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이주여성에서 그 자녀로 지원 방향 옮겨”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구로구의 다문화정책대상 수상에 큰 기여

등록 : 2020-04-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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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이주여성 적응 교육 위해 출범

아이 성장하면서 교육 지원에 무게 둬

구로구, 다문화 조례 4건 만들어 지원

민관학 거버넌스, 서포터스도 큰 힘 돼

정종운 구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이 3월27일 가리봉동에 있는 센터 사무실 앞 벽면 펼침막을 배경으로 밝게 웃고 있다.

구로구는 다문화가정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월 제7회 다문화정책대상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구로구가 다문화정책대상을 수상한 데는 구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이 컸다.

“2006년께 늘어난 결혼 이민 여성들의 한국 사회 정착과 안정된 생활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지역사회 현안으로 떠올랐죠.”

정종운 구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3월27일 센터 사무실에 2006년 구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개소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이후 점차 결혼 이민이 줄어들고,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다문화 자녀들을 지원하는 문제가 대두됐다”고 했다. 2010년부터는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다문화센터도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센터가 합쳐 지금의 구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조직이 통합됐다. 정 센터장은 2006년 건강가정지원센터를 개소할 때부터 사회복지사로 근무해오다 지난해 9월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구로구는 2018년 서울시 최초로 동 주민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합한 가족통합지원센터 건물을 가리봉동에 지어 구민들이 복지와 행정 서비스를 한 번의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가족통합지원센터 건물 2층과 3층에 있는 구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교육실, 상담실, 공동육아나눔터, 요리교실, 놀이치료실, 언어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정 센터장은 “가족통합지원센터를 건립한 데는 이성 구로구청장의 의지와 구로구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구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축’이 달라지고 대상이 넓어졌다. 결혼 이민 여성들과 다문화가정에 대해서는 부부관계, 의사소통, 자녀 문제 등을 지원하다가 외국인 주민 아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함께 하게 됐다. 최근에는 중도 입국해 편입한 초등학생과 중학생, 학교밖 아이들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부모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하면 상담과 교육을 한다.

결혼 이민 여성들은 한국에 정착한 지가 꽤 된다. 결혼 이민 여성과 한국 남편은 대부분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더구나 남편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많아 이민 여성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이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단순 노동에서 벗어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그중 하나가 2018년부터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은 기관에서 ‘다문화 아이돌봄’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센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당연히 ‘가족’이다. 그래서 가족 관계를 지원하기 위한 상담과 교육을 강조한다.

정 센터장은 “결혼 이민 온 엄마나 외국인 엄마들이 부부 문제보다는 아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센터 프로그램에 잘 참여한다”며 “그래서 아이를 중심으로 부모들의 안정적 생활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상담과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2016년부터 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 성장 지원사업’으로 매우 시기적절한 사업인 것 같다고 했다. 자녀와 부모 관계가 좋아지고, 아이의 사회성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올해부터 중학교 과정 학교인 ‘움틈학교’를 운영한다. 중도 입국한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것으로, 외국인 학생이 일반 중학교에 편입해 1~2주 정도 지내다가 움틈학교로 와서 한 학기 동안 한국어를 비롯해 중학교 기본 과정을 배운다. 그런 뒤 해당 중학교에서 수업받을 정도의 의사소통 능력이 되면 해당 학교로 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한 학기 더 연장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아직 시작은 못하고 출발을 기다리는 상태다. 초등학생을 위한 ‘싹틈교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센터에서 주 3일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 필요한 수업을 한다.

센터는 결혼 이민 여성이나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생활 거점 구실도 한다. 한국어·요리·부부 프로그램 참여 등 한국에 정착하고 안정을 얻는 근거지 구실을 하고 있다. 한국어 교실은 4개 반이 있는데, 주 3일(1일 2시간) 연 200회 운영한다.

구로구가 다문화정책대상을 받은 데는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 회장 도시로 정책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데다 민·관·학 거버넌스, 서포터스단, 멘토링 제도 운용 등도 큰 도움이 됐다.

또한 구로구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4건의 다문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2008년 7월 구로구 거주 외국인 등 지원 조례, 2014년 7월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 2017년 5월 다문화 명예통장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7년 11월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 등이다. 2019년 8월에는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를 전면 개정하기도 했다.

2018년 1월에는 다문화가정과 체계적인 외국인 지원을 위해 전담부서인 다문화정책과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도 채용해 외국인 정책 실행에 힘을 쏟고 있다.

구로구는 현재 전체 구민 43만6869명 중에서 외국인 구민이 4만9996명으로 11.4%를 차지한다. 정 센터장은 “한국인 주민이나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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