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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이기고 지구도 살리는 ‘녹색 옷차림’ 멋져요!”

등록 : 2021-07-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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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시·녹색서울시민위원회 ‘기후위기 대응해요 패션쇼’ 열어

시민·대학생·시니어 모델 30여명, 시원차림·자원순환 옷 선보여

지난 9일 오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미래로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해요(기대해) 패션쇼’가 열렸다. 행사는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펼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의 하나로 진행됐다. 여름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시원한 차림과 더불어 탄소 배출이 적은 자연 소재 의류, 폐페트병 등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의류, 중고 의류 등 지구살림 옷차림을 선보였다. 사진은 시민 모델들의 모습. 윤서연·한혜진 모녀

“친환경·재사용 제품 입고, 의류소비 줄여 기후위기 대응해요”

‘서울 2050 탄소중립’ 위한 생활 실천

자연소재 옷·가방 등으로 맵시 뽐내

중고옷 다시 입기도 환경에 큰 도움돼


지난 9일 오전 10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미래로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해요(기대해)) 패션쇼’ 리허설이 한창이다. 행사장에는 패션학과 학생, 시니어 모델과 함께 시민 모델 10여 명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어린이·청년·중년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모델은 지난달 공개모집으로 선발됐다. 무관중으로 진행되지만, 난생처음 런웨이를 걸어야 해서인지 마스크 위 눈빛에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시민 모델은 대부분 여름철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리넨 등의 시원한 소재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샌들을 신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 ‘딸아이를 키우는 30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직장인 경재원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중고 의류에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50년 된 가죽 가방을 멨다. 챙 넓은 모자에 카키색의 망토 스타일 윗옷과 얇은 아이보리색 7부 바지에는 세련된 패션감각이 보인다.

경재원·변윤범씨

경씨는 “에너지를 덜 쓰며 여름철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옷차림으로 아름다운가게에서 장만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중고매장이나 재사용가게를 자주 찾는데, 특이한 디자인 옷을 발견하는 ‘보물찾기 재미’도 있다”고 했다. “평범한 가죽 가방이지만 잘 관리해 딸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패션쇼는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녹색위)가 시민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캠페인의 하나로 진행됐다. 1990년대 중반 출범한 녹색위는 서울시에서 가장 오래된 협치 조직이다. 민·관·기업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난지도 공원화를 이끌고 ‘작은 산 살리기 운동’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등 환경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왔다. 현재 100여 명의 위원과 7800여 명 자치구 시민실천단이 활동하고 있다.

녹색위는 2012년부터는 ‘시원차림 캠페인’을 추진해왔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바지를 입는 등 시원한 옷차림(시원차림)으로 여름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행동이다. 2018~2019년엔 시원차림을 한 시민이 모델로 참여한 패션쇼가 덕수궁길 차없는 거리, 청계광장 등에서 열렸다.

지난해엔 ‘기후변화 대응 습관 패션쇼’로 세종문화회관 중앙 계단에서 개최했다. 올해 패션쇼에선 시원차림과 더불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옷차림이 선보였다. 탄소 배출이 적은 자연 소재 의류, 페트병 등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의류, 중고의류 등이다.

패션의 환경적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적기업 등 업체 14곳이 150여 점의 옷, 신발, 가방 등을 협찬했다. 중고 의류(굿윌스토어, 아름다운가게), 재활용 섬유로 만든 의류(그라인, 나우, 블랙야크, 효성 TNC, 플리츠마마), 재활용 섬유로 만든 가방과 운동화(롯데케미칼, LAR),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가방(메이크디), 재활용 면섬유 티셔츠(아트임팩트, 페이코니언), 자투리 천으로 만든 모자(역·Yeok), 티셔츠와 니트백(저스트 크래프트 몰) 등이다.

민성환 녹색위 위원은 “서울시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시원차림을 넘어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하는 옷차림으로 확장해 캠페인과 패션쇼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협찬 의류와 소품은 학생과 시니어 모델이 착용해 런웨이에 섰다.

