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사회연대경제가 대안이다

기고 ㅣ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등록 : 2020-12-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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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는 개개인의 신체만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 생체’도 무너뜨리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체의 허파를 파괴하듯이 사회 생체에서도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무너뜨려 가면서 결국 이 사회 생체 전체의 건강한 작동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1년간 세계 각국의 사회 생체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났다.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별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다가 어느 정도 위기가 지나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느슨하게 풀고, 그래서 다시 새로운 감염의 물결이 덮치면 또다시 봉쇄 등을 반복하는 이른바 ‘냉온탕’ 모델이다.

이미 올해 중반이 경과하면서 냉온탕 모델은 사회 전반의 ‘피로’ 축적을 낳았으며, 이는 심각한 사회적 불신과 불만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 모델의 한계를 예견하고 최대한도로 ‘살던 대로’의 방식을 유지하려고 했던 스웨덴 또한 기대했던 집단면역은 실패해 ‘살던 대로 모델’을 포기한 상태다.

우리의 K방역은 과연 이와 달리 지속 가능하게 사회 생체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른바 ‘3T’ 즉 검사-추적-치료라는 강력한 방역 행정 그리고 전 국민의 적극적 협조를 두 축으로 해 정부의 단계적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결합한다는 모델 또한 ‘깜깜이 환자’의 누적, 그리고 사회적 피로의 축적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세 가지 모델 모두 공유하는 공통 전제가 있다. 기존 사회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는 것을 전제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사회 생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고이다. 모든 생명체는 주어진 내·외적 환경의 변화에 맞게 스스로 구성·체질을 바꿔가면서 적응해나가고, 이것이 누적되고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진화로 이어진다.

사회 생체도 다르지 않다. 기존 사회경제 체제라는 것도 유구한 자본주의 산업 문명의 역사 속에서 무수한 위기를 겪으며 끊임없이 제도와 정책을 변화시켜 적응한 진화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위기는 기존의 사회경제 체제를 변화시켜 적응해가도록 재촉하는 또 하나의 위기·기회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 가능한 방법의 하나로 사회연대경제 구축을 제안한다. 지금 지배적인 경제 조직의 두 축을 이룬 영리 기업과 국가·공공 부문은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오래전부터 문제에 대한 지적은 많았고, 여러 대안적인 경제의 조직 방식으로서 다른 제도와 정책이 제기되었다.


사회적 경제, 고용보장제, 참여소득제 등이 그 주요한 것에 들어간다. 사회적 경제는 시민의 수평적·자발적 연대에 의해 사회적 필요와 가치를 충족하고 창출한다는 것을 뜻한다. 고용보장제는 농산물 시장에서의 추곡수매가 정책과 마찬가지로 노동 시장에서의 만성적·장기적 실업자를 정부가 최저임금으로 직접 고용한다는 제도다. 참여소득은 기본소득을 변형시켜 ‘무조건적’ 지급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유용하다고 인정되는 활동’(물론 노동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을 한다는 조건을 달아 지급하는 제도다.

세 제도는 모두 각각의 단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세 제도를 서로 결합한다면 어떨까? 각각의 제도와 정책이 갖는 장점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상승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이미 코로나19로 기존 노동 시장의 붕괴 위기를 맞는 여러 나라에서 이 제도는 따로 혹은 결합해 논의되고 시도되고 있다. 한 예로 10월 오스트리아 남부 마리엔탈 지역에서 시작된 고용보장제를 들 수 있다. 정부 재정으로 150명의 1년 이상 실업자를 3년간 고용해 개개인의 숙련, 생활 조건, 노동 의지 등을 고려하여 사회와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하는 실험이다.

사회연대경제는 코로나19 사태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각종 사회적 위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사회 생태의 구성·체질을 탄력적으로 변화시켜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이른바 전환은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위이다. 사회연대경제의 구축은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도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동네 나눔반장은 지역의 돌봄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가 서울시돌봄SOS센터와 연계한 사업이다. 이 사업에 일감이 적은 중장년 라이더들이 참여해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배달한다. 사진은 종로구 쪽방촌에 도시락을 배송하며 돌봄 매니저 구실까지 하는 라이더 모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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