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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시간 자며 한발 앞서 일한 덕분”

지방행정직 근무 33년 만에 4급 승진한 서형석 성북구 건설교통국장

등록 : 2020-07-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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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13년, 서울시 20년 근무하며

공무원상 대통령표창·서울시상 받아

복지 분야 박사학위·자격증 21개 따

“여행하고 운동하며 자기 배려도 해”

서형석 성북구청 건설교통국장이 6일 인터뷰에 앞서 구청 앞 ‘바람·꽃·정원’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요즘 제 인생에서 가장 가슴 벅찬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성북구청 건설교통국장실에서 만난 서형석(57) 서기관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다. 그는 이달 초 4급으로 승진하면서 건설교통국장으로 임명됐다. 9급부터 시작한 공직 생활 33년 만에 맺은 열매다. 직원 1500여 명 구청에서 국장은 6명으로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자리다. 건설교통국장실 책상 앞 공간은 50여 개 축하 화분으로 마치 작은 화원이 된 듯했다. 그는 “직전 부서 홍보전산과 동료들이 보낸 축하 화환에 달린 리본 글 ‘국장님과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요’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 국장은 1988년 친구 따라 공무원 채용 시험을 봤다가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성북구 돈암동 주민센터, 기획예산과, 사회복지과 등에서 11년 일했다. 2000년 서울시로 옮겨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환경, 문화관광, 복지, 경제 등의 부서를 두루 거쳤다. 행정 경험의 폭과 네트워크를 넓힌 그는 지난해 ‘친정’인 성북구청으로 돌아왔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현장 중심 행정 철학에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운 좋게 성북구에 복귀한 후, 많은 분 도움으로 1년 반 만에 승진까지 해 기쁨이 두 배”라고 했다.


그는 구청 복지 사업의 민간시설 참여를 끌어내고, 서울시에서는 주식회사형 공기업을 처음 만드는 등 다양한 업무 성과를 꾸준히 쌓아왔다. 크고 작은 상도 여럿 받았다. 성북구청 주무관일 때는 사회복지 업무를 하며 서울시의 새서울봉사상을 받았다. 서울시로 옮기고 나서도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월엔 인사혁신처가 주는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런 성과의 비결로 서 국장은 앞을 내다보는 기획력과 부지런을 꼽았다. “최선은 모두가 하는 것이기에,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보다 한발 앞서 기획하고 업무도 적극적, 긍정적으로 추진하려 노력해왔다”고 했다. 1차 보고를 할 때, 2차 보고 내용을 미리 준비해 재빨리 대응했다. 사업계획서를 짤 때 세부 사업 내용과 일정을 파악해 추가 지시가 내려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도 그의 업무 비결 중 하나다.

서 국장은 일만큼이나 공부에 대해서도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그는 사회복지학 전공으로 2000년 성균관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2017년에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노인 문화복지 프로그램 만족도가 심리적 복지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울, 스트레스, 자아 존중감 등 심리적 연구와 영유아의 놀이성, 사회적 행동 등 그가 틈틈이 쓴 10여 편의 소논문은 국내외 학술지에 실렸다.

자격증도 21개 갖고 있다. 사회복지사, 보육시설장, 행정사, 심리상담사, 감정노동관리사 등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들이다. 이 밖에도 바리스타, 스트레스 관리사, 1종 대형 운전면허 등 복지시설 운영에 도움이 되는 소소한 기술 자격증도 땄다.

이렇게 많은 일과 공부를 어떻게 동시에 해낼 수 있었을까. 그는 20대부터 하루 4시간 이상을 잔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거의 매일 새벽 1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난다. 서울시 근무 땐 새벽 첫차를 타고 일찍 출근해 아침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단다. 서 국장은 “타고난 수면 시간이 4시간 정도인지, 그 정도만 자도 충분하다”고 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33년의 긴 시간 동안 순탄치만은 않았다. 열심히 했지만 한참 동안 제자리걸음인 적도 있었고, 심지어 뒷걸음친다는 느낌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고비를 맞을 때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 노력했다. ‘포기 말고 다음을 위해 준비하면 기회가 온다’는 믿음으로 더욱 열심히 했단다.

서 국장은 ‘열심히 사는 자신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을 위한 선물로 여행을 자주 다녔다. 전국의 산, 강, 섬 등을 두루 돌아다녔고, 해외도 20여 개국을 여행했다. 걷기와 헬스 등 운동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한다. 구청의 겸직 허락을 받아서 사회복지학 석박사 학위 과정 강의를 종종 하는데, 학생들에게 ‘자신에 대한 배려’를 위한 노력을 당부한다. 자기가 즐겁고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뒤 서 국장은 정년을 맞는다. 퇴임 기념 여행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 완주를 꿈꾼다. 자기 배려 계획의 하나다. 그는 은퇴해서도 복지 분야에서 일과 공부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행복이 다른데, 전 일하고 공부하는 게 참 좋아요.”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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