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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고, 잘 먹고, 아프면 쉬고”…노원형 초등 돌봄의 진화

등록 : 2020-11-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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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전국 첫 아이 돌봄 전용건물 지어…아픈 아이 돌봄 등과 결합

2018년 시작한 초등 마을돌봄 ‘아이휴센터’, 융합형으로 23곳째 개소

10월29일 노원구 중계동 아이돌봄 전용건물 ‘노원아이돌봄센터’가 문을 열었다. 중계동성당이 노원구에 기부채납한 3층 건물로, 국비에 시비와 구비를 더해 인테리어를 했다. 건물엔 아동식당, 영유아 공동육아방, 초등 돌봄 융합형 아이휴센터, 아픈 아이 돌봄센터가 들어섰다. 아픈 아이돌봄센터는 노원구가 지난해부터 해온 병원 동행 서비스에 간호 서비스를 더해 운영한다. 사진은 운영 시작 첫날인 11월2일 오후 아픈 아이 돌봄센터 병상 모습.

“집보다 넓고 놀 거리가 많아 좋아요.”

지난 2일 오후 노원구 중계동 ‘노원 융합형 아이휴센터’에서 만난 명신(초등3)양과 명선(초등1)양이 입을 모아 말했다. 옆에서 보드게임을 하며 혼자 놀던 현채(초등2)군이 “보드게임이 많고 심심하지 않아 매일 오고 싶어요”라고 말을 거들었다. 정명희 노원 융합형 아이휴센터장은 “학습보다는 틈새 시간에 와서 편하게 쉬고 즐겁게 놀면서 배우게 운영한다”고 했다.

노원 융합형 아이휴센터 운영 첫날인 2일, 10여 명의 아이들은 처음에는 주저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프로그램 방에서 가서 선생님들과 퍼즐 맞추기 놀이도 하고 카드놀이도 한다. 만화책을 읽는 친구들도 있다. 마스크를 썼지만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정 센터장은 “복직을 앞둔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요청해 한 주 당겨 운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초등 돌봄 아이휴센터 23번째인 이 융합형 아이휴센터는 아동 돌봄 전용 건물 ‘노원아이돌봄센터’ 2층에 자리 잡았다. 노원아이돌봄센터에는 이 밖에도 영유아 공동육아방(1층), 아동식당(지하 1층), 아픈 아이 돌봄센터(3층)도 있다. 노원아이돌봄센터는 중계동성당이 기부채납한 3층 건물이다. ‘마을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 곁에 언제나 노원구가 있다’는 아동복지 철학을 담은 건물이다. 2018년 하반기 논의를 시작해, 2019년 2월 기부채납이 결정됐다. 공사를 마치고 올해 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구비와 시비를 합쳐 5억3천만원이 들었다. 10월29일 개관식을 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민선 7기 최우선 과제로 초등생을 위한 노원형 돌봄 생태계 구축을 약속했다. 노원구의 영유아 공적 보육률은 79%인데, 초등생 방과후 공적 돌봄은 12%에 지나지 않았다. 2018년부터 초등 마을 돌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보편적인 초등 돌봄 확대는 아동의 복지뿐 아니라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와 저출산 극복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다”라는 게 오 구청장의 생각이다.

그해 4월 정부는 온종일 돌봄 정책을 발표하고 학교를 마친 아이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확정했다. 선도사업 지역으로 노원구를 포함해 전국의 9곳이 선정됐다.

노원구는 집이나 학교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방과후 돌봄 시설 ‘아이휴센터’를 조성했다. 국비에 시비와 구비를 더해 아파트 1층을 주로 임대하고, 작은도서관, 마을커뮤니티, 경로당 등 기존 시설을 활용했다. 2년 만에 23곳이 문을 열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돌봄 서비스도 더해 오고 있다. 서울 동북부에 있는 노원구에는 출근이 이르고, 퇴근이 늦는 맞벌이 부모가 적잖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일터에서 돌아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구는 맞벌이 가정 부모의 아이 식사 문제나 갑자기 아픈 상황 등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등교 전 돌봄, 아이들 픽업 서비스에 밥상 돌봄, 아픈 아이 돌봄도 추가했다.

아동식당은 융합형 아이휴센터에 들어선다. 첫 아동식당은 지난 9월 상계1동 두산아파트 융합형 아이휴센터에서 문을 열었다. 노원 융합형 아이휴센터의 아동식당은 두 번째다. 앞으로 6개 권역 융합형 센터 모두에 한 곳씩 들어설 예정이다.

아동식당은 지역의 꿈나무 카드(아동급식 카드)를 쓰는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불편한 마음 없이 쓸 수 있게 아이휴센터 회원 카드 디자인을 꿈나무 카드와 똑같이 했다. 건물 밖에서 지하로 바로 들어올 수 있고, 식사하고 놀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김정한 노원구 아동친화정책팀장은 “식당 운영이 안정되면 동네 초등생 누구나 3천원을 내고 식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구는 내년에 시작하는 노원구 일자리주식회사와의 연계도 고려하고 있다.

