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과 서울시의 적극 역할 기대

기고│김진하 서울연구원, 시민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

등록 : 2020-01-16 14:36

크게 작게

인터넷 등장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특정 앱을 통해 콘텐츠를 사고팔았지만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시장에서 노동력을 마치 상품처럼 사고판다.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상품처럼 거래되는 노동을 플랫폼 노동이라 한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노동은 더욱 작은 단위의 일거리로 분화하고, 손쉽고 간편하게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에게 스마트폰 앱, 웹 사이트, SNS 등에서 음식 배달, 심부름, 가사 서비스, 대리운전 등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플랫폼 노동은 원하는 시간, 원하는 플랫폼에서 일할 수 있고, 기존 취업자도 여가시간을 활용해 추가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으며, 별다른 자격 요건이 없기 때문에 경력단절과 같은 유휴노동력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누구나,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누구도, 어디에서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고용계약을 한 것이 아니다 보니 기존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근로자가 아니면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이 어렵다. 현재의 제도나 정책은 고정사업장 중심이므로 플랫폼 노동자는 업무 배분, 급여와 성과 보상 체계의 적용이 어렵다. 많이 일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므로 장시간 노동과 무리한 운행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현재의 플랫폼 노동은 지역을 기반으로 낮은 수준의 서비스 제공에 한정되고 사회안전망 없이 초단기 계약으로 소득이 발생한다. 플랫폼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할수록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의 질과 소득 수준은 낮아지고, 결국 디지털 프레카리아트(digital precariat)라는 새로운 불안정 계층이 될 위험이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과 배민라이더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매일 바뀌는 수수료와 불리한 계약 등을 비판하는 ‘라이더가 있어 배민도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6일 요기요 배달 라이더 5명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결과를 보고했다. 이들은 근로자와 같이 임금을 시급으로 받고 회사 소유 오토바이의 유류비를 회사가 부담했으며, 배달 라이더의 근무시간과 장소를 회사에서 정하고 이들이 출퇴근 보고를 했던 점이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배달 라이더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 종사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그 형태도 다양하므로 이번 판정에 대한 확대 해석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개정·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새로운 고용 형태를 반영해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으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오토바이 배달 종사자도 안전, 보건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기획재정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고자 올해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에 배달대행, 대리운전 등 플랫폼 노동자의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비해 노동법적 권한이 제한적이지만, 플랫폼은 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확산하는 만큼 플랫폼 노동에 관해 명확한 입장과 역할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표준계약서 작성에 관한 조례제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30일 서울 플랫폼 노동 공론화추진단과 시민참여단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운영자(사업자)가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라는 의견을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서울시는 이동노동자를 위한 휴식공간인 쉼터를 운영하며 건강·금융·복지·법률 상담을 지원하고 있으며, 플랫폼 노동 관련 직무 교육과 전직 상담을 확대할 계획에 있다. 나아가 서울시는 지역 내 산업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플랫폼 노동자와 업체 간 책임과 수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 거래나 무분별한 행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플랫폼 노동자 보호와 사고 처리를 지원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포상) 제도를 마련해 업계 여건 개선을 위한 동기 부여에 나서야 한다. 대타협이 필요한 경우에는 중재자로서 시민, 소외된 이해 당사자까지 포함해 포괄적인 테이블을 마련해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산업안전과 직업훈련 영역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플랫폼 업체와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서울시가 플랫폼 노동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면 현재보다 정책 권한과 지원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