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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예산·회계 지식 여기 다 있어요”

17만 회원 카페 운영하는 최기웅 강서구 장애인복지과장

등록 : 2020-11-26 15:32 수정 : 2020-12-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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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입찰 잘못해 감사받은 뒤

‘나 같은 공무원 돕자’며 카페 개설

예산회계실무 카페 17년째 운영중

올해 자치발전연구원 주관 대상 수상

최기웅 강서구 장애인복지과장이 18일 구 청사 5층에 있는 도서휴게실 ‘톡톡살롱’에서 예산회계실무 인터넷 카페를 만든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최기웅(57) 강서구 장애인복지과장은 회원 17만2천 명이 가입한 인터넷 포털 카페 ‘예산회계실무’를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직원들과 ‘공부하자’며 만든 게 입소문을 타, 지금은 예산과 회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바이블 카페’가 됐다. 예산회계실무 카페에는 20만7천 건의 방대한 자료가 등록돼 있는데, 공무원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자원봉사센터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데, 입찰해야 할 것을 수의계약 발주를 해버렸습니다. 나중에 감사에서 지적받아 망신을 당했죠.”


최 과장이 포털 사이트에 예산회계실무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게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2002년 방화2동 주민센터 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할 당시 업무 실수로 감사를 받았다. 18일 강서구청에서 만난 최 과장은 “당시 1천만원 이상 공사는 공개경쟁 입찰을 해야 하는데, 관련 법규와 규정을 몰라 1억원짜리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벌어진 일”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과장은 이런 뼈아픈 경험을 겪으면서, 예산·회계 업무를 어려워하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공무원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4년 강서구청 예산팀으로 발령받은 최 과장은 몇 달 뒤 곧바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예산회계실무 카페를 만들었다. 최 과장은 “당시 인터넷 카페가 유행처럼 생기던 시절이라 카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나만을 위한 자료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카페 운영 초기에는 단순 자료만 공유하는 데 그쳤다. 회원 수도 50여 명으로 강서구청 직원이 대부분이었는데, 2006년 카페 회원이 늘기 시작했다. 최 과장이 행정안전부(행안부)에 파견을 가서 업무를 담당한 것이 회원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

최 과장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행안부 사업예산 시·도 실무 협의체 활동을 했다. 행안부는 2008년부터 품목예산에서 사업예산으로 예산제도를 전환했는데, 이를 준비하는 실무 조직이었다. 사업예산제도는 재정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성과 중심 예산 편성과 집행을 강조한다. 그는 “그전까지는 예산 문외한이었는데 티에프(TF)에 참여하는 바람에 제대로 알게 됐다”고 했다.

최 과장은 이 기간에 서울시 대표로 시범편성 작업과 새로 신설되는 재정관리시스템(e-호조) 메뉴 교정 작업에 참여했다. 활동 내용을 사업예산포럼 카페에서 전국의 지자체 공무원들과 공유하면서 초기 사업예산 틀을 구축했다. 최 과장은 “당시 입술이 여섯 군데가 한꺼번에 터질 만큼 일이 많았다”며 “공무원 생활 30년 동안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회상했다.

“때마침 사업예산제도를 홍보해야 하는데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예산회계실무 카페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조금씩 열기 시작했습니다.”

최 과장은 예산회계실무 카페를 만들었지만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자료라서 외부로 유출되면 문제가 될까 걱정돼 그때까지도 이용자를 강서구청 직원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행안부 티에프 활동을 하면서 예산 자료라는 게 전국 지자체가 모두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대상을 전국 공무원으로 넓혀서 공유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카페 회원이 1천 명으로 늘어났고 얼마 안 돼 다시 2천 명으로 늘어났다. 자료만 받을 수 있게끔 했지만 회원들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최 과장은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많은 영역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스태프 10여 명이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 과장은 회원 수가 점점 늘어나 3만 명 넘었을 때는 질문에 답변하느라 하루 3시간 이상 투자해야 했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가서 새벽까지 답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회원이 5만 명을 넘었을 때는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2014년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최 과장은 17년 동안의 실무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두 권의 책도 펴냈다. <공공계약 법규 및 실무>(2017)는 관련 법규와 판례, 유권해석과 감사 사례 등 각종 실무 사례가 계약 흐름에 맞춰 정리돼 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계약 업무는 적잖은 부담을 준다”며 “이 책은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회계업무 담당자를 포함해 감사관 업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했다. <예산회계실무 기본편>(2018)은 해마다 개정 작업을 해 카페에 공유하고 있다. 실무 사례를 바탕으로 쉽게 자료를 찾고, 카페와 연계해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 과장은 2006년부터 공무원인재개발원, 지자체, 비영리기관 등에서 예산회계 실무에 대해 강의도 한다.

최 과장은 10월13일 한국자치발전연구원이 주관하는 ‘2020 대한민국 자치발전 대상’을 받았다. 독창적인 행정으로 지역 발전에 모범이 될 만한 성과를 보인 공무원에게 주는 상이다.

최 과장은 독보적인 실무 지식과 정보, 전문성을 바탕으로 예산회계 담당 공무원의 어려움과 궁금증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 과장은 “스태프와 회원을 대신해서 받았는데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봉사하겠다”며 “공무원들에게 도움되는 카페로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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