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도보 출근 ‘뚜벅이 구청장’…출근길 생활민원 2700건 처리

등록 : 2020-08-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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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복지 행정 강화에 우선 집중

지난해 중구형 돌봄교실 1호 흥인초

학생 감소 역전…올 신입생 20명 늘어

“돌봄 때문에 이사 온다는 얘기 들려”

역점 사업 ‘동정부’도 궤도 올라 순항

주민참여예산제도로 289건 87억 편성


내년부터는 주택지에도 아파트처럼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를 설치·운영

봉제 소공인 위해 공용재단실 만들고

코로나 확진자 20명…서울에서 최저

서양호 중구청장이 7월30일 구청장실에서 민선 7기 2년 동안의 성과와 향후 기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양호 중구청장은 민선 7기 구청장이 되기 전 중구를 100바퀴나 돌며 ‘중구민을 위한 도시’라는 청사진을 세웠다. 그는 취임 뒤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새벽 5시부터 걸어서 출근한다. ‘주민 중심’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주민의 뜻을 살피기 위해서다. 지난 2년 동안 ‘뚜벅이 구청장’이 출근길에 받은 생활민원만 2700여 건으로, 대부분 당일 해결해 주민 신뢰를 높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에 더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더욱 바쁜 나날을 보냈다. <서울&>은 지난 7월30일 중구청에서 서 구청장을 만나 민선 7기 상반기 성과와 하반기 구정 운영 방향에 대해 들었다.


“1호 돌봄교실이 있는 흥인초등학교의 신입생이 올해 20여 명 늘어났습니다. 인구 유출을 걱정하던 중구에선 참 이례적인 일이죠.”

중구 인구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감소해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제일 적은 12만6천 명이다. 서 구청장은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한 이후, 줄어드는 중구 인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그는 주민 삶의 질을 높여야 외부로 유출되는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교육과 복지 행정을 강화했다. 서 구청장은 “주민의 삶에 최우선 가치를 맞추고 나니 우선 집중해야 할 것들이 보였다”고 했다.

중구는 지난해 학교가 빈 교실을 제공하고 구청이 직접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을 시작했다. 돌봄 시간이 기존 오후 5시에서 8시로 연장된 게 가장 큰 변화다. 서 구청장은 “돌봄교실 때문에 이사 오는 가족이 있다고 들었다”며 “학부모 만족도가 99.9%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했다.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청와대에서 저출생 해결 정책 우수 사례로 소개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정부 혁신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중구는 지난해 3월 흥인초에서 시작한 돌봄교실을 내년 국공립 초등학교 8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 구청장은 “취임 뒤 관내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사이 무려 18%나 중구를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몹시 놀랐다”고 했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는 어떻게든 중구에서 살다가 중학생이 될 무렵 이사한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구는 지난해부터 초등 돌봄에 더해 국공립어린이집, 입시진학상담, 진로체험 등 4가지 교육프로그램인 ‘구 직영 교육 4종 세트'를 운영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분야는 교육 분야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서 구청장이 추진해온 ‘동정부’도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편성된 사업 중 ‘약수동 구릉지 개선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동네에 필요한 사업을 주민이 직접 제안하고 예산까지 편성하는 ‘동정부형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편성된 예산이 289건에 87억원이나 된다. ‘약수동 구릉지 개선 사업’은 약수동에 거주하는 70대 노인이 제안한 사업으로 약수동8나길 근처에 거주하는 홀몸노인들을 위해 가파른 계단길 대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서 구청장은 “주민이 직접 예산 편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튼 덕에 수년간 시행을 담보하기 어려웠던 사업이 단시간에 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서 구청장은 내년에는 ‘동정부 사업 2탄’으로 주택지에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같은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를 설치해 쓰레기 배출을 비롯한 골목 청소, 공원 관리, 아이들 등하굣길 안전 등을 책임지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구에서 추진하는 ‘문화 르네상스’도 예술인과 주민의 호응이 뜨겁습니다.”

