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예술가들에게 기본소득을” 시민들의 온라인 토론방 목소리

서울시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예술인 생활 안정 주제 시민토론 시작

등록 : 2021-01-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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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지원’ 연극인 제안으로 출발

2월11일까지 댓글 다는 방식 토론 진행

“예술인 범위 확대” 등 현장 제안 모여

시, ‘2025 서울예술인플랜’에 결과 반영


“국민연금이라든지 지방세, 건강보험이 연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직자인데 공연 한번 잘못했다가 수입 잡혀서 지방가입자로 가입돼 세금 미납 연체되는 예술가가 많습니다. (※사회 초년생 예술가들은 해촉증명서 등 잘 모름)” (황** : 2021-01-18 17:21:21)

“4대 보험이 안 된다는 이유로 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성실 납세자임에도 저금리 대환대출로 갈아타려면 3개월 이상 재직한 재직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데 예술인은 그러기가 쉽지 않고, 생활고 때문에 빌린 빚이 결국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꼬리의 꼬리를 물게 됩니다. 예술인들도 정부 지원 대출로 최대 1억원까지 저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해 기존에 있던 부채들을 정리할 방안을 모색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 2021-01-13 09:20:02)

지난해 12월11일 ‘민주주의 서울’에서 개최한 시민제안 발굴 온라인 워크숍 ‘서울의 나눔 온도는 몇 도입니까’ 진행 현장. 온라인 댓글 토론에서 나아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서울시가 지난 12일 ‘예술인의 생활 안정, 어떻게 지원할까요?’란 주제로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democracy.seoul.go.kr)에서 시민토론을 시작했다.

이번 시민토론은 2021년인 올해 처음 열리는 토론이다. 이는 지난해 9월29일 극단 소속으로 활동 중인 한 연극인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제안자는 더 많은 예술인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해 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거나, 고용보험 신고 절차 간소화 등으로 예술인의 생활 안정을 지원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제안자는 또한 “많은 시민이 예술 활동의 사회적 가치에 관해서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 제안에 한 달 동안 105명의 시민이 공감을 표시했고, ‘민주주의 서울’에선 제안자 의견을 반영해 토론 주제를 ‘고용보험 제도’에서 ‘예술인들의 생활 안정지원’으로 한발 더 나아가 토론을 열었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500만원 미만 수입으로 생활하는 예술인은 57.9%에 달하며 수입 부족으로 경력이 단절된 경우는 30.8%에 이른다. 또한 예술인 가운데 76%가 고용보험이 없고, 10명 중 1명이 부당계약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은 현재 총 7만 명으로 전국 예술인의 40%를 차지하는데,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은 다치거나 일자리를 잃어도 일반 노동자와 달리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이에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술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난해 5월,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을 개정한 뒤 시행령 마련을 거쳤다. 이에 같은 해 12월10일부터 예술인도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예술인들은 고용보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 등 문제로 가입 장벽이 있으며, 고용보험 적용 외에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민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27명. 참여자 수는 아직 낮은 편이지만 ‘미술관, 공연장 같은 소통 장소를 펀드로 조성해 만들자’ ‘특고지원금 대상 범위에서 벗어난 예술인 사각지대를 살펴달라’ 등 예술인의 현장 목소리를 담은 제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시민은 ‘예술인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정아무개씨는 코로나19로 인한 보편적 재난지원금이 쟁점이 되는 오늘날이지만 “기본소득을 분야별로 지급하는 일은 검토해볼만하다고 본다. 예술과 문화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꼭 필요한 분야이고 사회 구성원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그로부터 혜택을 입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술가의 범위를 넓혀달라’는 제안도 꾸준히 등장했다. 전아무개씨는 “번역가도 예술인 범위에 포함해달라”며 “번역도 창작물과 다름없고 우리 작품을 외국에 알리고 외국 작품을 들여오는 데 중요한 분야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아주 낮은 가격으로 일하시는 분이 많다. 웹툰이나 영화 작품 번역은 사실상 제2의 창작이다. 실력 있는 분들이 번역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번 시민토론은 2월11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하며 문화예술인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시민토론에 참여하려면 ‘민주주의 서울’ 내 ‘시민토론’ 코너로 들어가면 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다. 서울시는 토론 종료 뒤 시민토론에 제출된 의견들을 검토·분석해 답변하며, 특히 토론에 1천 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하면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직접 답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예술인 지원 종합계획인 ‘2025 서울예술인플랜’ 수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서울’ 시민토론으로 모은 시민 목소리를 계획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다.

시는 이에 앞서 2016년 ‘서울예술인플랜’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5개년 계획을 수행했다. 예술인플랜에 따라 2017년 ‘서울특별시 예술인 복지 증진 조례’가 제정됐고, 예술인 임대주택 594호가 공급되는 등 △예술인 주거·창작공간 확대 △예술인 활동 기회 확대 △지속가능한 예술환경 마련 등 시책을 추진했다.

한편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과 서울시가 함께 일상의 제안, 일상의 토론, 일상의 정책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만든 시민참여 플랫폼이다. 2020년에는 △장애인 공공재활병원 건립 어린이대공원 팔각당 활용 방안 △아동 놀 권리 조례 제정 등을 주제로 시민토론이 연달아 열렸다. 시민토론 결과 후속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시민토론의 경우, 토론에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담아 지난 7일 ‘서울특별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조례’가 시의회에서 제정·공포되기도 했다.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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