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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70살, 음악 소리는 여전히 ‘쟁쟁’해”

음악으로 노익장 과시하는 송파구립실버악단

등록 : 2021-07-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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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창단한 12인조 전문 악단

평균 경력 50년, 나이 합치면 910살

전국체전 개회식 때 연주할 정도 ‘실력’

“연주 실력, 지역사회 재능기부 즐거워”

송파구립실버악단이 9일 송파구 송파구청 앞 사거리 지하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 내 연습실에서 오랜만에 단원들이 모두 모여 연습곡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9일 송파구 송파구청 앞 사거리 지하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에 있는 음악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요란한 연주 소리가 고막을 찢는 듯했다. 12명의 송파구립실버악단 단원이 각자 악기 상태를 점검한 뒤 나훈아의 ‘테스형’, 진성의 ‘안동역에서’, 그리고 ‘엘 쿰반체로’를 차례로 연주했다. 어찌나 소리가 크던지 연습실 밖으로 나오니 한동안 귀가 멍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송파구립실버악단 단원 전원이 연습실에 모인 경우는 드물다. 보통 4명씩 파트별로 나눠 연습을 따로 했으나 이날은 특별히 12명이 모두 모여 ‘합’을 맞췄다.

“요즘 생음악 듣기 힘든데 현장에서 연주하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곽승호(74) 송파구립실버악단 단장은 연습 뒤 “코로나19로 이렇게 많이 모이지 않는데 오랜만에 단원이 전부 모이니 보기 좋다”고 했다.


1994년 1월 창단한 송파구립실버악단은 27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단원은 악기 연주자 12명과 보컬 겸 사회자를 합쳐 모두 13명이다. 악기 연주자는 트럼펫과 트롬본 연주자 각 2명, 색소폰 연주자 4명, 드럼, 기타, 베이스기타, 오르간 연주자 각 1명 등으로 구성됐다.

송파구립실버악단은 실버악단답게 단원들 나이를 모두 합치면 총 910살이다. 평균 나이는 70살이다. 60대가 6명, 70대가 7명이다. 제일 나이 어린 단원이 61살, 제일 나이 많은 단원이 79살로 한국 나이로 80살이다. 단원들은 모두 전문 음악인으로 대부분 젊은 시절부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여러 악단에서 단원 생활을 했다. 곽 단장은 “단원들은 대부분 방송국이나 녹음실 등에서 음악을 하던 사람들로 악보만 보면 곧바로 연주하는 수준”이라며 “대부분 50년 넘게 음악을 한 사람들로 구성된 전문 악단”이라고 했다.

곽 단장은 2004년 9월부터 송파구립실버악단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입단한 지 얼마 안 돼 단장을 맡았다. 오르간을 연주하는 곽 단장은 해군과 기독교방송 악단에서 근무했다.

송파구립실버악단은 송파구청 강당에서 연습하다가 7년 전부터 이곳 지하보도에 있던 창고형 연습실에서 연습했다. 최근에는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 안에 연습실이 생겨 쾌적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게 됐다. 곽 단장은 “이전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어 좋다”며 “맘 놓고 연습할 장소가 생기니 음악 할 맛이 난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조금만 연습을 안 해도 금방 잊어먹죠. 감을 잃지 않으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송파구립실버악단은 주로 매주 화·금요일 낮 12시부터 3시까지 연습한다. 곽 단장은 “악기는 한 달만 연습을 안 해도 금방 감이 떨어진다”며 “게다가 나이가 있으니 실력이 녹슬지 않으려면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송파구는 구립으로 합창단, 실버합창단, 교향악단, 민속예술단, 청소년교향악단, 소년소녀합창단 등을 운영하는데 실버악단은 그중 하나다. 송파구립실버악단은 2008년 울산에서 열린 전국실버밴드 경연대회 대상을 비롯해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다. 또한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연주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송파구립실버악단은 송파구의 문화사절로 국내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연주한다. 4월부터 6월, 9월부터 11월에는 석촌호수 등을 무대로 매월 한 차례씩 정기 연주회를 연다. 또한 크리스마스가 되면 근처 롯데몰 행사에도 참석해 흥겨운 음악으로 시민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곽 단장은 “실버악단 생활은 지금껏 쌓아온 연주 실력을 지역사회를 위해 재능 기부하는 봉사활동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실력이 녹슬지 않도록 연주할 기회를 얻어 좋고, 행사를 주최하는 쪽에서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어 좋은 것”이라고 했다.

“이 나이에 음악 한다면 남들이 부러워하지만, 이전에 딴따라 하겠다고 하면 못하게 많이 말렸어요.” 트롬본을 연주하는 김만국(72) 총무는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부 활동을 하다 군악대 등 다양한 악단에서 근무했다. 김씨는 “몸 아프지 않고 나팔 불 수 있는 여건도 돼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며 “건강하게 오래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역시 트롬본을 연주하는 김부섭(79)씨는 해군 군악대와 철도청 악단 출신이다. 김부섭씨는 “이 나이에도 행사 나가서 음악 연주로 주민들을 기쁘게 해주는 게 즐겁다”고 했다.

트럼펫을 부는 한금석(78)씨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한국방송(KBS) 관현악단에서 연주했다. 한씨는 “평생을 악기 하나로 연주 생활을 해왔다”며 “나이가 들어 호흡도 힘도 달리지만,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게 제일 힘들다”고 했다.

곽승호 단장은 “송파구립실버악단은 분위기도 좋아 서로 들어오려고 한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해 마음 놓고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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