중구 문화 르네상스는 명동, 충무로를 기반으로 과거 한국의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중구를 다시 경쟁력 있는 문화도시로 만드는 정책이다.

지역예술인에게 주거와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은 청구동, 장충동, 인현동 일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장충동 창작공간은 지난 4월 개관했고, 인현동 창작공간은 올해 12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청구동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협업해 29개의 예술인주거공간을 조성했다. 서 구청장은 “현재까지 10세대가 입주했고, 9월까지 16세대가 추가 입주할 예정으로 지역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든든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 수준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중구는 예술대학’은 지난해 연말 졸업생들이 작품 전시와 콘서트를 개최했다. 주민들 일상문화의 거점을 만드는 생활문화예술터 ‘일상’ 조성 사업도 황학동과 신당동 두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중구는 또 지난해 5월 자치구 최초로 첨단 자동재단기 등을 구비한 공동작업장 ‘공용재단실’을 마련했다. 중구의 도심산업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봉제 소공인들의 생존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82만6천여 벌의 옷을 재단해, 119개 업체에 약 8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안겨주었습니다.”

서 구청장은 “이곳에서는 무료로 원단 재단 등을 자동설비로 처리해 일의 효율을 높였다”고 말한다. 중구는 전통적으로 인쇄와 패션·봉제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서울 전체 7200여 곳 인쇄업체 중 67%가 중구에 있다. 봉제업체 역시 동대문패션타운의 배후지인 신당역 일대에 밀집해 있다. 중구의 도심산업 활성화 정책은 소상공인 생존 지원과 4차산업 등 시대 변화에 맞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두 축으로 진행된다.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위한 스마트앵커와 메이커스 파크에는 소상공인 입주공간과 연구개발(R&D) 시설, 시제품 제작실, 교육장 등을 집적해 저부가가치 사업으로 쇠퇴해가는 도심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다. 서 구청장은 “인쇄 스마트앵커와 메이커스 파크는 현재 각종 국·시비 사업 공모와 민자 유치 등으로 예산 600여억원을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코로나19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중구는 확진자가 20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적다. 서 구청장은 “유동인구가 일평균 300만 명이나 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중구가 가장 낮은 확진자 수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먼저, 과감하게, 꾸준하게 한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시 코로나19 확진자 수(7월31일 기준)는 1600명으로, 가장 많은 자치구는 144명이다.

서 구청장은 “사태 초기부터 세 원칙에 기반해 한발 앞서 움직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국외 유입이 크게 우려됐던 4월에는 서울시 최초로 관내 호텔을 해외입국자 전용 임시생활시설로 지정 운영했다.

서 구청장은 “중구로 들어오는 해외입국자들이 가족 감염 위험 없이 안전하게 격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반응이 좋아 서울시와 다른 자치구에서 벤치마킹해 갔다”고 했다. 중구는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펼치고 있다. 서 구청장은 “지난 4월부터 관내 연 매출 1억원 미만 영세 소상공인에게 ‘중구형 소상공인지원금’으로 최대 100만원의 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며 “서울시 최초로 시도된 정책으로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의 모델이 됐다”고 했다.

중구는 사업 규모가 영세해 매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간이과세자나 무등록사업자를 비롯해 노점상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여기에 연 매출 5억원 미만의 여행·숙박·체육·봉제업까지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서 구청장은 “중구형 소상공인지원금은 현재까지 1만6천 명의 소상공인이 신청 접수를 완료했고, 총 100억원의 예산 중 76억원이 소상공인에게 지급됐다”고 했다.

서 구청장은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동안 턱없이 부족한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고 했다. “공공시설 재배치와 생활기반시설 복합화를 통해 걸어서 10분 이내 모든 주민이 주민편의시설을 누리게 할 계획입니다.” 최근 박정희기념공원이 될 뻔한 동화동 공영주차장 부지에 중구민들이 원하는 교육지원센터 ‘이로움’을 개원했다. 9월에는 신당동 주민센터를 주민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신당동 공공복합청사’를 완공한다. 서 구청장은 “앞으로 각 동에 위치한 노후 공영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주민 필요에 맞는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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