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반값 호텔’로 해외유입 코로나 막는다

구로·금천·영등포·관악 안심숙소 마련

등록 : 2020-04-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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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간 해외유입 확진 ‘절반’ 넘어

구청, 가족 간 2차 감염 방지 방안 고심

숙박업소와 업무 협약 30~80% 할인

“숙박객 유치, 경제 활성화로 일석이조”

왼쪽부터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구로. 토요코인 서울영등포. 호텔 베르누이. 코코모호텔. 구로구·영등포구 제공

‘해외 입국자는 집으로, 가족은 호텔로.’

해외 입국자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이에 맞춰 서울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해외 입국자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호텔과 협약을 맺어 객실을 국내 가족이 임시로 생활할 수 있는 ‘안심숙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 가족을 호텔에 머물게 해 가족 간 접촉으로 인한 2차 감염을 미리 막겠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3일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1만537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서 해외유입 확진자는 총 929명으로 91.6%가 내국인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 25명 중에서 해외유입 확진자가 16명이나 됐다.

3월 둘째 주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해외유입 확진자는 3월 말과 4월 초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월 첫째 주까지 매주 10명 이하로 발생하던 해외유입 확진자는 3월 둘째 주 18명, 3월 셋째 주 95명, 3월 넷째 주 327명, 4월 첫째 주 303명, 4월 둘째 주 152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2주간 신고된 확진자 876명의 전파 경로를 보면, 해외유입 433명(49.4%)과 해외유입 관련 64명(7.3%)이었다. 둘을 합치면 56.7%를 차지해 해외유입이 주요한 전파 경로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서울이 가장 많은데, 13일 기준으로 서울의 총누적 확진자는 610명으로 이 중에서 해외유입 확진자는 233명, 해외유입 확진자 관련이 67명이다. 해외유입 확진자와 해외유입 확진자 관련을 합치면 모두 300명으로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수치다. 이날 서울의 신규 확진자는 8명인데, 해외유입 확진자는 7명이나 됐다.

서울의 각 지자체는 이처럼 늘어나는 해외유입 확진자와 가족 간의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안심숙소’를 하나둘 마련하고 있다. 해외 입국자는 자택에 혼자 머물며 자가격리를 이행하고, 나머지 가족은 저렴한 가격으로 안심숙소로 마련된 호텔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박정현 금천구 관광진흥팀장은 “지자체는 가족 간 2차 감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호텔로서는 입국자 본인이 아닌 가족을 대상으로 운영해 확진자 발생에 대한 부담 없이 신규 숙박객을 유치하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구로구는 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호텔 5곳과 업무 협약을 맺어 ‘안심숙소’를 마련했다. 구로구에서 이용 가능한 호텔은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구로, 롯데시티호텔 구로, 호텔 베르누이, 코코모호텔 등이다. 평소 가격의 최소 60%에서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할인된 금액으로 안심숙소에 숙박하려면 입국자의 항공권이나 가족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를 호텔 쪽에 제시해야 한다. 조호영 구로구 언론지원팀장은 13일 “안심숙소 숙박 건수 11건, 예약 건수 11건으로 이용 현황은 총 22건 정도 된다”며 “안심숙소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코로나19 해외유입 차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금천구는 6일 골드리버호텔, 스타즈호텔 독산, 호텔해담채 가산, 에스아이(SI)호스텔 등 4곳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해외 입국자 가족은 해외 입국자의 출입국사실증명서 또는 항공권, 비자 등과 호텔 이용자의 신분 확인에 필요한 서류를 제시하면 42~82% 할인된 가격으로 안심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금천구는 해외 입국자 가족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중 자가격리된 구민의 가족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증빙 서류를 제시하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영등포구도 6일 토요코인 서울영등포점과 업무 협약을 맺고, 해외 입국자 가족들이 최대 50% 할인된 금액으로 안심숙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토요코인 서울영등포점은 총 37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싱글 4만원(40% 할인), 이코노미더블 4만4천원(43% 할인), 더블 4만4천원(50% 할인), 트윈 4만4천원(50% 할인)에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입국자의 항공권과 함께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지참하면 된다. 유귀현 영등포구 언론홍보팀장은 13일 “객실 15곳에 가족 18명이 안심숙소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관악구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10일부터 안심숙소를 운영한다. 이용 가능한 안심숙소는 관악구에 있는 시에스(CS)프리미어호텔서울, 서울대호암교수회관과 구로구에 위치한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롯데시티호텔 구로, 호텔 베르누이, 코코모호텔 등 6곳이다. 안심숙소는 최소 30%에서 최대 8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로 줄어들자,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재확산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최종연 영등포구 도시안전과 재난관리팀장은 “지자체들이 마련한 안심숙소가 해외 입국자발 코로나19의 지역 재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돼,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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