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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미스터 트롯>에서 정동원군이 부른 ‘보릿고개’란 노래가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그 의미조차 모르겠지만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이 노랫말이 우리 자영업자의 현실이 돼버렸다. ‘코로나19 보릿고개’가 닥친 것이다. 지역 내 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매출 특성상,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지역 주민의 꽁꽁 닫은 지갑으로 인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필자 또한 매달 적자 상황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매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위안으로 삼을 정도다.
이렇듯 자영업자 대부분은 이미 한계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코로나19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라 이야기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추경을 편성해 긴급정책자금 대출, 착한 임대인 세제 지원책 등을 신속하게 내놓았다. 물론 충분히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과 혜택을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벽처럼 답답한 느낌이다. 우선 신청을 위해 몇 번씩 서류를 들고 관련 기관을 방문해야 하며, 또 은행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자금을 ‘빌릴’ 수 있다. 그나마 서울시는 조금 나은 편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은행 간 업무 제휴로 심사 절차를 간소화했고, 전문 인력을 대거 투입해 평균 한 달 걸리던 심사를 10일 정도로 단축해 긴급 자금의 취지를 살렸다.
지난 4월23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영업자 생존자금 지원 대책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하지만 이 자금 대출이란 것은 사실 어려움을 잠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이 또한 빚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의 두 번째 지원 방안이 바로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지역상품권으로 발행해 지역 시장의 활력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실제로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은 일시적이나마 활기를 찾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부익부 빈익빈으로 상품권 사용이 활발한 업종이 아니거나 사업장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원부자재 구매비마저 생활비로 소진해버린 영세 자영업자에겐 먼 나라 이야기였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융자도 받을 수 없고, 시장 움직임의 그늘에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서 말이다. 간접 지원이 아니라 직접 지원,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임대료, 인건비가 당장 필요한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했다.
이런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서울시가 월 70만원씩 2개월간 총 14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생존자금’ 지원을 시작했다. 연 매출 2억원 미만 자영업자가 대상인데, 서울 시내 자영업자 41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한다. 지난 5월 마지막 주부터 온라인 접수를 했는데 나흘 만에 20만 명이 훌쩍 넘을 정도로 신청이 쇄도했다. 이는 자영업자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고 또 지원이 절실하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경제의 맨 끝단이자 실핏줄 구실을 하는 자영업자에 대한 ‘현금 지원’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로도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지자체의 다각도 노력에도 폐업 자영업자 증가,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일하던 직원을 내보내는 상황이 속출하는 것은 현금 지원과 같이 직접적이고 중점적인 지원을 시도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라 본다.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세상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 시장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의 빠른 변화가 예상돼 자영업자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재의 위기를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우리 자영업자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이며 조밀한 대책을 세워가야 할 때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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