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서울시민 위한 ‘생활 주변 숲속 소규모 치유시설’ 확대 필요”

박미호 동국대학교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위원 기고│제도적 기반구축과 실행전략 수립 시급

등록 : 2020-04-23 14:45 수정 : 2020-04-23 14:49

크게 작게

시민들 생태계의 휴식 기능 높게 평가

푸른도시국 ‘생애주기별 테마숲’ 눈길

숲 자주 이용하면 의료비 지출도 감소

‘도시 숲, 녹색복지도시에 큰 비중’ 의미

먼 숲 찾지 않아도 되게 숲 투자 확대를

강동구 명일공원 통나무기차. 숲의 치유 효과는 뛰어나다. 서울시는 2016년도부터 유아숲, 실버숲 등 다양한 숲을 조성해 서울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강동구 명일공원·일자산숲, 양천구 계남공원 등지에 조성된 유아숲은 어린이가 뛰어놀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공구조물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사는 당신에게 “숲에 가면 뭐가 좋지요?”라고 질문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많은 사람이 ‘공기가 맑아요’ ‘상쾌해요’ ‘기분이 좋아져요’ 등 주로 숲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혜택에 대해 응답한다. 숲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숲에 왜 오셨습니까?”라고 질문하면 ‘건강을 위해서’ ‘경관이 좋아서’ ‘힐링을 위해서’ 등 삶의 질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응답을 한다.

숲이 가진 다양한 기능을 공익적 기능이라 하는데, 이 기능은 인간 사회에 여러 혜택을 준다. 최근에는 인간이 자연의 다양한 생태계 기능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는 이익을 총칭하는 용어인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 평가체계가 주요한 이슈로 대두했다. 생태계 서비스의 개념은 학술적으로 다양한 정의와 개념을 가지고 있으나 ‘새천년생태계평가’(MA: 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에서는 생태계가 인간에게 주는 서비스를 크게 네 범주로 구분한다. 음식, 목재, 연료 등을 제공하는 공급 서비스, 대기질·기후·질병 등을 조절하는 조절 서비스, 광합성, 토양 생성, 영양 순환, 서식지 공급 등의 지원 서비스, 문화적 다양성과 종교와 성소로서의 가치, 심미적 가치 등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문화 서비스 등으로 구분한다.


강동구 일자산 숲속 맨발 걷기.

2018년도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생태계 서비스 평가체계 구축과 활용방안’ 연구에 의하면 생태계 서비스 유형(공급 서비스, 조절 서비스, 서식지 및 지원 서비스, 문화 및 어메니티 서비스)이 서울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민 의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양한 규모의 공원’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는 ‘강·호수·습지’, 셋째가 ‘숲과 산림’이었다. 그 이유로는 ‘휴식·휴양을 즐길 수 있어서’ ‘산책을 즐기기 위해’가 3위 이내로 도출됐다.

그리고 서울의 주요 생태자산(한강, 주요 지천, 산림, 시가화 내 조경녹지 등)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에 동의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휴식, 휴양 등 힐링 공간을 제공한다’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등산, 산책 등 야외 여가활동 기회를 제공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서울시민은 생태계 서비스로 문화 및 어메니티(생활편의시설)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높이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도시의 숲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생태자산이 시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녹색복지 도시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는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양천 계남공원 유아숲체험원.

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는 녹색복지정책의 하나로 2015년부터 ‘생애주기별 테마숲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은 유·아동기, 청소년기, 청·장년기, 노년기 등으로 구분해 운영하는데 2019년 말 현재 도시공원 또는 도시자연공원 등 73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도부터 태교숲과 실버숲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태교숲의 경우 프로그램 횟수 296회에 임신부 2378명이 서비스를 받았으며, 실버숲 프로그램은 310회 운영으로 2193명이 서비스를 받았다. 이 숫자는 임신부 전체 혹은 실버 대상자 전체로 볼 때 적은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국공립 산림치유시설이 대부분 대도시에서 먼 농·산촌 지역에 위치해 숲을 통한 치유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회가 적은 것에 비해, 도시 숲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한 시민 혹은 앞으로 이용이 예상되는 시민에게는 생활 속에서 건강증진 혜택을 쉽게 누릴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한 법정 치유의 숲은 지역에 따라 10~50㏊ 대규모 면적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대도시 지역에서는 이 기준을 따르는 치유의 숲을 조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도시의 숲 공간을 활용한 생태복지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

숲을 통한 치유 요소 중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피톤치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피톤치드는 편백나무 숲에 가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편백나무 숲을 찾아가기도 한다. 편백나무 숲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엽활엽수로 이루어진 숲에 비해 피톤치드 발생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동시간이나 비용 등 종합적인 판단으로 치유 효과의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먼 지역에 있는 숲과 도심 속의 숲은 치유 인자인 피톤치드 발생량뿐만 아니라 소음이나 경관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먼 거리 이동이 어려운 임신부, 노년기 시민, 장애인,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시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여행 비용이 없는 시민이 자주 이용할 기회는 적다. 이러한 시민에게 가까운 숲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치유시설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의 기회를 확대해 제공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며 시민이 기대하는 바가 아닐까.

시민 스스로 건강관리를 위해 생활 주변에서 숲을 자주 이용함으로써 의료비로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서대문구 인왕산 숲속에서 놀기.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심리적·신체적인 치유를 위해 도시의 숲에 거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현재 생활 주변에 있는 숲에서 소규모로 조성·운영 가능한 치유시설이나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정책적·제도적인 기반 구축과 실행 전략 수립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숲을 생물이 다양하게 살 수 있는 건강한 숲으로 잘 가꾸고 보전해, 멀리 있는 숲을 애써 찾아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훌륭한 치유 인자를 접할 수 있는 숲이 많아지면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