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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자재창고, 친환경 목공방 됐어요”

9월15일 개관한 양천구 두 번째 목공방 ‘연의목공방’ 사람들

등록 : 2020-10-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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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신정동 주민 편의 위해 만들어

다양한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구상 중

9월에 국가 전문가 양성기관 지정돼

“학교 교육 연계, 일자리 창출 효과도”

권좌근(왼쪽부터)·장정아 목공지도사, 김점숙 양천구 교육지원과장, 배종윤 목공지도사가 7일 양천구 신정동 연의목공방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령대별로 요구가 다르죠.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 초보자도 자신감을 얻어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장정아 목공지도사)

“자기 만족도가 높은 강좌를 만들어 가르치고 싶습니다.”(권좌근 목공지도사)

“생활목공의 저변이 좀더 확대되고 보편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배종윤 목공지도사)


양천구가 운영하는 목공방에서 근무하는 장정아(44)·권좌근(61)·배종윤(50) 목공지도사는 7일 연의목공방에서 앞으로의 바람을 서로 이야기했다.

양천구는 지난 9월 신정동 연의체육공원 안에 있던 오래된 자재창고를 고쳐 친환경 창작 공간 연의목공방을 만들었다. 2017년 목동 오목공원에 만든 나무마을목공방에 이은 두 번째 목공방이다. 지상 2층(202.82㎡) 규모로 만들어진 연의목공방은 체험교육장 2곳, 목공기계실, 야외작업 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양천구가 이곳에 목공방을 만든 건 거리가 멀어 나무마을목공방을 이용하기 불편한 신정동과 신월동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다. 우현애 양천구 평생학습관장은 “나무마을목공방의 수요가 넘치다 보니 신월동, 신정동 지역은 소외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연의목공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연의목공방은 앞으로 주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성인, 아동, 노인, 가족 단위 등 다양한 대상을 위한 목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주중에는 유치원이나 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 주말에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성인 중심 프로그램 등으로 나눠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연의목공방은 지난 9월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목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생활 속 목재 이용을 확산하기 위해 목재교육전문가를 양성한다. 올해 양성기관을 지정하고, 내년에 첫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치른다.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에서 6곳뿐으로 서울·경기 지역에는 양천구와 이천에 양성기관이 있다. 김점숙 양천구 교육지원과장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연의목공방이 국가 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연의목공방은 앞으로 전문 교수진을 초빙해 6개월 과정으로 주 2회(회당 4시간)씩 목재교육전문가 과정 강의를 할 계획이다. 이론 82시간과 실습 94시간을 합쳐 총 176시간 이상 이수해야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목재교육전문가 과정 수강료는 양천구 주민은 54만원, 타 지역 주민은 108만원이다.

목재교육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면 목재문화 체험장이나 목공지도사로 활동할 수 있다. 방과후 교사, 마을학교 강사로 활동할 수도 있고 개인 창업도 가능하다.

김점숙 과장은 “학교에 목공방이 있지만 목공지도사를 모집하기 쉽지 않다”며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과장은 “중학교 자유학년제 시행에 따른 아동과 청소년들의 목공예 체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인근 학교와 연계해 다양한 목공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에서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중심으로 학기를 운영하는 제도로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만큼 주변의 체험 학습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상 생활용품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말이나 평일반으로 나눠 편한 시간에 목공을 배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정아 목공지도사는 “먼저 시작한 나무마을목공방에 대한 주민 반응이 매우 좋다”며 “연의목공방도 다양한 목공예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민들이 일상에서 가깝게 목공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연의목공방은 9월15일 개관식 이후 코로나19로 아직 개강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 변화에 따라서 프로그램 운영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점숙 과장은 “거리 두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기존 테이블당 4명이 수업하던 것을 절반 이하로 줄여 안전하게 수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인데, 11월에는 수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의목공방의 장점은 수강료가 저렴한 데 있다. 가족 체험 등 프로그램 하루 수강료는 3천~5천원이다. 재료비도 1만원부터 5만원 이하다. 장정아 목공지도사는 “일반 사설 목공방 수강료가 월 35만~40만원인 데 비하면 무척 저렴하다”고 했다.

양천구는 지난 7월 연의목공방 개관을 앞두고 목공지도사 2명을 새로 채용했다. 기존 나무마을목공방에 있던 목공지도사 2명에 더해 모두 4명의 목공지도사가 두 곳의 목공방을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전통목공 방식인 짜맞추기 기법을 강의하는 전통목공 강사가 있고, 앞으로 목재교육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유명 강사도 초빙해 수업을 맡길 계획이다.

“엄마, 아빠를 억지로 따라와서 뾰로통하게 있던 아이도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해 분위기가 좋아지죠.”

장정아 목공지도사는 “스스로 만든 물건을 보면서 무척 흐뭇해하고,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누구나 즐겁게 소통하며 목공 체험을 할 수 있는 목공방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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