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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 웬 컨테이너?…사실은 ‘원스톱’ 대출 창구

등록 : 2020-04-23 14:36 수정 : 2020-04-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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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청, 코로나로 타격 받은 소상공인 지원 열흘 만에 완판·2차 접수중

김선갑 구청장, 상인들 애로사항 수용…대출 이자 및 신보수수료까지 대납

광진구가 지난달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관내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창구로 구청 주차장에 설치한 컨테이너 형태의 광진형 소상공인 지원센터. 예약하지 않고 찾아온 중소상공인들이 대기하거나 간단한 기본 상담과 열 체크를 하기 위해 텐트도 마련돼 있다. 광진구 제공

광진구 군자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박소현(49)씨는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혼자서 가게를 꾸려나가는 1인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씨는 가겟세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출받기 위해 서울신용보증재단에 서류를 낸 박씨에게 동네 상인분이 광진구의 긴급 운영자금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신청해보라고 권유했다.

광진구(구청장 김선갑)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박씨 같은 소상공인 대출 지원을 위해 지난 1일 구청 주차장에 컨테이너와 텐트를 설치하고 한자리에서 서울신용보증재단과 국민은행, 광진구 관련 부서(지역경제과, 일자리정책과) 등 대출과 관련한 기관의 종합상담과 서류 작업을 끝낼 수 있도록 했다. 연 매출 2억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 1.5% 금리를 적용해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만 발급받으면 저신용등급자도 1천만~3천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구는 전국 최초로 신규 대출자에게 1년간 이자를 대신 내주고 기존 대출자에게도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1년간 대출이자를 파격 지원하는 조처까지 더했다. 또한 40만원대의 신용보증재단 보증서 발급 수수료까지 전액 지원해주기로 했다.

8일 광진구 소상공인 지원센터에서 만난 박소현씨는 “우리같이 없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구의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급한 마음에 광진구 소상공인 지원센터에 예약 없이 달려온 박씨는 3시간 만에 2천만원 대출 관련한 서류접수를 끝냈다. 이익성 광진구 언론팀장은 “예약자 우선 상담·접수 처리 원칙이기 때문에 박씨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며 “예약하고 오신 분은 통상 30분이면 일처리가 끝난다”고 말했다. 광진형 긴급 운영자금 원스톱 지원 서비스는 인기가 좋아 10일 현재 240건이 접수돼 추경을 통해 편성된 관련 자금 66억원(이자 지원 50억원, 보증수수료 지원 11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이에 따라 광진구는 추가 자금을 마련해 2차 접수를 하고 있다.

광진형 원스톱 소상공인 지원 서비스는 김선갑 구청장이 지난달 동네 가게 주인들의 간담회에서 업소 주인들의 애로사항을 흘려듣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최동한(59·제주산돼지고기집 운영) 광진구 미가로상가번영회 부회장은 “지난 3월부터는 저녁 장사 손님이 70%가 줄어서 대출받으려고 보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용보증재단, 은행 등 3곳을 방문해야 해서 김선갑 구청장과 간담회 때 이런 애로 사항을 말했다”며 “그랬더니 김 구청장이 신용보증재단 지점장의 협조를 얻어 대출에 필요한 세 업체가 한곳에서 일을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성사시켜줬다”고 말했다.

광진구가 강남구, 서초구와 함께 최근 도입한 소형 음식점 음식물쓰레기 무상수거 서비스도 상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 미만 소형 음식점 4천여 곳을 대상으로 4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음식물쓰레기 배출시 영업용 납부필증(칩)을 미부착해도 구와 계약한 용역업체가 무상수거하고 있다. 제주산돼지고기집을 운영하는 최동한 부회장은 “20리터 음식물 쓰레기통 한 개를 배출하는 데 2800원짜리 칩을 부착해야 하므로 무상수거로 월 6만원 정도 비용이 절감하게 됐다”며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구에서 이만큼 소소한 것까지 신경을 써주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이 고맙게 생각하는 구의 또 다른 조처는 2월17일부터 구청에서 동네 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주 2회 진행하던 구내식당 폐쇄를 3월19일부터는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한 것이다. 3800원짜리 저렴한 식단으로 하루 2200~2300명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의 문을 닫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결단이 필요했다.


