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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신정2동 주민-상인, ‘활기찬 동네상권 만들기’ 팔 걷었다

등록 : 2021-07-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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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생활상권추진위, 생활상권 선정지 중 첫 공유공간 오픈

‘커뮤니티센터 신정살림’ 열고, 좋은 식당 찾아 ‘손수가게’ 선정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1일 양천구 신정2동에 있는 손수가게 ‘장용재두부갤러리’ 앞에서 손수가게 명패와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계순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 위원장, 장경호 생활상권추진위원, 곽가연 사업팀장, 채영임 손수가게 기획단장.

서울시, 생활상권 5곳 선정…2023년 12월까지 육성사업 추진

생활서비스 제공 ‘커뮤니티스토어’와

‘우리동네 잠깐쉼터’도 만들어 운영중

“손수가게에 선정돼 폐업 위기 넘겨”

“공동체의 기반시설인 커뮤니티센터 신정살림을 만들었습니다. 주민들도 많이 찾고 동네 가게 매출도 올릴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1일 ‘커뮤니티센터 신정살림’에서 만난 곽가연(42)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 사업팀장은 “서울시 생활상권 육성사업 대상지 5곳 중에서 커뮤니티센터를 만든 곳은 신정생활상권이 처음”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과 상인이 함께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는 동네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5월 양천구 신정2동에 주민 공유 공간 커뮤니티센터 신정살림을 열었다. 공유 공간, 공유 부엌, 공유 사무실 등을 갖춰 주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공유 공간에서는 각종 주민 모임과 교육,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고 공유 부엌은 요리 강좌를 비롯해 부엌이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에 대여도 한다. 곽사업팀장은 “신정살림은 앞으로 동네 상인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혁신 상인을 양성하고, ‘다 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 캠페인으로 신정생활상권을 지역에 알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2020년 7월 ‘생활상권 육성사업’ 대상지 5곳을 선정했다. 앞서 서울시는 2019년 11월 1차 8곳의 예비 후보지를 선정해 지역마다 추진위원회, 커뮤니티스토어 운영, 손수가게 발굴·지원 등 3개 과제를 부여했다. 서울시는 7개월 동안 각 지역의 성과를 평가해 이 중 양천구 신정2동을 비롯해 종로구 창신동, 서초구 방배2동, 송파구 가락본동, 관악구 난곡동 등 5곳을 최종 선정했다. 이 5곳은 2020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2021년 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생활상권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상권 육성사업은 지하철역, 학교, 동주민센터 등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상권(골목상권)을 주민과 상인이 협력해 살리는 사업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 등에 밀려 활력을 잃어가는 동네상권을 주민들이 자주 찾아 소비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게 하는 게 핵심이다.

신정생활상권 활성화 지역인 신정2동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저층 주거지역이다. 재래시장이 옆에 있지만 규모가 작고, 몇몇 음식점 외에는 주민들이 갈 만한곳이 딱히 많지 않은 곳이다. 특히 가까운 곳에 목동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양천구 최대 상권이 형성돼 있어 주민들도 동네가게보다는 이곳을 많이 찾는다.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는 2019년 양천골목장터를 만들었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처음에는 시민단체가 주축이었지만 지금은 30% 넘는 동네 주민과 상인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박계순(57)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업 자체가 마을공동체 복원사업이기도 하다”며 “동네주민, 상인, 단체 중에서 어느 하나가 빠져도 의미가 없고, 이들 주체가 모두 참여한 동네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야 동네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는 손수가게를 발굴해 지원하고 커뮤니티스토어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손수가게는 주민이 가고 싶은 가게를 주민 스스로 만드는 사업이다.

‘손수가게 기획단’은 우리 농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천연조미료로 맛을 내며 가게 주인이 직접 만드는 동네 음식점을 찾아내 손수가게로 선정했다. 신정생활상권에는 장용재두부갤러리, 소담, 미가람 떡집, 우리바다수산, 청리밥상, 서서울식당 등 손수가게 6곳이 있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좋은 가게가 많았죠. 주인들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을 알게 돼 놀랐습니다. 이런 내용을 동네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었죠.”

박계순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일 양천구 신정2동에 있는 손수가게 ‘소담’ 주인 하숙영씨와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네 주민인 채영임(55) 손수가게 기획단장은 “동네 주민들이 믿고 갈 수 있는 가게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좋은 가게를 발굴하면, 내가 이런 가게를 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고 했다.

장용재두부갤러리는 30년 동안 100% 국산콩만을 사용해 두부 요리를 만들어온 ‘숨은 장인’이 운영한다. 아침마다 직접 두부를 만드는 음식점이지만 간판 어디에도 두부 음식을 파는 가게라는 표시가 없었다. 또한 100% 국산 콩을 사용하는 장점을 알기도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 기획단장은 “어두운 느낌의 간판을 산뜻하게 바꾸면서 간판에 두부음식점과 100% 국산 콩을 사용한다는 것을 표기해 손님들에게 알렸다”고 했다.

아버지와 함께 장용재두부갤러리를 운영하는 장경호(32) 생활상권추진위원은 손수 가게로 선정돼 폐업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했다. 장 추진위원은 “동네 주민들에게 많이 알려진다는 건 결과적으로 매출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다”며 “코로나19가 터지고 다른 가게는 매출이 급감할 때 우리 가게는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커뮤니티스토어에 늘 나오는 비지를 나눠주니 주민들이 좋아해 무척 흐뭇했다”고 했다.

미가람은 떡집이지만 가게에 들어가면 떡이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정면에 작업장이 있었고, 여기저기 포장재가 쌓여 있었다. 이곳에는 손님이 들어오면 떡이 먼저 보이도록 내부를 바꾸고, 포장재 수납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가게 로고나 떡의 특징을 설명한 부드러운 분위기의 가림막으로 작업장과 상품 진열 공간을 분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장 내부를 가려줬다.

소담은 북한 이주민이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곤드레밥이 주 메뉴다. 곤드레부터 반찬까지 우리 농산물과 천연조미료를 사용한다. 이곳도 정돈되지 않은 내부를 전문 컨설팅을 통해 말끔하게 새 단장 했다. 소담 주인 하숙영씨는 “코로나19로 속상하지만 동네상권 살리기를 통해 그래도 손님이 찾아오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 좋다”고 했다.

커뮤니티스토어는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주민에게 필요한 생활서비스를 발굴해 운영한다. 주민들이 생활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동네가게를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동네상권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는 지난해 초 카페 ‘크리스피 파이’를 커뮤니티스토어로 지정하고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냉장고를 운영했다. 처음에는 떡집에서 떡을 가져다놓기도 하고, 두부 비지도 가져다 놓는 등 주민들 이용이 활발했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자 점차 뜸해졌다. 올해 초 가게 주인이 바뀌자 공유 냉장고 운영도 중단됐다. 박계순 위원장은 “공유 냉장고는 커뮤니티센터 신정살림으로 옮겨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새로운 커뮤니티스토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는 ‘우리동네 잠깐쉼터’도 만들어 운영한다. 주민들이 동네상권을 이용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커뮤니티스토어로 선정된 가게 앞에 벤치를 설치했다. 곽가연 사업팀장은 “동네 주민들이 서로 쉬어가고 인사도 나누고 하는 목적으로 만들었다”며 “현재 3곳이지만 앞으로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내년에 동네 주민과 상인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는게 목표죠.”

박계순 위원장은 “앞으로 동네 주민과 상인의 협력 관계를 토대로 1~2년 뒤에는 골목상권이 활성화하고 주민과 상인이 결합한 마을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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