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뉴딜’ 실현에서 지자체 역할도 중요

기고│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등록 : 2020-06-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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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안 쓰는 노원구 에너지제로주택. 서울시 제공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석탄 수입 4위, 석탄 화력 해외 투자 3위, 기후변화 대응지수 61개국 중 58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불평등이 고착된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로 경제 충격도 심하다. 문재인 정부는 복합 위기를 돌파하는 대안으로 ‘그린 뉴딜’을 제시했다.


복합 위기 시대 해법, 그린 뉴딜

오스트레일리아 산불에 이어 코로나19가 덮쳤다. 이번 여름은 폭염이 예고된다. 이상기후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인류가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면 2040년께 지구 평균기온은 1.5도 상승하는데, 1.5도는 과학자들이 경고한 마지노선이다. 파국을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는 순배출 제로, 2030년까지 현재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어림없다.

그래서 그린 뉴딜이 등장했다. 유럽연합은 ‘그린 딜’을 발표하고, 2050년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도 ‘그린 뉴딜’을 내걸었다. ‘그린’은 화석 문명에서 벗어나는 탈탄소 경제사회 전략을, ‘뉴딜’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 재정과 사회제도 개혁을 동원한 방식을 의미한다.


그린 뉴딜에 정의로운 전환 담아야


정부는 2022년까지 인프라 녹색 전환, 녹색산업 생태계, 저탄소·분산 에너지 등 그린 뉴딜에 12조9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개별 사업 발표 전에 그린 뉴딜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방향부터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막는 탈탄소 경제사회 전환 정책이다.

그린 뉴딜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명확하게 담겨야 하는데, 파리협정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국제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 달성을 위해 모든 정부 정책에 그린 뉴딜을 주류화하는 것이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중요한데,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원칙으로 예산과 세제를 개편하자.

시장환경 변화나 경쟁력 저하로 가치가 떨어져 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좌초 인프라, 좌초 산업, 좌초 일자리에 대한 질서 있는 후퇴를 준비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개발 계획과 공항 건설 계획을 재검토해 예산을 낭비하는 좌초 인프라가 없도록 해야겠다. 석탄은 사양 산업이다.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한국의 석탄 발전 좌초 자산 규모가 120조원에 이를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후퇴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은 ‘정의로운 전환’으로 좌초 산업 노동자를 위해 1천억유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우리도 좌초 산업과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린 뉴딜은 규모도 중요하다. 공공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제도를 개선해 녹색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에너지 효율 개선, 그린 리모델링, 녹색교통, 재생 가능 에너지, 순환경제,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보호와 복원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그린 뉴딜을 연간 6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것은 뉴딜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 유럽연합 그린 딜은 연간 135조원의 국가별 개별 예산을 따로 투입한다.


그린 뉴딜 이제 시작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설정하고, 그린 뉴딜을 ‘우산 정책’으로 삼아 건축, 교통, 공원, 생태순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건축 부문에서 온실가스 총량 제한, 에너지소비증명제 강화, 건설 일용직 노동자 주휴수당과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을 동시에 펼친다.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안전망을 연계한 정책이다. 충청남도는 탈석탄을 목표로 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7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고, 국회도 그린 뉴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탈탄소 경제 사회 비전을 담은 그린 뉴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정부와 국회는 그린 뉴딜 비전과 정책, 경로를 만드는 일에 노동자와 농민, 여성, 청소년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 그린 뉴딜은 국가에서 동네까지 생존 대안이며, 기후위기에 절박한 이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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