세세한 곳까지 신경쓰는 지자체 지원에 소상공인 “감사” 이어져

영등포, 자금난 자영업자 3천만 융자

서대문, 작은도서관용 책 정가에 매입

서초, 동선 공개된 식당-기업 연계 지원

광진구가 관내 소형 음식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음식물쓰레기를 용역업체를 통해 무료로 수거하고 있다. 광진구 제공

구청의 한 간부는 “구내식당은 저렴하고 식단도 다양해 민원인도 많이 찾고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주민들도 있어 내부적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 구내식당 폐쇄는 한 달에 두 번씩만 하다가 현재는 전체 15개 동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다.

광진구는 또한 기존 배달 앱과 달리 요식 업체에서 수수료와 광고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공공 배달 앱 ‘광진나루미’(가칭)를 서울시 최초로 개발·운영하는 데 5억5천만원을 배정하고 현재 플랫폼을 구축해 올하반기에 정식 운영할 방침이다.

영등포구(구청장 채현일)도 자금난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최대 3천만원까지 무이자 융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확진자 방문에 따른 휴업 조치, 상호명 노출로 영업 손실을 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예산 4억원을 편성해 업체당 최대 15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른 구청들도 동네상권을 살리기 위해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물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관내 외식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3월24일 시작해 4월14일까지 모두 네 번의 화요일에 ‘지역상권 살리기 사랑의 도시락 행사’를 추진했다.

신촌영양센터, 뉴욕비앤시(B&C), 한울타리, 야채를 담다, 루프탑캠핑 등의 업체가 참여해 반계탕, 갈릭스테이크필래프, 불고기백반, 하루샐러드, 토마토라이스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구는 이들 메뉴에 대한 사전 수요 조사 뒤 각 업체에 주문하는데 3월24일에는 219개, 31일에는 272개의 도시락 구매가 이뤄졌다.

구는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지역상권 살리기 사랑의 도시락 행사’ 연장도 검토할 예정이다.

서대문구는 또 코로나19로 올 한 해 구립도서관과 공립 작은도서관용 책을 지역서점에서 정가대로 사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도서 구입 예산은 구립도서관 1억9400만원, 공립 작은도서관 6300만원 등 총 2억5700만원으로, 구는 지역서점 연합단체인 ‘서대문서점협동조합’을 통해 책을 살 예정이다.

도서를 정가 그대로 구매함에 따라 전체구입액의 15%인 3800여만원이 지역서점에 더 돌아가게 된다. 이에 호응해 서대문서점협동조합도 수익금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고 서대문구립도서관과 협의해 정보 취약계층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서초구(조은희 구청장)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동선 공개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음식점 돕기에 기업과 함께 팔을 걷고 나섰다. 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손님이 급감한 지역 식당들을 돕기 위해 동선 공개에 따른 피해 음식점과 케이씨씨(KCC) 등 인근 기업을 연계한 식당 살리기를 추진하고 있다. 동선 공개 피해 음식점 20곳을 우선 대상으로 삼아 인근에 있는 대기업, 공공기관과 1대1매칭을 통해 음식점을 방문함으로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세 곳에 다섯 기업이 동참하고 있으며,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동선 공개 피해 음식점 돕기에 참여 기업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에서는 통장들이 지역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대문구통장연합회 소속 통장 총 340여 명이 ‘동대문구사랑상품권’을 1인당 10만원 이상씩 구매해 지역 내 소상공인 업소에서 사용함으로써 침체한 지역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아울러 500여 명의 동대문구 시간선택제임기제, 무기계약직, 기간제 직원들도 20만원 이상의 ‘동대문구사랑상품권’을 구매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에 동참한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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