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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82종 만든 ‘프로그램 개발왕’

전국 최초 ‘스마트 민원검색 시스템’ 개발한 송파구 김진석 정보운영팀장

등록 : 2020-09-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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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 민원 통합해 직원·주민 불편 줄여

데이터 축적되면 빅데이터 분석 가능

프로그램 보급으로 1억2천 구청 수익

“임기제 공무원…소속감 좀더 느꼈으면”

김진석 송파구 정보운영팀장이 17일 정보통신과 사무실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며 스마트 민원검색 시스템의 민원 키워드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감사담당관이나 총무과 등 일선 부서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었습니다.”

김진석(45) 송파구 정보통신과 정보운영팀장은 9월 초 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스마트 민원검색 시스템’을 개발했다. 민원에 대한 공식 답변 내용을 손쉽게 검색해 알려주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월별 민원 정보를 분석해 업무 효율을 높였다. 게다가 시스템 개발 비용이 한 푼도 들지 않았다. 17일 송파구청 정보통신과에서 만난 김 팀장은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이 민원인이나 구청 직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송파구에는 새올상담민원, 구청장에게 바란다, 구민 청원, 주부구정평가단 의견 제출, 생활불편 민원신고, 환경 순찰 등 6곳의 민원창구를 통해 다양한 민원을 접수한다. 하지만 6곳의 민원창구로 들어온 민원은 관할 부서가 달라 주민이나 직원 모두 불편을 겪어왔다. 담당자가 바뀌면 민원 처리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중복 민원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민원을 제기한 주민 대부분은 자신이 민원을 제기한 민원창구가 어딘지 잘 기억하지 못한 채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자신이 제기한 민원이 ‘어떻게 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는 해당 민원인이 어느 창구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는지 알 길이 없어 차례대로 6곳의 민원 담당자에게 전화를 넘기면서 확인하는 일이 발생한다.

스마트 민원검색 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민원창구 6곳에 흩어져 있던 최근 5년간 민원 정보를 한곳에 모아 검색할 수 있게 됐고, 과거 유사 민원을 참고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답변이 가능해졌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민원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월별 민원 키워드 정보’ 등을 제공해 민원 내용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엑셀 등 간단한 파일 형태로 관리하던 민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김 팀장은 “스마트 민원검색 시스템은 6곳의 민원 청구 내용을 통합해 검색할 수 있다”며 “검색을 통해 해당 민원인이 민원을 제기한 민원창구와 담당자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고 진행 상황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김 팀장은 지금까지 총 82종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프로그램 개발왕’이다. 김 팀장은 정보보안 업체 하우리에서 근무하다 2005년부터 강북구청 유비쿼터스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강북구청에서 근무하던 2011년까지 5년 동안 통합전산지원시스템, 상용직 임금관리 시스템, 전화친절도 관리 등 19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후 2011년 3월 송파구청으로 자리를 옮겨, 2012년 간부청렴도 평가 시스템을 비롯해 2020년 온라인 다면평가 시스템, 인력·임금관리 일괄등록 프로그램 등 63종을 더 개발했다.

“공무원이 되고 난 뒤 개발에 대한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죠. 뭔가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개발하는 게 재밌습니다.”

김 팀장은 개발에 대한 부담이 없는 공무원 조직에서 개발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억지로 시키면 못한다”며 “재밌고, 주위에서 인정해주니까 자꾸 개발하게 된다”고 했다.

송파구는 김 팀장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공공기관 60곳에 보급해 1억2천만원의 구청 수익도 올렸다. 구는 김 팀장이 2012년 개발한 간부청렴도(고위직부패위험도) 평가 시스템을 이듬해부터 전국 57개 공공기관에 200만원씩 받고 보급했다. 2013년 개발한 체납차량 알리미 시스템도 3개 기관에 각각 200만원씩 받고 보급했다.

“돈 벌자고 한 게 아니라서요. 공공기관에서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하니 제공하게 됐습니다. 200만원 정도가 부담 없는 가격이라고 해서 그렇게 책정됐죠.”

송파구는 올해 인력·임금관리 시스템도 다른 자치단체에 보급할 예정이다. 올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치단체의 희망일자리사업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희망일자리사업 참여 인원이 적어 수기로 관리해왔지만 규모가 천 명 단위로 커지면서 수기로 관리하는 데 불편이 컸다.

“송파구는 이미 2012년에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를 다른 시군구 50여 곳에서 보급해달라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28일 온라인 설명회가 예정돼 있는데, 프로그램을 보완해 최대한 빨리 보급할 계획입니다.”

김 팀장은 학창 시절 개그맨이 꿈이었다. 그는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허리띠를 풀어서 뱀 장사 공연을 하면 사람들이 재밌다며 많이 모였다”고 했다.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합니다. 남을 웃기는 희열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흐뭇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과 비슷해요. 방향과 방법만 다를 뿐이지 느낌은 비슷합니다.”

김 팀장은 5년마다 재임용 시험을 봐야 하는 임기제 공무원이다. 그는 “지금껏 공무원으로 일해왔지만 소속감이 많이 떨어진다”며 “이런 부분이 좀더 개선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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