병원 동행 서비스는 지난해부터 운영했다. 맞벌이 가정의 4살부터 초등생을 대상으로 진료와 검진, 심리치료 등을 받으러 부모 대신 아이와 병원을 같이 가는 서비스다. 회원제(병원비 본인 부담)로 아이의 건강 상태, 평소 다니는 병·의원 등에 대한 정보를 받아 진행한다. 환아돌봄사 2명이 전용 차량을 이용해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온다. 병원 도착과 귀가 때마다 보호자에게 알림 문자를 보낸다. 현재 등록 회원은 500여 명이다. 8개월 시범 기간에 이용 건수는 120건 정도다.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감기나 배탈 등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병받을 정도로 아픈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아픈 아이 돌봄센터가 만들어졌다. 센터에는 5명(간호사 1명, 환아돌봄사 4명)이 근무한다. 침대 6개를 두고, 한쪽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2일 환아돌봄사 4명은 피부과 진료와 상담 동행을 하러 나갔다. 간호사인 양현옥 센터장이 정우(초2)군을 돌보고 있었다. 정우군은 가벼운 감기기가 있어 침대에 누웠다가 이내 괜찮다며 일어났다. 정우군은 “집이 더 편하긴 한데 엄마가 없으면 여기에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양 센터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굉장히 좋은 서비스이기에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부모 “학교든 지자체든 초등학생 공적 돌봄 시설 더 늘려가야”

코로나19로 초등 돌봄 필요성 커져

자치구·서울시, 시설 확충에 잰걸음

초등 돌봄 정책 전환 공론화도 진행

돌봄 시설과 서비스를 늘리는 것과 함께 구는 지역 돌봄 협의체 만들기에 힘을 기울였다. 김 팀장은 “학교와 마을을 잇는 돌봄 공동체가 있어야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돌봄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온종일 돌봄위원회와 19개 동마다 마을돌봄협의회를 마련하고 있다(현재 13곳). 위원회는 돌봄 정책 종합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북부교육지원청 국·과장, 복지·교육 전문가, 돌봄 시설 대표 등 15명가량 참여하며 분기마다 회의한다. 협의회에는 돌봄 관련 종사자들이 매달 모여 사례를 나누고 아이 돌봄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 협력한다.

중간지원기관인 온종일돌봄사업단도 운영한다. 지난 7월 노원교육복지재단이 수탁해 아이휴센터 운영과 협의체 활동을 지원한다. 구와 사업단은 매주 운영회의를 하며 돌봄 매뉴얼도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아이휴센터에서도 긴급돌봄이 이뤄지면서 만족도 조사도 했다. 등록 인원 477명 가운데 68%가량이 이용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정원을 줄여 운영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이용률은 꽤 높은 편이다.

부모들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학교 돌봄교실 이용이 어려운데 돌봄 공백을 메워줘서’ ‘믿고 맡길 수 있어서’를 만족 이유로 꼽았다. ‘입실과 퇴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등 탄력적인 운영에 대한 만족, ‘이용료 부담이 적은 편이어서’ ‘불필요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줘서’ 등 경제적인 이점을 들기도 했다.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 일반형 아이휴센터 이용 부모들은 아쉬움도 나타냈다. 온라인 수업 지원 인력이 더 있었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다. 코로나19로 방역에 온라인 수업 지원 등 업무 부담이 커진 돌봄 선생님들의 복지에 관한 관심과 제언도 있었다. ‘선생님들 수당 지급이 잘되는지 궁금하다’ ‘선생님들의 피로를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등이다. 김 팀장은 “아이의 양육환경과 부모의 욕구에 따라 필요로 하는 돌봄이 다르다 보니 구는 연구용역 등으로 부모의 실질적인 욕구를 세밀하게 살펴 초등 돌봄 체계를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노원구의 적극적인 초등 돌봄 시설 확충과 서비스 확장에 대해 다른 지역 학부모의 관심도 적잖다. 광진구에 사는 초등생 부모인 정미랑씨는 “최근 돌봄 파업 등 논란이 있지만 학교든 지자체든 공적 돌봄 시설이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며 “돌봄 시설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시설이 들어설 때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지역 수요를 잘 파악해 필요한 곳에 맞춤형으로 제공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초등 돌봄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각 자치구가 서울시 초등 돌봄 시설인 우리동네키움센터 늘리기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구로구는 신도림동과 고척2동에 각각 8, 9번째 센터를 열었다. 서대문구는 연희동에 두 번째 센터(친구랑)를 개소했다. 성동구는 내년 1월 금호1가동에 11번째 센터(아이꿈누리터)를 열 예정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우리동네키움센터 400곳을 열어 맞벌이 가정의 75%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서울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초등 돌봄 정책 전환을 위한 숙의와 공론 과정을 거치고 있다. 8월부터 두 차례 포럼을 열었다. 11월에 마지막 포럼을 열어 정책 전환 방향을 가닥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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