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골목에 가는 이유…“코로나 속 구민 아픔 함께 느끼고자”

등록 : 2020-10-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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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선제적 방역 최선”

하반기, 사각지대 신규 창업자 지원

소상공인 신용등급 관계없이 대출


독산동 우시장 도시재생 뉴딜 선정

구내 총 5곳에서 도시재생사업 진행

“서울 서남권 명소 되도록 행정력 집중”



8월 유찰된 금천구청역사 개발사업

바로 옆 연탄공장 부지와 엮어 개발

“경제성 더 높아져 오히려 잘된 일”


지난해 정부평가서 서울 자치구 1위

“어려운 계층 위한 정책 강화할 것”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9월16일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금천구립독산도서관 1층 서가에서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금천구의 대표 도서관으로 개관한 지 20년이 지난 독산도서관은 올해 초 보수 공사를 거쳐 최근 이용자 중심 도서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취임 뒤 2년 동안 구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에 두고 구정을 펼쳐왔다. 금천구청역사 복합개발과 대형 종합병원 건설을 비롯한 숙원사업을 현실화하고,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 구축도 착착 진행 중이다.

유 구청장은 코로나19가 10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주민들과 소통하며 현안을 챙기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 구청장은 올해 하반기 ‘골목 행보’를 다시 시작했다. 구민들은 그를 보면 ‘골목구청장’이라 부르며 반긴다. 유 구청장이 골목을 찾는 데는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모두 골목길에 있다고 여겨서다. 민선 7기 취임 이후 두 번째 골목 행보를 시작한 유 구청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더라”며 “특히 금천구는 골목길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서민이 많아 위기의식을 더 크게 느낀다”고 했다.

<서울&>은 9월16일 금천구립독산도서관에서 유 구청장을 만나 반환점을 돈 민선 7기 구청장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들었다.

“지난 2년간은 행복도시 금천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특히 2019년 대외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많이 이뤘습니다.”

금천구는 ‘2019년 정부 합동평가’에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경제 친화도시로 인정받았다. 유 구청장은 앞으로도 “금천이 자족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하며 기회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금천구도 지난 8월 말부터 2주 사이에 26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감염 사례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순간의 방심이 급속한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8월15일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유 구청장은 더 확산될까봐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금천구는 인터뷰한 9월16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85명으로 다른 자치구에 견줘 적은 편이다. 유 구청장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방역에 참여해준 덕분으로 너무 고맙다”며 “선제적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금천구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4월 말부터 골목경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천구의 민생경제 지원 대책은 상반기와 동일하게 금융 지원, 피해 지원, 소비촉진 지원 등 세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있던 신규 창업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가하고,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신용대출을 6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유 구청장은 “올해 새로 시작한 2만 명가량의 신규 창업자들에게 1회 70만원씩 지원하고, 소상공인에게는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대출해주고 있다”고 했다.

금천구는 앞으로 지역사회 차원에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 대해 상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감염병예방관리센터’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평소에는 어린이, 학생,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교육과 예방 활동을 전개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긴급 의료지원 체계를 구축해갈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비대면 행정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나아가 모든 구정 분야에서 비대면 업무 추진과 이를 위한 플랫폼 개발도 구상 중이다. 유 구청장은 “대부분 기본적인 것은 모두 비대면화되고 있다”며 “언택트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코로나19 이후 지자체 행정의 핵심적 해결 과제”라고 했다.

“금천구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배후도시, 서민 주거지다보니 여러 가지 도시계획이 부족합니다. 독산동 우시장 도시재생 등을 통해 깨끗하고 사람들이 찾고 싶은 금천구, 나아가 서울 서남권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습니다.”

독산동 우시장 일대는 2019년 4월 서울 자치구로는 유일하게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중대규모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곳은 우시장, 금형과 봉제 등 중소규모 공장과 주거가 혼재돼 있다.

금천구는 독산동 우시장 일대를 활성화하는 ‘독산 삼락’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2023년까지 마중물 사업비 375억원(국비 150억원, 시비 225억원)을 투입한다.

금천구는 독산동 우시장을 비롯해 총 5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한다. 독산2동 독산초등학교 일대도 지난 9월 서울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주거지지원형)에 선정돼 마중물 사업비 100억원을 지원받는다. 유 구청장은 “이 지역은 대부분 30년 이상 된 낡은 단독, 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고, 도로가 좁고 주차장과 문화시설이 부족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며 “앞으로 주차, 쓰레기, 집수리 등 주택 성능 개선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 구청장은 금천구의 지역 숙원사업을 ‘3+1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금천구청복합역사 건설, 신안산선 개통, 대형 종합병원 건립의 3대 과제와 함께 공군부대 이전 문제도 주요하게 다룬다는 것이다.

금천구청역사 개발은 민간사업자를 공모했으나 역사 부지가 협소하고 사업성이 부족해 8월 한 차례 유찰됐다. 금천구는 마침 바로 옆에 있던 연탄공장이 폐업해 이를 한데 묶어 다시 복합역사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히려 더 잘된 게, 그 옆 연탄공장이 9월15일 폐업했습니다. 이곳을 복합역사와 엮어서 개발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금천구청역 복합개발 사업은 역사 옆 폐저유조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30가구를 공급하고 현재 역사와 연탄공장 부지(약 1만4000㎡)에 상업, 업무, 문화 등 복합기능을 갖춘 새로운 복합역사를 건립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된다.

유 구청장은 “올해 사업자를 선정하면, 이르면 내년 말 착공해 2025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 구청장은 독산1동 486 일대에 있는 약 12만5천㎡ 규모의 공군부대 이전에 대해서는 “조금 속도를 늦췄다”고 했다. 그는 “네 곳 정도 부지를 물색해 국방부에 넘겨놨다”며 “이제 국방부가 검토해 우리에게 답을 줄 단계에 왔다”고 했다. 유 구청장은 공군부대 이전을 통해 서남권 정보기술(IT) 융·복합경제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안산선은 2024년 개통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고 대형 종합병원 건립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우정의료재단을 설립한 부영그룹이 총 1383억원을 출연해 옛 대한전선 부지(금하로 594번지)에 800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유 구청장은 “올해 하반기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부 개발계획이 결정될 예정으로, 2021년 상반기 착공하면 2025년 개원할 수 있다”고 했다.

“주민이 살고 싶은 도시는 문화예술이 있어야 내용이 채워집니다. 앞으로 2년은 문화, 예술, 교육 쪽 비중을 높이겠습니다.”

유 구청장은 상반기 금나래문화체육센터 건립, 금천구립독산도서관 리모델링, 뮤지컬스쿨 신축 등을 통해 부족했던 문화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독산동에 있는 ‘모두의 학교’ 운동장 부지에는 서울시 서남권 시민청이 건립될 예정이다. 유 구청장은 이곳이 “주민이 주체가 돼 기획하고 참여하는 소통·문화·전시·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구청장은 이와 함께 10월15일 구민의 날에 맞춰 중장기 문화정책을 담은 금천미래문화도시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유 구청장은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지역 숙원사업인 ‘3+1 핵심사업’ 추진, 서울 관문도시로서의 위상 확립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매진할 생각이다. 유 구청장은 또한 “어려운 시기일수록 어르신, 장애인,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한층 더 강화해 헤쳐나가려 한다”며 하반기 구정 운영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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