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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함께 걷고 싶은 숲속 노을길

동작구 동작충효길 첫 번째 경로 ‘고구동산길’

등록 : 2020-09-17 15:48 수정 : 2020-09-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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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기나긴 장마, 그 뒤로 짧은 폭염이 사그라들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인다. 흐트러진 일상을 회복하고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동작충효길의 ‘고구동산길’은 잠깐이라도 좋으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산책길이다.

동작충효길은 2012년 조성된, 역사와 문화가 있고 한강 등을 잇는 약 25㎞ 거리 총 7개 코스의 자연생태길이다. 동작의 녹지 축을 놓치지 않고 연결해 도심 속에서 아스팔트가 아닌 생명의 향기가 있는 흙길을 걸어볼 수 있다.

동작충효길 첫 번째 경로인 고구동산길은 동작의 중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3.2㎞ 산책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이 쉽고 완만한 경사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고구동산길은 노들역에서 출발해 고구동산, 서달산까지 이어지며 잣나무, 벚나무 등 다양한 수목과 노량진근린공원, 서달산 자락길, 동작대 등 명소들이 있다.

도심의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는 오후 4시, 노들역을 나와 상도터널 옆으로 걸으면 고구동산길이 시작된다. 잘 정비된 계단을 따라 오른다. 저 멀리 한강이, 더 멀리 서울 시내가 점점 눈에 들어오는데 그 풍경이 장관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깨끗한 공기가 가슴 끝까지 닿는다. 한적한 길을 따라 걸어가면 노량진근린공원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돌린다. 10여 년간 지속적인 정비로 재탄생한 노량진근린공원에는 주민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고 뛰는 어르신들, 밝게 웃으며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그리워진다.

노량진근린공원 한편에는 63빌딩, 북한산, 남산을 볼 수 있는 조망대가 있다. 어느 노부부가 손잡고 조망대에 서서 한강을 바라본다.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지난날을 나누고 있으리라.

공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1㎞를 걸어 남쪽으로 가본다. 고구동산길의 백미인 수천 그루 잣나무 숲길이 나온다. 나무 사이로 화려한 빛의 장벽이 펼쳐지니,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상도동과 흑석동을 연결하는 도로 위에 동물들이 다닐 수 있는 서달산 생태육교와 산책로를 지나면 서달산 자락길에 들어선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걸으면 짙은 숲 내음과 피톤치드가 오감을 자극한다. 깊은 숲속에 온 것 같은 느낌에 몸이 개운해지고 가슴이 후련해진다.

출발부터 2시간을 부지런히 걸어 179m의 서달산 정상에 올랐다. 2층의 동작대에 올라서면 서울의 서쪽을 볼 수 있다. 무성한 나무가 시야를 가려 조금 아쉽지만 풍경을 즐길 만하다. 서쪽으로 트인 시야에 해가 땅으로 내려앉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황금 석양을 뒤로하고 아쉬움을 머금은 채 서달산에서 내려오면 산책의 막이 내린다.

동작충효길은 낭만에 안전의 세심함을 더했다. 산책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금의 불안감도 없앴다. 주요 지점 10곳에는 비상구급함을 갖춰 놓고 곳곳에 소화기 30개를 비치해 혹시 모를 사고와 화재에 대비한다. 또한 이정표 위에 국가지점번호를 표시해 재난 위치의 신속한 파악을 가능하게 해 주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산책 환경을 조성했다.

산책로의 시원함과 아름다운 노을을 향해 걸어보고 싶다면 오후 4시, 이웃과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고구동산길 산책을 추천해본다.

한성욱 동작구 홍보과 언론팀 주무관, 사진 동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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