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따분하지 않은 ‘집콕 생활 프로그램’ 인기

금천구, 놀이꾸러미 ‘슬기로운 집콕 생활’ 8분 만에 마감

등록 : 2020-04-23 14:55 수정 : 2020-04-23 15:01

크게 작게

가든 만들기, 쿠키 만들기 등 구성 다양

영등포·동작구, 온라인 홈스쿨링 제공

관악구, 생활예술프로젝트로 힐링 기대

구로구는 ‘집으로 배달’ 콘서트 진행해

이충신 기자의 고1 딸 이소진(오른쪽)양과 중1 조카 신주호군이 19일 집에서 금천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만 든 ‘슬기로운 집콕 생활’(2차) 놀이 꾸러미로 재밌게 놀고 있다.

컴퓨터 게임을 하는 딸과 조카에게 “얘들아, 이거 한번 해볼래” 하며 놀이 꾸러미를 불쑥 내밀었다. 조카는 ‘이게 뭐야’ 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딸은 잠시 살펴보더니 “한번 해볼까” 하며 놀이 꾸러미를 펼쳤다.

19일 고1 딸(이소진·16), 중1 조카(신주호·13)와 함께 금천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만든 ‘슬기로운 집콕 생활’(2차) 놀이 꾸러미로 하루를 보냈다. 놀이 꾸러미에는 동물음악대 입체북, 무당벌레 바람개비, 종이컵 놀이, 세계 친구 탬버린, 내가 꾸민 가든 만들기, 쿠키 만들기 등 6가지 놀이 기구가 들어 있었다.

먼저 조카에게 탬버린을 줬다. 탬버린 몸체에 후다닥 스티커와 눈을 붙여 사람 얼굴 모양을 한 탬버린을 만들었다. 조카는 마치 내가 이런 것 가지고 놀 나이는 아니라는 듯 “에잇” 하면서 탬버린을 툭툭 쳤다.


딸은 무당벌레 바람개비에 이것저것 스티커를 붙이더니 뚝딱 하고 간단하게 완성품을 만들었다. 그런 뒤, 내가 꾸민 가든 만들기 재료인 씨앗을 보고는 “이거 식물 자라는 거네” 하며 솜에 물을 적셔 투명 화분에 깔았다. 그리고 씨앗을 솜 위에 골고루 뿌렸다. 내가 꾸민 가든은 수시로 물을 주면 일주일 정도 지나서 새싹을 볼 수 있다고 설명서에 나와 있었다.

기자가 쿠키 만들기를 가리키며 “이건 먹을 수도 있다”고 하자, 딸과 조카가 이번에는 쿠키 만들기에 도전했다. 먼저 밀가루 반죽을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녹여서 알맞은 크기로 반죽을 떼어 원하는 모양의 쿠키를 만들면 된다. 두 사람은 열심히 여러 모양을 한 쿠키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것을 예열된 오븐에 10~15분 동안 구우면 맛있는 쿠키가 완성된다. 저녁 무렵, 쿠키를 한입 베어 문 딸이 자작 쿠키에 대해 평가했다.

“쿠키를 너무 두껍게 만들면 제대로 구워지지 않을 수도 있어 될 수 있으면 얇게 만들어야 좋겠네. 달달할 줄 알았는데…, 심심한 맛이지만 그래도 먹을 만해.”

두 아이 모두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돼 심심했는데, 이것저것 만들어 심심하지 않아 좋았다”고 했다.

금천구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구민들을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 꾸러미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금천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만든 1차 놀이 꾸러미 ‘슬기로운 집콕 생활’은 박스 로봇 만들기, 콩나물 키우기, 말랑말랑 비누 만들기, 봄소리벨 만들기, 칼라 종이컵, 동물 팽이 총 6종류로 구성됐다. 지난 8일 지역 내 미취학 자녀를 둔 100가구를 대상으로 첫 접수를 한 1차 놀이 꾸러미는 접수하자마자 조기 마감됐다.

김진주 금천구 보육행정팀 주무관은 “슬기로운 집콕 생활 놀이 꾸러미는 인기가 너무 많아 접수 8분 만에 마감됐다”며 “구민들 요청으로 2차 놀이 꾸러미를 17일에 접수한 데 이어, 다시 3차 꾸러미를 4월 말께부터 접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20일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자 그동안 시행해오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다소 완화한 형태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5월5일까지 연장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소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시민들 스트레스 지수는 여전히 높다. 그래서 서울의 각 자치구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집콕’ 생활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금천구는 ‘슬기로운 집콕 생활’ 외에도 지난달 19일부터 ‘찾아가는 장난감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휴관한 장난감도서관을 대신해 매일 오전 10시까지 신청받은 장난감을 오후 1시30분부터 각 가정 근처 주요 건물이나 특정 장소로 배달한다. 모든 장난감은 철저하게 소독 처리한 뒤 비닐팩에 넣어 대여한다. 금천구육아종합지원센터 누리집(www.happycare.or.kr)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

금천구는 또한 지난 3일부터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인문학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철학, 문학, 문화예술, 인문교양 등 150강으로 구성됐다. 구청 누리집에서 회원 가입 뒤 이용하면 된다.

영등포구는 지난달 30일부터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업이 중단된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기반 ‘탁트인 홈스쿨링’을 운영하고 있다. 홈스쿨링은 일과표 만들기, 필수 일과 콘텐츠, 신나는 집콕 콘텐츠 등으로 학생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구청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양식을 내려받아 하루 또는 주간 단위로 일과표를 만들어 학습할 수 있다.

동작구는 구청 누리집에서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지원하는 ‘슬기로운 집콕 홈스쿨’ 프로그램을 8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슬기로운 집콕 홈스쿨은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시간표 작성과 일일 홈스쿨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교과부문, 놀이활동부문, 진로부문, 진학부문, 대입부문 등 5개 분야 14개 학습 사이트를 제공한다.

구로구는 3월30일부터 4월5일까지 오후 6시30분부터 40분간 ‘집으로 배달’ 콘서트를 개최했다. 매일 관련 분야 유명인들이 출연해 인기가요, 클래식, 마술쇼, 뮤지컬 주제곡 등 다양한 주제의 공연을 펼쳤다. ‘집으로 배달’ 콘서트는 구로구민회관에서 관객 없이 진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했다.

관악구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생활예술 프로젝트 ‘예술로 하나되어’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분위기를 띄우고 구민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생활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 활동을 6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유튜브)으로 방영한다. 이를 위해 6월에 연극, 합창, 춤, 노래, 악기 연주, 요리, 미술 등 전 분야, 전 연령층의 생활예술인 50팀 정도를 선발한다. 특히, 힐링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한 구민들의 우울감, 분노, 스트레스 등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