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분리배출 넘어 감량으로 가야

기고│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등록 : 2020-03-0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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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플라스틱을 쉽게 많이 쓰고 버린다. 플라스틱 중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은 무엇일까? 일상 곳곳에 넘쳐나 우리 눈에 잘 띄는 것으로 치면 비닐과 페트병 같다. 한 해 사용하는 비닐봉지가 한반도 전체를 덮고, 페트병은 한 줄로 세울 경우 지구를 열 바퀴 이상 두른다니 그럴 만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재활용이 가능하게 분리돼 배출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재활용품 처리율은 62%로 유럽연합(EU)의 40%보다 높다. 하지만 연소성이 낮아 오염물질이 나오는 ‘에너지 회수’ 부분을 빼면 EU보다 낮아 22.7%밖에 안 된다.

서울시는 재활용품 배출 시 폐비닐과 음료, 생수용 투명 폐페트병을 다른 재활용품과 별도 분리해서 버리는 ‘분리배출 요일제’를 지난 2월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요일과 상관없이 투명 폐페트병을 분리해 버리면 되고, 단독주택과 상가는 폐비닐과 폐페트병을 별도의 봉투에 모아서 목요일에만 배출해야 한다. 자치구 공공선별장에 반입되는 재활용품의 절반이 폐비닐인데, 그중 또 절반이 오염물질 등과 혼합되어 재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폐페트병은 재활용률이 높긴 하지만, 의류용 재활용 섬유 등 고품질 재생원료로 활용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분리배출을 엄격히 하려는 것이다.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요일제’는 현재 서울을 포함한 전국 5개 도시에서 시범운영 중으로, 서울시에서는 폐페트병 외에 폐비닐도 별도로 수거한다. 오는 7월엔 전국 아파트로, 내년 1월엔 단독주택으로 전면 확대된다. 국내 폐페트병의 재활용 원료로서의 품질을 높여 현재 일본에서 수입하는 폐페트병을 대체하려는 취지이다. 기왕 시행하는 것이니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서울시는 ‘폐비닐, 폐페트병 분리배출 요일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공동주택은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분리배출하고, 단독주택과 상가는 매주 목요일 투명 페트병과 비닐을 별도의 투명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된다. 서울시 제공

분리배출 요일제 시행에 앞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욕심껏 만들어 사용하고 버린 비닐과 페트병이 너무 많다.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생산, 소비, 회수, 재활용 모든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비닐봉지와 페트병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체할 것을 만들어내든, 시민의식으로 선택하지 않게 하든, 감량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엄격히 분리(라벨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고, 종류별, 재질별로) 배출하는 것이 큰 효과를 낼 것이다.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만으론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전국이 고통 중에 신음하고 있듯, 이미 우리는 모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플라스틱으로 공격받고 있으며 병들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하늘을 나는 새, 바다의 물고기 등 모든 것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가격이 싸고 편리하다는 강점이 오히려 폐플라스틱 문제를 야기했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우리 몸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재활용하기 쉬운 생산’으로의 전환만으로도 부족하다. 현재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만드는 업체에 분담금을 매기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실시하지만 더 나아가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에서 ‘감량’할 수 있도록 원천적으로 전환하는 강력한 제도와 정책이 절실하다.

‘편리함’을 명목으로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든 플라스틱, 단 몇 분 사용되고 버려지지만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문제는 각 개인의 책임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쉽게 만들고, 쉽게 사고,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사회시스템에 가능한 대로 함께 의문을 가져보자.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는 바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당장 우리 집에 있는 비닐과 투명 페트병부터 분리해서 배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 플라스틱프리 사회를 꿈꾸며 내딛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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