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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관련 인지도·접근성 높일 것”

리더십 자임하는 이한솔 신임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등록 : 2021-04-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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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부터 청년주거 활동 이어온

30대 사회주택 사업자이자 입주자

“현재 5천 호에서 2만 호로 공급 늘려

‘주거권 보장’ 선택지로 일조할 것”

지난 9일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신임 이사장이 서대문구 연희동 청년 사회주택 ‘달팽이집연희’ 커뮤니티실에서 인터뷰한 뒤 밝게 웃고 있다.

“집을 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선택지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9일 서대문구 연희동 청년 사회주택 ‘달팽이집연희’ 커뮤니티실에서 만난 이한솔(31)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의 말이다.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그는 이미 10년차 청년주택 활동가이자 사회주택 사업자다. 그는 부동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몰빵’ 상황을 우려하며 “세입자가 기본적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일조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사회주택은 공공과 민간 중간쯤에 있는 임대주택이다. 시세 80% 이하의 임대료에 10년 이상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공유 공간과 공동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5천 호가량의 사회주택이 있고, 이 가운데 약 70%가 서울에 있다. 주거형태는 초기엔 셰어형이 많았지만, 최근엔 단독형(원룸형)도 늘고 있다. 공급 유형은 40% 정도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사회적 주택이고 토지임대부, 리모델링, 매입약정 등의 유형이 있다.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사회주택을 지어서 공급하는 사업자들의 모임이다. 사회적 경제 기업 등 전국의 9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다. 30살을 갓 넘은 그가 이사장직을 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월 말 그는 정기총회에서 3기 이사장으로 뽑혀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10여 년의 청년주거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기꺼이 맡았다”고 했다.

사회주택 입주자 90%가 청년이라는 점도 ‘젊은 이사장 선임’에 영향을 줬다. 소득 기준 등 여러 조건을 따져보면 입주 대상자가 대부분 청년이다. 그 역시도 사회주택 입주자다. 2018년부터 4년째 청년 사회주택 ‘달팽이집’에서 살고 있다. 그는 “안으로는 실수요자들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밖으로는 사회주택 활성화의 필요성을 당사자 입장에서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사장으로서 그가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사회주택에 관한 시민 인지도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시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1만~2만 호 정도로 공급을 늘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용어와 콘텐츠를 알기 쉽게 정리하려 한다”고 했다. 피터팬, 직방 등 기존 부동산 앱처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협회 안팎에서 필요한 역할도 해나간다. 회원사들이 지속할 수 있게 적정한 수익을 내며 운영하도록 교육과 컨설팅도 하려 한다.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서비스 수준의 편차를 줄여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사회주택을 하나의 분야로 인정하고 다룰 수 있게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 개정을 위해서도 힘을 쏟으려 한다. 민특법은 현재 국회에서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사회주택이 다소 유동적인 개념이지만 민간임대주택법에 사회주택이 포함되면 독자 영역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이사장은 2011년 연세대 입학 뒤 주거권 문제를 다루는 모임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민달팽이유니온’의 초기 멤버로 활동했다. 현재 민달팽이유니온은 세입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교육하고 상담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청년 사회주택 ‘달팽이집’을 직접 공급하고 운영하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도 만들어 이사장을 거쳐 지금은 이사로 있다.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는 공동추진위원장을 거쳐 2019년까지 도시주택 분과장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국무총리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주거정책 담당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거활동가로서 그는 정부와 서울시의 청년 주거 지원정책에 목소리 내기를 이어간다. 그는 “청년이면 누구나 일정 수준의 주거권을 누릴 수 있게 정책이 세워지고 집행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부의 관련 부처 인사평가 기준에 청년 주거 상향, 임대주택 세입자 만족도 향상 등이 들어가기만 해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봤다. 월세 지원사업 대상자는 10배 늘리면서 청년참여예산은 폐지를 고려하는 서울시에는 일관성 있는 운영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의 꿈은 힘 있고 실력 있는 ‘탄탄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주거활동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 목소리만 내기보다 달팽이집으로 직접 대안을 만든 경험을 살려 자생하는 힘을 갖추는 걸 목표로 삼게 됐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원칙을 잘 지켜갈 수 있게 기준을 세우고, 시민사회를 두텁게 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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