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게·쪽방촌·성매매 집결지, 영등포의 50년 묵은 과제 해결”

구청장의 ‘엄지 척’ ‘탁 트인 영등포’ 구현하는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등록 : 2021-06-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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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하던 거리가게 26개로 줄여

“소통·협치 통한 상생 노력이 열쇠”


쪽방촌 지역 영구임대·행복주택 짓고

성매매 집결지도 ‘포용’으로 변화 유도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작업 추진

상인들 온라인 공동판매도 지원


“쾌적한 환경 전환, 손님 늘어날 것”


다양성 살려 문화도시 지정 준비

“문화 잠재력 깨워 수준 높일 것”


코로나로 가장 힘든 게 소통이지만

현장에서 발품 행정 펼치려고 노력

“영등포 백년대계 위해 최선 다할 것”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9일 영등포구 당산동1가 영등포청과시장을 방문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아트커튼(가림막) 교체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등포청과시장은 그동안 상인들이 점포 밖 보도까지 상품을 진열해 길을 다니는 시민들이 차도로 통행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으나 지난 2월 거리 정비 작업으로 정돈되고 깨끗한 모습을 되찾았다.

채현일(50) 영등포구청장은 ‘탁 트인 영등포’를 민선 7기 구정의 모토로 삼았다. 탁 트인은 막힘 없이 ‘열렸다’는 뜻으로, 주위가 깨끗하게 정리되고 정돈된 모습을 연상시킨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역 앞 영중로 거리가게(노점) 정비를 탁 트인 영등포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와 더불어 쪽방촌과 성매매 집결지 문제 해결,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를 3년 동안 이끌어온 구정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다. 한겨레 <서울&>은 9일 영등포청과시장에 있는 고객쉼터에서 채 구청장을 만났다.

“노점, 쪽방촌, 성매매 집결지 문제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영등포구는 1899년 영등포역 건설과 함께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영등포역 일대는 시대를 관통하며 서울의 관문이자 영등포구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영등포역 근처에 생겨난 거리가게, 쪽방촌, 성매매 집결지는 영등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지역 발전도 가로막았다.

그러던 것이 민선 7기 들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채 구청장이 나서 영등포역 일대 영중로 거리가게, 쪽방촌, 성매매 집결지 문제 등 영등포구의 50년 묵은 3대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채 구청장은 2019년 9월 영중로 거리가게를 정비해 보행친화거리를 조성했다. 그는 “단 두 시간 동안 아무런 충돌 없이 거리가게 70개를 26개로 줄였다”며 “소통과 협치를 통한 상생 노력이 해결의 열쇠”라고 했다.

거리가게 정비와 함께 쪽방촌과 성매매 집결지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2020년 1월 영등포역 근처 쪽방촌 개발계획 발표와 함께 이 지역 정비계획을 재차 수립한 영등포구는 같은 해 11월 주민설명회를 열어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영등포역 쪽방촌 터 1만㎡에는 쪽방촌 입주자를 위한 영구임대주택과 행복주택 등 1190가구를 지어 공급하는데, 앞으로 지주들과 보상을 위한 물건 조사를 할 예정이다.

영등포역 건너편 성매매 집결지 정비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터에는 높이 160m, 최고 44층의 주상복합건물 6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채 구청장은 “노점은 정비 모범사례, 쪽방촌은 전국 쪽방촌 공공주거 개발사업의 첫 번째 모델로 국토교통부도 가장 잘한 사업 중 하나로 인정할 정도”라며 “2025년께 영등포에는 쪽방촌도 성매매 집결지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전에는 공감대나 상호 신뢰가 없어 해결이 안 됐습니다. 하지만 거리가게가 정비되고 쪽방촌도 해결되니, 성매매 집결지도 영등포의 이런 변화에 함께하는 게 맞는다는 공감대가 생겼죠. 오히려 그쪽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하자고 해서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습니다.”

영등포구의 3대 숙원사업의 추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채 구청장은 “모두 이해관계가 달라 사업 추진에 진통을 겪었지만,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포용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했다.

영중로 거리가게는 상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당사자들이 100여 차례 만남을 통해 소통과 상생 노력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생계형 거리가게는 영업을 보장하고 그렇지 않은 거리가게는 더는 영업을 못하게 했다. 채 구청장은 “부부 합산 재산 3억5천만원 넘는 거리가게 상인은 제외했다”고 했다.

쪽방촌 주민은 주거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채 구청장은 “지금 거주하는 쪽방은 1평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새로 짓는 임대주택은 3~5평 정도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성매매 집결지도 성매매 종사자들의 인권보호와 자립지원 등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영등포구의회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탈성매매를 돕기 위해 2019년 12월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성매매 종사자들과의 소통의 자리인 공동밥상도 운영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깨끗하게 확 바뀌었습니다.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이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채 구청장은 전통시장 살리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영등포구에는 전통시장 11곳과 상점가 11곳이 있다. 전통시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잣대이며, 지역 역사와 정체성이 배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소비 형태의 변화, 시설물 노후, 마케팅 부족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9일 영등포청과시장을 방문해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먼저 전통시장의 낡은 시설을 새것으로 바꾸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영등포전통시장은 노점 정비, 주차장 건설, 아케이드 교체 등을 진행했다. 영등포청과시장은 고객쉼터를 조성하고 보행로를 확보했으며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영신·남서울·삼구시장은 조명등을 교체하고 화장실을 새로 바꿨다.

구는 시장 상인들이 선물용 상품을 개발해 온라인 공동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상인들의 역량을 높이는 여러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청과시장은 상인들이 보행로까지 물건을 진열해 시민들이 차도로 다니는 불편을 겪는 상황을 해결했다”며 “당장은 상인들 불만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쾌적한 환경으로 시장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 상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등포구는 스페인 빌바오시 같은 잠재력이 풍부합니다. 제2 세종문화회관은 국제현상 설계공모에 들어갔고 대선제분 터에는 문화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죠. 영등포의 특색인 다채로움을 살려 문화도시 지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채 구청장은 문화·관광도시 영등포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1년 예비 문화도시’ 지정을 받았다. 구는 올해 1년 동안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예비사업을 시행한 결과에 따라 최종 문화도시로 지정된다. 문화도시는 5년 동안 국비 100억원을 포함해 최대 2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영등포구는 안양천, 도림천, 여의도 샛강 등 수변자원을 활용한 생태문화 개발 추진, 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미래융복합 문화가치 창출 등 영등포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지역특화형 문화도시를 조성해갈 계획이다. 채 구청장은 “서울 자치구에서 최초로 예비문화도시 지정을 받았다”며 “영등포구의 역사 문화적 잠재력을 일깨워 구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직접 현장에서 주민과 만나 가감 없이 대화하는 게 가장 좋죠.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대면 소통만 못합니다.” 채 구청장은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게 소통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장 구석구석을 직접 찾아다니는 ‘발품 행정’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더 많은 주민을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채 구청장은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영등포구가 큰 틀에서 바뀌고 있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구가 영등포구라고 합니다.” 채 구청장은 “높아진 주민 요구에 부응하면서 앞으로 더욱 소통을 강화해 구정을 이끌어가겠다”며 “남은 임기 동안 영등포의 백년대계, 청사진을 제대로 실천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9일 영등포청과시장 고객쉼터에서 한겨레 과 인터뷰하고 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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