이로운·이정민 형제

오전 11시, 런웨이 패션쇼가 시작됐다. 무대는 2개의 대형 스크린과 16m의 런웨이로 꾸며졌다. 협찬 기업들의 홍보 영상 상영 뒤 이경희 녹색위 공동위원장이 나와 인사말을 했다. 이위원장은 “의류산업이 항공산업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의류 소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패션쇼가 의류 소비 줄이기, 친환경 제품 사용과 재사용 등의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폐페트병 재활용 섬유로 만든 운동화

학생 모델들이 웅장한 음악에 맞춰 옷, 가방, 신발 등을 선보이자 진행자가 이들의 옷차림에 설명을 곁들였다. 재활용 면 소재 옷은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자원을 선순환시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식물성 가죽은 선인장, 파인애플 잎, 닥나무 등을 가공해 가방, 의류 등에 활용하고 있다. 동물 가죽보다 가볍고 제조 과정에 독성물질이 들어가지 않아 몸에도 좋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과 가방, 신발도 눈에 띈다. 진행자는 “고품질 폐페트병 리사이클 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병 폐페트병 분리배출이 필요하니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시니어 모델들은 멋스러운 느낌의 중고 의류를 입고 런웨이를 걸어 나왔다. 옷감 생산부터 시작해 버려지는 천과 견본에 이르기까지 옷을 만드는 데는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진행자는 “장롱 속 잠자는 옷을 고쳐 다시 입고, 새 옷 대신 중고 옷을 사 입는 게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했다.

백팩

시민 모델들도 경쾌한 음악에 맞춰 평소 입는 시원한 옷차림으로 런웨이에 섰다. 손에는 양산, 한지 부채, 텀블러도 들었다. 다소 긴장된 발걸음으로 걸어 나와 무대 끝에서는 여유 있게 손 하트나 브이(V) 자를 만들어 보이고, 전문 패션모델처럼 허리춤에 손을 얹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마스크 위 눈빛이 즐거워 보였다. 진행자는 “여름에 시원한 옷차림, 양산, 부채 등으로 체감온도를 2도 낮춰 에어컨 설정 온도를 올리면, 온실가스를 연간 27만여t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방

마지막엔 참여 모델 30여 명이 모두 나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들은 환경을 위한 실천방안을 적은 피켓을 들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실내 적정온도 지키기’ ‘대중교통 이용’ ‘분리배출 잘하기’ 등의 글귀들이다. 40여 분의 패션쇼가 막을 내렸다.

시민 모델들은 환경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좋은 추억도 쌓을 수 있었다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엄마와 함께 모델로 나선 한혜진(25)씨는 “지구를 살리는 활동에 엄마와 같이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두 모녀는 보라색·비취색 꽃무늬 반소매 원피스를 입었다.

고교 동창 대학생 4명은 통풍이 잘되는 소재와 디자인의 옷을 입었다. 이들은 “환경에 도움되는 의류 소비가 좋다는 생각에 중고거래, 친환경 의류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시민 모델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권세람(8)양은 아빠와 함께 참여했다. 아빠는 해변 스타일 남방에 반바지와 샌들, 아이는 흰티셔츠와 청반바지에, 노란 샌들을 신었다. 권양은 “내년엔 언니랑 같이 오고 싶다”고 했다.

이번 패션쇼 영상은 서울시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다. 시와 녹색위는 이달부터 8월 말까지 ‘기후위기 대응해요 캠페인’을 진행해 실천방안을 시민들에게 알린다. 올해는 시의 기후환경본부 직원들과 녹색위 위원들이 함께 9개 영역, 60가지 실천방안을 마련해 1차로 발표한다. 민성환 녹색위 위원은 “앞으로 실제 실천했을 때 어느 정도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보완해 연말쯤 책자 발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권세람·권범철 부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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