 축제 플랫폼이자 창조와 소통의 공간”이라며 “소셜 디자이너로서 인류 공동 과제인 사람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 지속 가능한 도시 생태계 창조를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가 더욱 발전해 서울이 도시 생태계 구축과 디자인 창조를 향한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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