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한성 백제로 가는 도심 속 ‘타임머신’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

등록 : 2021-01-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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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 인근에는 무덤인 듯 석탑인 듯 정체가 궁금한 유적이 자리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석촌동 고분군의 무덤들이다.

누군가의 생의 끝자리였을 이곳은 어스름한 밤이면 주변 불빛과 어우러진 묵직한 야경으로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인근 주민들의 산책 코스로는 물론이고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로도 유명하다.

송파는 백제시대 가장 오랜 기간 도읍이 자리했던 곳이다. 백제 건국부터 웅진(충남 공주) 천도 전까지 약 500년(BC 18년~AD 475년) 동안 백제의 수도였다. 수도가 한성(서울)에 있었다 하여 이 시기를 ‘백제 한성기’라고 부르는데, 당시 역사의 주 무대가 송파였다. 오늘날 서울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석촌동 고분군은 송파에 살던 백제인의 뿌리와 다양한 삶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유적이다. 일제 초기만 해도 300여 기에 이르는 고분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남은 것은 8기뿐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고분이 제2, 3, 4호분이다. 수많은 돌을 켜켜이 쌓아 계단식으로 만들어 ‘돌무지무덤’(적석총)이라고 불린다. ‘석촌동’ 지명도 이 돌무지무덤이 많은데서 유래했다.

돌무지무덤은 고구려 대표 무덤으로 남한땅에서는 이곳 송파에서만 볼 수 있다. ‘백제땅에서 웬 고구려 무덤?’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백제를 세운 온조왕은 고구려에서 남하했다. 왕과 귀족이 묻힌 석촌동 고분군의 무덤 형태와 규모가 이러한 역사 기록을 뒷받침해준다.


특히 3호분은 백제의 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한쪽 면이 50m 넘는 거대한 크기와 금장식 등 출토 유물들이 4세기께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축조 방식에서는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지만, 문화재로서 풍기는 멋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석촌동 고분군 주변을 조용히 걷노라면 웅장함보다는 안정감을, 강건함보다는 온화함을, 진취적 기상보다는 포근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큰 고분들 사이에는 규모가 작아 자칫 지나칠 수 있는 무덤들도 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무덤 구덩이가 있는 움무덤이다. 그곳 주인이 신분이 낮은 계급 사람임을 짐작게 한다. 다양한 신분의 무덤을 통해 백제인 삶의 다채로움을 상상하는 재미가 더해진다.

송파구는 석촌동 고분군 인근 약 3만㎡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일부 고분군 내부를 복원해 주민이 언제든 찾아와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송파 곳곳에는 방이동 고분군,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등 백제 한성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도심 속 잠깐의 이색 경험이 필요할 때 방문해보기 바란다. 2천 년 전 백제 고도로 가는 시간 여행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장은희 송파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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